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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사춘기 ㅣ 창비아동문고 137
채인선 지음, 김정은 그림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채인선 작가님의 책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채인선 작가는 오랜 시간 어린이의 일상과 감정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이 책 역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완벽해 보이던 오빠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전과 달라지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는 열한 살 소녀 은미가 오빠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사춘기라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 변화와 가족 관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특히 어린 동생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사춘기의 모습은 독자들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여 더욱 인상적이다.
책은 사춘기를 단순한 반항이나 혼란의 시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성장의 한 과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개정된 판본에서는 보다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과 삽화가 보완되어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였다고 한다. 사춘기라는 공통된 경험을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풀어내며 변화하는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책은 주인공 열한 살 은미가 오빠와 말다툼을 하며 관계의 변화를 처음으로 체감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늘 자신을 챙겨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오빠는 어느 날부터 사소한 질문에도 짜증을 내며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은미는 이러한 변화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운함과 혼란을 느끼고, 이전처럼 오빠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은미는 자신의 마음속에 ‘뱃속 생각’이라는 존재를 떠올리며 혼자 감정을 정리하려 하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막막함을 느낀다.
이야기는 주인공 은미가 직접 기록하는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어린 화자의 솔직한 감정과 혼란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은미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대신 뱃속 생각과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려 한다. 이는 은미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불안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동시에 과거에는 오빠와 함께 해결하던 문제들을 이제는 혼자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강조되면서 어린 시절의 익숙했던 관계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는 은미의 오빠가 왜 변했는지,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하여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오빠는 사춘기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은 은미의 시선에서 점점 확신에 가까운 판단으로 굳어진다. 친구 소희에게서 ‘사춘기’라는 말을 들은 은미는 오빠의 변덕스럽고 예민한 행동을 하나의 병처럼 받아들이며 이전과 달라진 오빠의 모습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오빠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괜히 트집을 잡는 모습은 은미에게 당황스러움과 서운함을 동시에 안겨 준다. 은미는 장난스럽게 오빠에게 사춘기에 걸렸다고 말하지만, 그 말 속에는 오빠의 변화를 설명하고 싶어 하는 어린 마음과 관계가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한편 은미 역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경험하며 또 다른 혼란을 겪는다. 친구들과 함께 성장의 징후를 마주하면서도 이러한 고민을 누구에게 먼저 털어놓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고, 예전 같으면 가장 먼저 이야기했을 오빠에게조차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다는 사실에서 관계의 거리감을 실감한다. 더불어 친구 소희가 오빠에게 보이는 미묘한 태도 변화까지 겹치면서 은미가 바라보는 세계는 점점 복잡해지고 낯설어진다.
이처럼 이 책은 사춘기를 단순히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는 혼란의 시기로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열한 살 은미의 일기를 통해 사춘기를 겪는 당사자의 내면 뿐만 아니라, 그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 구성원의 감정과 인식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은미가 오빠의 달라진 태도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은 사춘기를 낯설고 불안한 변화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관찰하고 해석하려는 아이의 시선의 특징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춘기를 하나의 문제 상황으로 단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경험되는 복합적인 변화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소설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감정의 동요를 특별하거나 숨겨야 할 사건으로 강조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변화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춘기를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점차 받아들이게 되는 경험으로 바라보게 된다. 주인공 은미가 기록하는 일상의 단면들은 거창한 사건보다 사소한 감정의 움직임과 관계의 미묘한 균열에 주목하며 성장이라는 과정이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형성된다는 점을 께닫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사춘기를 겪는 시기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며 성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