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곰팡이 포자의 검은 그림자로 인해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포자 때문에 병을 얻었으나 성인이 되어 균을 연구하고, 균의 생물학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된다. 인간과 진균의 공생에 대한 과학의 큰 흥미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미세한 우리 몸속 진균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둘러싸여 살며 인간의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은 진균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 봐도 균의 필수불가결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염증을 일으키거나 조직에 손상을 주기 전까지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균들이지만 진균에 의해 건강상의 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에 사는 진균과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 이런 주제와 친해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생각보다 훨씬 진균의 범위가 크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부에서는 '우리 몸속의 진균'이란 주제로 다양한 진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부는 '우리 몸 밖에 존재하는 진균'으로 음식 속 곰팡이와 버섯, 진균에서 태어난 약품, 균과 곰팡이의 독성 등을 다룬다.
인간-진균 공생의 진정한 시작은 출산 도중 온몸에 뒤집어쓰는 효모이다. 물론 자궁 속에서부터 진균에 노출되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평생 진균이 지배하는 가장 큰 영역은 피부로 진균이 우리 몸의 미생물학적 세계를 지배하는 곳이다. 그냥 생각해 봐도 공기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는 건 피부이다. 하지만 피부는 수분과 먹이가 부족해 미생물이 환영할 만한 장소는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진균이 피부 표면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하니 그 결과가가 기다려진다.
두피에 가장 많은 진균은 말라세지아 효모로 지루성 피부염은 비듬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한다. 나도 오래전 지루성 피부염을 앓았는데 정말 비듬이 장난 아니었다.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비듬 때문에 괴로웠다. 비듬은 효모가 피부에서 피지를 먹고 두피를 자극하는 물질을 배출하면서 생기는 염증성 증상으로 쐐기풀이 두피에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천연 치료제라고 한다. 실제로 비듬이 고민이었던 진균생리학자가 쐐기풀로 그 고민을 해결했다고 한다.
나는 치즈를 좋아해서 치즈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치즈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페니실륨은 '빗자루'라는 뜻으로 마치 머리카락을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 총총 땋은 머리 같다고 한다. 요구르트도 미생물에 의한 발효로 만들어진 유제품이며, 푸른 곰팡이 하면 떠오르는 블루치즈의 유래도 재미있었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 더 궁금한 진균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는 도서로 '곰팡이, 버섯, 효모가 들려주는 공생의 과학'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