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글샘 > 진정 뜨거웠던 혁명가, 체 게바라 평전을 읽다.
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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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날마다 길거리에서 최루 가스 냄새를 가득 묻혀오곤 했을 때 체 게바라를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교수대로부터의 레포트'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같은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죽음과 혁명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과대망상에 휩싸여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불행하다고 여기던 때였다. 길거리의 최루가스에는 혁명의 냄새가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은 더했는지도 모르겠다.

체 게바라를 평가한 말들은 무진장 많다.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사르트르)'이란 평가가 가장 유명한 평가가 아닐까 싶다.
타임지에서는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정신이고, 라울은 혁명을 위한 단검이고, 게바라는 두뇌이다. 그는 이 삼두마차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여자들을 홀리기에 딱 좋은 우수가 묻어나는 미소를 입꼬리에 흘리면서 체 게바라는 냉정하고도 치밀한 방식으로 쿠바를 이끌고 있다. 놀라운 능력과 지성, 그리고 세련된 유머로서." 라고 평가한다. 미국놈들 입장에서 잘도 보고 있다.

그의 가장 훌륭한 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고인이 된 그를 두고 이렇게 평한다.
"그는 무척이나 대담한 사람이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순간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해내곤 했다. ... 그는 순결하고, 용감하고, 모든 것에 초연하고, 욕심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간이었다. 체의 삶을 그를 맹렬하게 반대하는 이념상의 적까지도 감명을 받고 찬사를 할 정도로 위대했다. 그의 죽음은 이 시대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평가는 "에르네스토는 진실에 열광적이었다. 진실은 그의 환상이었다. 전투할 때는 냉정했고, 혁명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는 굽힐 줄 몰랐던 만큼 그 아이는 더할 나위없이 부드럽고 유머가 넘치는 아이"였다고 이어진다. 그에 대한 평가들은 일관되면서도 이상적인 인간상을 부조로 빚고있단 생각이 들게 한다.

미국 놈들이 쿠바에 행한 짓거리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
"만약 거기에 미사일이 없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정면 대결할 생각"이란 말은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라크에 부시가 했던 말의 복사판 아닌가?

이 책을 조금씩 읽던 중에, 체 게바라 자서전을 만나서 먼저 읽었다. 그 책은 훨씬 내용은 빈약하지만, 체의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총에 맞는 순간, 잭 런던의 책에서 읽었던 <가장 멋지게 죽는 방법>이 떠오를 만큼, 그는 독서광이었다. 그리고 늘 고결한 죽음을 생각했으리라. 시인의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천식이란 결정적인 병을 품은 이였지만, 의지로 이겨내고야 말았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도 있는데, 지독한 인종이다.

마오 쩌뚱이 홍군이 위대한 장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 엄격한 규율이었듯, 그의 성품도 깨끗하고 특권을 누리려 하지 않았다. 늘 소탈하면서도 유머를 지닌 사람, 그러면서도 항상 옳은 길을 이마의 별처럼 지향했던 사람. 그의 이전 역사에서 '게릴라'란 강력한 정규 군대에 대항하는 소수 과격파만을 일컬었지만, 비로소 체에 와서는 <압제자에 대항하는 전체 민중의 싸움>이라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관점을 획득하게 된다.  위대한 인물은 르네상스적인 통찰력을 가졌다는 말은 헛된 말이 아니다. 그를 읽읽는 일은 사르트르의 헌사가 헛된 것이 아님을 거듭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젊은 공산주의자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입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만치 감성이 계발되어 있으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
그는 스스로 '해방자'임을 부정한다. '해방자들'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민중을 해방시키는 건 그들 자신이라고 강조한다.(434) 그는 진정한 혁명가였기에 '인간이 권력의 자비에 매달려 사는 사회가 아니라, 공적인 생활의 중심에 있게 되는 사회' 건설을 꿈꾸었고, 그래서 '테러리즘은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결정된 혁명 운동에 대해 반감을 품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형식'(709)으로 확신을 표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게오르그 루카치가 '소설의 이론' 앞머리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은행 총재와 산업부 장관을 역임하면서도 그는 "영달과 권세라, 정말 지겨운 것들이오!"하는 말을 툭 던지고는 다시 총을 잡고 아프리카의 콩고로 건너간다. 베네룩스 삼국이라는 벨기에란 작은 나라가 아직도 엄청 잘 사는 이유는 콩고 공화국 같은 나라를 착취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 시기에도 벨기에의 수탈은 극에 달했고 체는 아프리카의 동포들과 함께 했다. 다시 그는 남미의 볼리비아 정글로 뛰어들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게 된 채 살해 당하고 마는 운명에 처한다.

그는 쿠바에서 고위 관료로 재직하던 당시 세계의 공산주의 국가들과 약소국들을 많이 순방하게 되는데, 사다트, 티토, 마오쩌뚱과 같은 인물들로부터 많은 시사를 얻어 각국의 혁명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 <소련과 동부 유럽 정권들의 부패>를 목도한 그는 '사회주의 진영의 열세'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사회주의 국가의 정착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고 총을 들고 영원한 게릴라의 별로 산화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분노하지 않는 민족은 야수같은 적에게 승리할 수 없다.(586)'는 말에서 그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란 이념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 공동의 적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체는 '인간은 태양을 향해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어야 한다. 태양은 인간을 불타오르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 준다. 고개를 숙인다면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라는 신념과 용기를 우리 머리 위에 뚜렷한 <별>로 각인시킨, 단순한 게릴라의 경지를 넘어선 또 한 사람의 성자라고 생각한다.

역자가 마지막에 기록한 체의 한마디는 그 <별>을 잊지않도록 하는 경구의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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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글샘 > 정말 특별한 내 아이에게, 부모는 책을 써야할 것 같다...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필립 체스터필드 지음, 문은실 옮김 / 뜨란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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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 별로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다. 그러나 맘에 들지 않는 구석들은 저자가 18세기 사람이라서 지금과는 삶의 양식이 다르기 때문인 듯 하다.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부모들은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보통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힘들때, 도움이 필요할 때, 좌절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 구실을 완벽하게 할 수는 도저히 없다.

그러면... 이 책과 같은 책을 부모가 쓰는 것이다.

나는 한국 수준의 부모들이라면 자녀들에게 책 한 권 쯤은 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는 후진국일 때처럼, 자녀에게 밥상머리 교육, 공동체 교육을 할 기회를 놓쳐 버렸고,
우리는 선진국 아이들처럼, 사회와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없으며,
우리 아이들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단순 무제한 <경쟁>에 놓여 있으며,
5지 선다형 수능 중심 교육으로, 자기 생각이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일기장 하나에 편지를 써도 좋고,
개인 출판의 형태로 책을 내 주는 업체를 이용해도 좋다.

아무튼, 자기 아이가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포-옥 쉴 때, 가방에서 꺼내볼 수 있는 책을 하나 부모가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지나치게 서양 중심이고, 외교적인 시선이 두드러진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사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부모라면 알 것이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특이한 아이인지를... 일반적인 삶의 지침서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을...

정말 특별한 내 아이에게, 세상에 한 권뿐인 책을 만들어 주자.

책을 만들 때, 이 책의 목록들을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난 예전에 육아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육아 일기를 적어 둔다면,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자랐는지를 실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아이가 중학생이 될 만큼 자란 시점에서, 아이의 삶에 개입할 수 없으면서, 아이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은 내 마음을 적어 책을 하나 쓰고 있다. (좋은 생각) 홈페이지에 가면 자작나무 기르기란 코너가 있는데, 100일을 이어 적으면 10,000원에 책을 한 권 낼 수 있다. 이제 한 달 썼는데, 매일 챙기는 것이 좀 어렵기도 하지만, 말이 책이지 잔소리를 매일 적는 것도 재미있기도 하다.

부모라면, 꼭 한 번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프롤로그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1 젊음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그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이 중요하다 /자신을 믿고 따라라


2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누구나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의 변명들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쏟아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라 /남을 무시하면 평생의 적이 생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라 /절제할 줄 모르면 바보가 된다


3 네 인생의 최고 경영자가 되라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라 /순서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일해라 /겉멋에 빠지지 마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즐겨라 /일할 때와 놀 때를 명확히 구분해라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해라 /적은 돈도 가치 있게 써라 /자기 능력에 맞게 행동해라


4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라

인간이란 변화무쌍한 존재이다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가 /늘 책을 가까이해라 /여행을 통해 시각을 넓혀라 /로마에 가면 이탈리아 사람이 되라


5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관점을 가져라 /독선과 편견에 얽매이지 마라 /자만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인식해라 /매력적인 화술을 익혀라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라


6 최선의 만남을 위하여

진정한 우정을 맺어라 /너보다 나은 친구를 사귀어라 /아래를 보지 말고 위를 봐라 /자신감을 가져라 /허영심도 약이 된다 /의지와 끈기만 있으면 길은 열린다


7 성공적인 인간 관계를 위하여

입보다 귀를 먼저 열어라 /자기 자랑을 일삼지 마라 /떳떳한 능력과 주관을 갖춰라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배려해라 /친구가 많은 이가 가장 강한 사람이다


8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몇 가지 비결

남의 장점을 네 것으로 만들어라 /호감을 주는 생활 습관들 /좋은 표정을 가꿔라 /상황에 맞게 예의를 지켜라 /오만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9 지혜로운 삶의 기술

부드러운 언행과 강한 의지를 겸비해라 /못된 사람한테 희생당하지 마라 /속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지 마라 /시치미를 뗄 줄도 알아야 한다 /경쟁자 앞에서는 끝까지 냉철해라


에필로그 : 너의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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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글샘 > 중학생이 읽기 좋은 과학 참고서
136 과학이야기 - 중학생이 꼭 알아야 할 교과서 속
전국과학교사모임 엮음 / 도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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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던 때, 참고서라고 하면 자습서를 떠올리곤 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참고 문헌이 참고서와 같은 뜻이란 걸 깨달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골든벨을 한다고 읽어야 한대서 사준 책이다.

중학교는 과학이 주당 4시간이어서 1년 34주를 수업하면 136시간이 된다는 의미에서 136 과학 이야기라고 했다고 하는데, 개수에 관계치 않고 많은 개념들이 적혀 있어서 아이들이 읽어봄 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에 큰 흥미를 가진 친구가 아니라면 혼자서 읽긴 어렵겠지만, 독서 퀴즈 등에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개념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되어 있고, 어려운 내용은 박스 처리되어 있기도 해서 아이들이 어려운 것은 무시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볼 수 있음을 가르칠 수 있는 책.

아, 아들 녀석과 같이 공부를 하면서 공부할 수 있음이 행복한 것임을 깨닫는다. 자식과 함께 철들어간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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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똑똑하게 키우는 법...별거 아니구먼...음, 아닌가?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는 집
시지마 야스시.와타나베 아키코 지음, 박화 옮김, 홍승우 그림, 김영옥 감수 / 삼성출판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머리좋은 아이로 키우는 집'이라니...대체 그런 집이 따로 있을까.
K가 편집을 맡지 않았다면 펼쳐보지 않았을게다. (미안하다. K야) 이런 발상 자체가 조금 일본틱하기는 하다. 그런데 과연, 집을 바꾸면 애가 똑똑해질까. 강남 집을 구하면 효과를 보는걸까.

저자는 일단 일본의 `명문중학교'에 보낸 아이들의 부모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11명의 아이들이 이른바 케이스 스터디 대상. 명문중학교에 가면, 명문고, 명문대는 거의 자동입학이라..(심지어 와세다와 게이오는 부속중,고?나오면, 진짜 자동으로 대학진학 한단다..) 일본 초등학생 부모들의 교육열도 만만치않단다. 읽다보니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노무 교육열은 어떻게 손댈 도리가 없구나 싶기도 하고...개인적으로 너무 무심했다는 반성부터, 여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는 소소한 반항심까지 들더만.

근데, 책을 읽다보니..어쩐지 나도 해볼 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이게 정말 더 어려운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여튼 '관심'이 동했다.
예컨대...첫번째 에피소드 '탁구대의 재발견'. 이 집 엄마가 탁구선수 출신이기도 해서..탁구대 하나 거실에 떡 하니 들여놓았단다. 애들은 학교다녀오면, 방에 콕 박히는게 아니라...일단 탁구대에서 가방 풀고...한마디로 온 가족의 '주 무대'가 탁구대다. 때론 숙제하고 공부하고, 때론 밥 먹고, 간식 먹고...친구들 불러 탁구 한게임 치면 인기 짱. 탁구대가 이렇게 효과가 좋단 말인가.

요즘 거실을 서재로 쓰자고들 난리인데...큰 줄기는 이게 맞는거 같다. 예컨대 부엌을 온 가족의 공간으로 만든 집도 있다. 좋은 식탁 하나가....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노매드 학습법'을 따른다. 예컨대 식탁 갔다가, 거실 구석 탁자에서 공부하다가, 방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공부하다가....정작 멀쩡한 새 책상은 쓰지를 않더란 거다. '혼자만의 공간'이 공부에 좋다고? 작가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강조한다. 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 공부하다가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조금 시끄럽더라도, 부모들의 대화가 들려오고...이런 환경이야말로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공부 효율도 높다는게다. 공부 효율이 높은지 어쩐지..어쨌든, 다들 잘나가는 명문중 입학했다는거 아닌가.

머리좋은 아이의 집으로 변신하는 10가지 팁 가운데 일부
1. 아이 방을 고립시키지 마라....문 닫고 갖히지 않도록..문을 열어두거나, 유리문을 하거나, 차양을 치거나...여튼 가족 속에 내가 있다는 안정감의 문제이자 소통의 전제다.
2. 집 안 전체를 공부방으로 만들어라...이건, 노매드 학습법 얘기다. 어디서든...기분 바꿔가며 공부할 수 있는...공간을 정해두란 거다.
3. 6개월에 한번씩 이사하라........이건, 이사하란게 아니라, 가구 배치를 바꿔서라도 기분 전환 좀 하란거다. 요건 도저히 못하겠다. 크지 않은 방에 빽빽히 있는 가구 옮길 엄두도 안 나거니와....게을러서.

바람이 통하는 집, 하늘이 보이는 방, 창의성을 키우는 집...어찌보면 무지 비싸고 좋은 집에 살아야 할 거 같기도 하지만...11명 케이스 보면, 집이 그리 잘나지 않았다. 주택평수가 작디 작다는 일본 아닌가.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단 얘기다. 하다못해, 쪽지로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서로 고립된 섬처럼 지내는게 아니라...어수선하더라도 그 가운데 질서가 있는 가족의 관계 같은 것.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 삽화. '비빔툰'의 홍승우씨 낯익은 그림이 곳곳에 등장한다. 아예 아파트 평면도처럼 집을 펼쳐서...실제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엄마 아빠, 형제와 어떻게 '통하는지'...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훨씬 이해가 쉽고, 읽기 편하다. 일본 원전도 원래 이런건지....정말 편집을 잘했다. ㅎㅎ

한가지 조금 짜증 좀 난 대목은...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론. 집안의 주역은 어머니지만, 아버지도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게...바로 등을 보여주는 거란다. 아버지의 등은 곧 존재감이라나. 대화와 다른 또다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단다.  한 방에서 아이 공부할 때 아빠가 컴퓨터 작업이라도 두드리면 낫다는게다. 같은 방에 있지 않아도..거실에서 신문 넘기는 소리만 나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나는 내 아이의 아빠가 등만 보여주고 존재감 주는 사람이 되는게 싫다. 어떻게 된게...이 책의 어머니들은 항상 부엌을 중심으로 지내는데...아빠는 존재감만으로 충분하다고? 왜 부엌 중심의 가족인데..아빠는 받아먹기만 해야 하나. 엄마는 거실에서 신문보는 장면 없이 간식 준비하는 것만 나오지? 흥흥.

요즘 시집살이 중이라....아이들 방도 하나 못 만들어주고 있다. 1년도 안되는 기간 지내려했는데, 이게 최소 3년으로 늘었으니...대책을 세워야 할텐데. 하지만....방이 없다보니, 식탁(얼마전 비싼걸로 바꾸고 쪼매 후회도 했는데..이 책 보니 아주 안심이 된다...--;;)에서 애들 숙제봐주면서, 나는 책을 읽거나, 그야말로 부엌일을 한다. 이게 우리 아이들을 똑똑하게 키우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내 어린시절, 돌아보면..방 구석에 처박히면서, 독서실 다니면서 엄마와 대화가 줄었다. 어차피 가족이 아이들의 울타리에서 구속으로 변하는건...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거실 서재 만들기는 실패했지만, 일단 아이들과 뭐든 함께 볶닥이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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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별빛속에 > 역지사지의 정신? ^ ^ < 당신이 그녀라면 >
당신이 그녀라면(1disc) - [할인행사]
커티스 핸슨 감독, 카메론 디아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예상치 않게. 괜찮은 영화를 하나 건졌다. ^ ^
그렇고 그런 뻔~한 로맨틱 코미디에 염증을 느낄 쯤. 내게 다가온 드라마물 영화. ^ ^

성격도, 취미도, 기타 등등 다른 두 자매.
언니는 너무나 건실한 변호사이지만 외모엔 컴플렉스가 있고, 동생은 화려한 외모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그동안 너무나 흔하게 접하는 소재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 두 자매의 이야기로 만족하지 않고, 그녀들의 할머니를 등장시킴으로서 아빠,엄마를 포함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 범위를 확장해 간다.

매번 이쁜 구두를 사기만 하고 정작 신지는 못하는 언니 로즈,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못찾던 매기.
로즈가 모셔만 두던 그 구두중 하나를 당당하게 신고,
매기가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며 자신의 일을 찾을 때..
나 자신도. 잊고 있었던 나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전체적으론 가족의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자매의 이야기인지라.
남자들 보단 여자들이 공감하기 더 좋은 내용이 아닌가 싶다. ^ ^

 

,<8마일>을 연출했던 커티스 핸슨 감독의 작품으로.
난 못봤지만 에서 인상적 연기를 펼쳤다는 토니 콜레트가 언니 로즈 역을,
기존의 섹시함만 풍기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 카메론 디아즈가 동생 매기 역을 맡았다.
(물론.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도 여러가지 패션을 선보이며, 시종일관 거~의 벗은 모습으로 그녀의 바디라인을 뽐낸다;; ㅎ.ㅎ;;)
갠적으론.. 외할머니역을 맡은 셜리 맥클레인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 ^ (이름은 나도 찾아보고 알았음;; ^ ^; )

 

+ 마지막으로. 나처럼 무지한 분들이 또 계실까하여 덧보태는 사족~@ ^ ^

  - in one's shoes : ~의 입장이 되어, ~을 대신하여.

 영화는. shoes가 가진 두 가지의 뜻. [입장]과 [구두]라는 두 가지 뜻을 잘 활용한다.
두 자매는 그녀들의 [구두]로 인해 다툼이 유발되고, 그녀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서로 화해하게 된다. ^ ^

 

 

 * 매기가. 로즈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낭독해준 詩 *

 

 

 

 

 

 

 

 

 

 

 

 

 

 

 

  

난 당신의 마음과 함께 합니다
늘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내가 어딜 가든
당신이 어딜 가든 말이죠
비록 나 혼자 행하는
일이라도 그건 모두...
당신이 행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대여
난 어떤 운명도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제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난 어떤 세상도 원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당신이
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아무도 모르는
가장 깊은 비밀이 있습니다
여기 모든 것의 근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의 시초가 있습니다
삶이라 불리는 나무의
천국 중의 천국이 있습니다
영혼이 도달할 수 있는,
마음이 숨을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높이 자라는
나무 말입니다
별들이 흩어져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난 당신의 마음과 함께 합니다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 E.E. 커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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