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장점은 소득 분배 연구에만 초점을 두고 쓴 경제 사상사 책이라는 것으로 저자의 '코끼리 곡선'을 책 속 감수자의 말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013년 발표한 '코끼리 곡산'은 냉전 종식 후 20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래프로 요약해 보여준다. 이 그래프에 대한 해석을 읽은 후 본격적으로 본문 속으로 집중했다.
- 이 책의 목적은 직간접적으로 소득 분배와 소득 불평등을 다룬 권위 있는 경제학자들의 저작을 바탕으로 지난 두 세기 동안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사유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서술하는 것이다. p 6
총 6인의 경제학자를 만날 수 있는데 프랑수아 케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발프레도 파레토, 사이먼 쿠즈네츠가 이에 속한다. 나는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만 알고 있는 선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두 사람의 이론도 깊이 있게 아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이 책은 소득 분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시대순으로 각 사상가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검토한다. '책에서 다루는 저자들의 연대표'도 눈여겨 봐두며 여러 경제학자의 견해를 단순히 모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불평등에 관한 생각의 지적 역사를 도식화 한 이 책에 몰입해 보았다.
- 내가 보기에 가장 뛰어난 소득 분배 연구는 서사, 이론, 실증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야만 내가 소득 분배의 '통합적 연구'라고 지칭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p 19
불평등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으로 불평등을 본질적으로 계급 현상으로 보는 케네, 스미스, 리카도, 마르크스가 있는가 하며, 엘리트와 대중 사이로 보는 파레토, 농촌과 도시 간, 또는 농업과 공업 간 소득 차이를 그 원인으로 보는 쿠즈네츠가 있다. 앞서 계급 현상으로 보는 4인의 시각에도 차이는 존재했다.
각각의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불평등 현상은 그들 사이에도 다양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 중농주의의 시조이자 정치경제학의 시조인 프랑수아 케네는 애덤 스미스에게 영향력을 끼쳤고, 스미스는 또 리카도에게 영향력을 끼쳤다. 리카도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러한 경제사상가의 이론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모한 불평등에 관한 인식을 6인의 저자들을 통해 매우 흥미롭게 담아 놓았다. 7장에서는 '불평등 연구의 긴 암흑기였던 냉전기' 또한 다루고 있는데 저자가 흥미롭게 지켜본 사미르 아민의 연구를 다뤘다. 가진 것이 없을수록 불평등이란 단어에 민감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불평등에 관한 이론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