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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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꼬리' 시리즈의 4권은 강렬한 빨강색의 표지와 '붉은 여우의 속삭임'이라는 소제목이 눈길을 잡아끈다. 손원평 작가의 첫 동화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위풍당당 여우꼬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일깨워주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고, 우리집 2호 역시나 4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등장인물 소개는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이전 시리즈에서와는 달리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어 4권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시작되는 이 책.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꼭 하게 되는 선택'. 떠올리기만 해도 골치 아프고 괴롭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연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의 이야기와 어떤 꼬리가 나오게 될 것인지 프롤로그를 읽고 나니 더 궁금해진다. 1, 2, 3권에서느 '방향의 꼬리', '우정의 꼬리'와 '용기의 꼬리'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멋진 한 해를 보냈던 주인공 단미는 이 책에서 5학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네 번째 꼬리를 만나게 된다. 새학기를 맞이하게 되는 단미의 어색함과 불안함은 과연 어떤 꼬리와 조우하게 만들까?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는 모든 것이 낯설기에 누구에게나 어색하다. 게다가 단짝 루미와 다른 반이 된 단미는 홀로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져 든다. 그렇다고 모르는 얼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든 단미. 그리고 급식실에서 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이 아이는 누구이길래 단미를 계속해서 쳐다보고 묘한 미소까지 짓는 걸까?


하교길에 그 아이와 다시 마주치게 된 단미. 그 아이는 자신을 제주도서 전학온 도래아라며 먼저 말을 건다. 그리고 자신과 단미가 친구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을 하며 단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말마져 한다. 전학온 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건지 의문스러운 단미.

게다가 집에 도착해보니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이 단미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왠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안고 단미를 맞이한다. 놀라는 단미에게 엄마는 단미의 고모 딸, 아진이라며 소개를 하고 고모와 고모부가 며칠 동안 외국에 가게 되어 엄마, 아빠가 맡아주기도 했다며 아진이를 소개한다.


단미는 엄마가 인사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안부에 대해는 묻지도 않고 오로지 아진이 이야기만 하고 아빠마져 아진이만 보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되감자 머리가 지끈지끈 쑤시더니 등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꼬리가의 등장이 머지 않은 느낌이 드는 단미. 5학년 첫날부터 반갑지 않은 일투성이인데다가 새로 만나게 될 꼬리마져 단미를 괴롭힐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단미가 친해지고 싶은 민재와 시호는 너무나 이야기를 잘하고, 그림이라면 자신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랄 만큼 그림을 잘 그리는 선유를 보니 단미의 얼굴이 빨개진다. 심지어 엄마 아빠는 낯선 아기를 돌보느라 단미에게 관심조차 없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게 되자 뜨거운 소용돌이와 같은 것이 자신에게 끓어오르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네 번째 꼬리가 나올 것을 직감한 단미가 벌떡 일어나 무작정 달려 계단을 돌아 몸을 숨기는 순간, 펑! 새빨간 꼬리가 폭발하는 불꽃처럼 사납게 튀어나온다. 


단미에게 나타난 네 번째 꼬리는 바로 질투의 꼬리였다. 그리고 네 번째 꼬리는 강력한 힘을 휘두르며 단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과연 단미는 불타오르는 질투심을 극복하고, 네 번째 꼬리를 능숙히 다루는 데 성공하게 될까? 단미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질투'라는 감정은 과연 부정적이기만 하는 걸까? 우리는 보통 질투라는 감정은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드러내서 안되는 감정으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에 질투의 힘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질투라는 감정 자체가 아예 없어진다면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는 동력 마져 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단미는 자신이 관심있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가 가까워질까봐 흥미도 없는 모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돋보일까봐 가시 돋친 말도 내뱉는다. 게다가 자신보다 훨씬 더 어린 사촌 동생에게도 질투를 느끼게 되는 데 이러한 단미의 모습들은 질투심으로 인해 괴롭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폭발할 것만 같은 단미의 모습들에게 무슨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단미가 질투의 꼬리와 결별한 뒤 모든 의욕을 잃어가고 자기다움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면 질투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질투가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 나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감정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욕심을 내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질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 단미는 마지막에 네 번째 꼬리와 화해하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데 이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다.


새로운 꼬리와 함께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단미의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인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 다음 번에는 또 어떤 꼬리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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