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전략 - 완벽함에 목매지 말고 ‘페어링’에 집중하라!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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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통해 전 세계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세상과 우리가 예상하는 세상의 엄청난 변화를 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서는 전혀 다른 발상이 필요하고, 전혀 다른 발상에는 전혀 다른 대응이 필요하므로, 지금 이 순간 베타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변화를 어떻게 좇을지를 아는 능력'에 대한 것으로 이를 위해 베타의 태도와 자세로 무장한 전략을 제안한다.

베타 전략은 세상의 변화를 영리하게 대응하고, 세상의 변화를 민첩하게 응대하게 해주는 전략으로 '관계'에 역점을 두고, 관계 중심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전략이다.

기업 간의 비즈니스, 기업과 고객은 물론 인간관계 전반에 활용하기 좋은 전략과 처방을 제시해 주고 있어, 뭔가 새로운 시각과 발상, 새로운 대응과 전략, 새로운 세상에서 경영에 승리하고 싶다면 <베타 전략>을 읽어보길 권한다.


베타는 움직이는 무엇입니다. 마치 시계 추처럼, 진동자처럼, 나와 너, 당신과 당신의 그대, 우리와 너의, 그리고 기업과 고객 사이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엇입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양편을 끊임없이, 끊김 없이 이어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끊임없고 ceaseless 끊김 없는 seamless 관계', '끊끊한 관계'가 궁극적으로 베타가 지향하는 것입니다. 끊이지 않게, 끊기지 않게, 양편의 관계를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살아 있는 연결로 만들어주는 무엇이 베타입니다. (39p)

저자가 말하는 베타의 전략(살아있는 연결을 위해 베타가 구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은 '쾌속, 중독, 지속'이다.

'쾌속, 중독, 지속'을 통해 끊임없고 끊김 없는 관계를 얻고자, 3가지 베타의 각성(완벽함을 잊자, 훌륭함도 잊자, 오직 순간의 진실이다)을 통해 베타를 설명한다.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자의 결점을 계산한다.

필요는 충족될 수 있지만 욕망은 충족될 수 없다.

순진한 자는 순간의 진실을 영원이라 믿는다. (40p)


베타의 각성 첫 번째 - 완벽함을 잊자

당연히 완벽하면 완벽하겠지만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다.

완벽하기란 매우 어렵고 완벽해졌다 하더라도 그 완벽을 오래 유지하기도 어렵다.

완벽한 '스피드'라는 것은 원래 없고,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도 원체 어렵다.

기업에게 고객이, 당신에게 상대가, 내게 네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면 기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첫 번째 베타의 각성 '완벽함을 잊자'에서는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덕목으로 '기다리지 않게 함'을 강조하면서, 완벽함을 잊은 베타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쾌속'을 이야기한다.

'쾌속'은 그냥 '속도'가 아닌 '유쾌-상쾌-통쾌'한 속도를 말한다.

여기서 속도를 내는 사람은 당신이나 당신의 기업이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기업에 대한 고객의 느낌이다.

- 새로움을 포장하라.

- 옵션을 주라.

- 원하지 않을 때는 주지 마라.


베타의 각성 두 번째 - 훌륭함을 잊자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고 있다.

'이기적', '개인적'을 넘어 '초개인적'으로 치닫고 있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는 뭔가 다른 방식의 접근과 해결방안이 요구된다.

두 번째 베타의 각성 '훌륭함을 잊자'에서 베타가 내놓은 처방은 '충족되지 않게 함'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끌어내야 할 것은 '필요'가 아니라 '욕망'이다.

상대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하는 것, 그것도 계속적으로 노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듯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품는 것,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는 것, 그 욕망을 충족시키려 자발적으로 계속적으로 애쓰는 것, 이것이 '중독'이다.

- 한꺼번에 다 주지 마라.

- 뭔가 계속 진행되게 하라.

- 잊지 못할 순간을 제공하라.


베타의 각성 세 번째 - 오직 순간의 진실이다.

완벽한 당신은 없고 훌륭한 그대도 없고, 완벽한 기업은 없고, 훌륭한 고객도 없다.

오직 완벽하고 훌륭한 순간만 있을 뿐이다.

세 번째 베타의 각성 '오직 순간의 진실이다'에서 베타가 내놓은 처방은 '순간 되지 않게 함'이다.

베타는 기업과 고객 사이에서 쾌속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중독으로 고객이 다가오도록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나가며, 순간이 되지 않게 '지속'을 추구한다.

- 페어링 하라.

- 고객과 의논하라.

- 제3자를 끌어들여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아는 것보다

변화를 어떻게 좇을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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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창조하는 융합의 탄생 - 나도 말이 안 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최윤규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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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일을 뜻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부터 융합은 미래와 현재를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키워드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과, 문과로 나눠지던 학교에도 융합 교과(창의융합교육)가 생겨났고 과학, 기술 및 인문사회과학 등의 세분화된 학문들이 결합, 통합, 응용되어 만들어진 융합과학도 생겨났으며, 요즘은 반도체 기술, 정보기술의 혁신으로 기존의 기술, 산업, 서비스, 네트워크 등의 구분이 없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융합 제품이나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융합 기술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비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창의융합형 인재'란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며,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더 많은 정보를 암기하고 정해진 방식대로 해결하던 기존의 알고리즘적 지식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문제를 발굴하는 창의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으로 혁신적 창조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지식을 쌓는 시대에서 지식을 활용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상식을 넘어서고 있는 시대, 관점이 다르면 정답도 달라지는 시대, 트렌드를 읽으면 미래가 보이는 시대라는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융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하는 '융합형 인간'일 수 있다.

<가치를 창조하는 융합의 탄생>는 그런 관점에 부합하는 책이라 하겠다.

책의 구성도 재미있다.

7가지 주제에 해당하는 다양한 키워드를 제시한다.

각각의 키워드에 관련된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가치에 전혀 다른 가치를 더한다면 어떨까를 상상하게 만든다.

<융합 키워드>편에서는 '유머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으로 해당 키워드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 내기도 하고 두 개의 단어를 합해서 하나를 상상하고 만들어 내는 훈련(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중요 포인트는 1+1=1이라 할 수 있다.

기술+관점+트렌드=융합의 시작이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고 흔해서 달리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에 창의력을 발휘해 무언가를 더해보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가치와 가치가 만나 전혀 다른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융합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상상력, 창의력,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므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융합 키워드의 핵심 - 허무맹랑해도 됩니다. 말이 안 돼도 됩니다. 웃겨도 됩니다. 그냥 남 눈치 보지 말고 해보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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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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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에는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추모하며 미출간된 법문 31편을 수록한 법정 스님의 법문집이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법회와 대중 강연을 통해 스님이 전해주셨던 큰 울림의 메시지를 담았다.

법정 스님은 대학을 다니던 중 출가를 결심하고 당대의 고승 효봉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받고, 치열한 수행을 거치며 교단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시다가, 홀연히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수행하시며 글을 쓰시고, 구도자이며 사회운동가, 환경운동가로 활동하신 이 시대의 스승이었고 우리 시대의 마지막 큰 어른이었다.

"생전에 밥값은 하고 가야겠기에 이 일 한 가지만은 꼭 하고 싶다."는 스스로의 뜻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했던 스님은 개인의 청정함(맑음)이 사회적 메아리(향기로움)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1994년 '맑고 향기롭게'를 발족하셨다.

<좋은 말씀>에 담긴 법문들의 핵심은 '나눔'과 '맑은 가난'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스님이 전 생애에 걸쳐 견지하셨던 삶의 질서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좋은 말씀이 너무나도 많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읽고 넘어갈 수가 없다.

책장 사이사이마다 인덱스를 붙이고, 읽고 생각하고 다시 되돌아가 또 읽어보기를 반복한다.

집 책장에는 좋은 글, 좋은 문장, 명언집 등 곁에 가까이 두고 읽으며 깨우침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다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좋은 말씀>을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내뱉고 싶은 데로 화, 짜증, 분노를 쏟아내진 않았는지, 힘들다고 속상하다고 투정 부리던 번잡한 마음도 알고 보면 내 마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남 탓하기에 급급했던 건 아닌지 책을 읽는 내내 점점 부끄러워지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며 조금씩 시들어 버릴지도 모르는 마음이지만,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다는 불성과 영성의 씨앗을 틔워낼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고자 노력해야겠다고, 스님처럼 큰마음과 큰 뜻을 품으며 살진 못하더라도 한순간 한순간을 그냥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보면서 삶을 거듭거듭 개선하고 심화시켜 가는 명상이고, 또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지혜의 길이요, 후자는 자비의 길입니다. 이 두 길을 통해 우리는 본래부터 지녔던 불성과 영성의 씨앗을 틔울 수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지닌 그 귀한 불성의 씨앗으로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길 거듭 다짐합시다. (112p)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낳아 주고,

쉬움과 어려움은 서로를 이루어 주며,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 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를 다하게 하며,

음과 소리는 서로 화답하고,

앞과 뒤는 서로 뒤따른다. <도덕경>

사물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는 가르침입니다. 존재는 독립된 개체로서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보완하면서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가진다는 얘기입니다. 현상과 사물을 인식하는 전통적인 동양의 지혜가 돋보이는 말씀입니다. (12p)


인생이란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분명코 그것은 일회로 끝이 납니다. 어제와 내일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지라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늘 '지금'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15p)


불교에서는 생사윤회의 근본 원인을 탐욕이라고 합니다. 고통스러운 생사윤회가 일어나는 원인은 바로 분수 밖의 욕심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나누어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는 보다 넉넉한 내면의 세게를 지닐 수 있습니다. 또 거기에서 자비의 꽃이 피어납니다. 보시바라밀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 나가는 가장 요긴한 덕복이라는 육바라밀 중 첫째가 바로 보시, 나누어 가지는 바라밀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만 합니다. 나누어 갖지 않으면 이웃이 될 수 없으며, 인간이 될 수도 없습니다. (22p)


사람의 얼굴은 자비와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추해지기 마련이에요.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집안 식구를 보살피고 친구를 위하는 그러한 자비심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사람은 순간순간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만약 사랑이 깃들지 않는다면 사람의 얼굴은 단순한 하나의 소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스럽고 덕스러우며 희생적인 행을 통해서 자기다운 얼굴을 갖추게 되는 겁니다.

맑은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 그것은 껍데기에요, 혼이 없는 얼굴은 빈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많은 영혼이 깃들지 않은 미모는 마치 유리로 만든 눈과 같습니다. (30p)

비본질적인 것, 불필요한 것은 다 버리세요. 털어 버리세요. 그래야 홀가분해집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야 새해에 새 움을 띄울 수 있어요. 만약 나무가 묵은 잎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면 새 움이 트지 않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가졌던 어떤 생각, 불필요한 소유들, 계절의 변화 앞에서 정리할 수 있어야 돼요. 그렇게 하면 새로워져요. 맑은 바람이 돕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어요. 그런 것이 생활 습관이 되어야 해요. (37p)


'마음속에 남을 미워하는 생각을 지니면, 지금은 비록 사소한 말다툼이라 할지라도 이다음에 가서는 그것이 큰 원수로 별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장에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마음속으로는 깊은 원한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사를 되풀이하면서 서로 앙갚음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마음의 메아리입니다. 조금이라도 서운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그것이 꼬투리가 되어서 자꾸 새로운 가지를 치고 줄기를 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자기 자신도 거기에 얽혀서 어떻게 해보지 못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옵니다.

<법구경>에는 또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풀어지지 않는다. 원한을 버릴 때에만 풀리나니 이것을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라.' (42p)


사람이 지니고 있는 최고의 덕이 무엇입니까? 사랑입니다. 사랑의 덕은 지혜에서 나오지 지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유식해지기 위해 절에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이 알 필요 없습니다. 몰라도 돼요. 바르게 살 수 있으면 됩니다. 자기답게 살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사랑과 덕은 지혜에서 나오지, 지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 주고 포근하게 감싸 주는 것은 지혜이지 결코 지식이 아닙니다.

지혜는 참고 견딜 줄 알게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밖으로 쳐자보려고만 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고 텅텅 비우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47~49p)


묵언이란 무엇입니까? 묵언하더라도 진짜 필요한 말은 해야지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묵언입니다. 그동안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지껄이느라 얼마나 혀와 입술을 수고시켰습니까?

<숫타니파타>라는 초기 경전에 보면,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고 합니다. 인도 사람들의 비유예요. 그 도끼를 가지고 스스로를 찍는다고 합니다. 말이란 그런 겁니다. '구시화문 口是禍門이니 필가엄수 必可嚴守니라. 입은 재앙의 문이니 반드시 엄히 단속해야 된다.' 이런 법문이 있습니다.

진짜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어떤 말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불교 경전에, 부처님 말씀에 나옵니다. 해야 할 말은 나 자신에게도 덕이 되고, 또 듣는 사람에게도 덕이 되며, 그 말을 전해 듣는 제삼자에게도 덕이 되는 말입니다. 이것이 해야 할 말이에요. (59~61p)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참는 버릇을 들여야 됩니다. 생각난다고 해서 다 쏟아 내면 말의 의미가, 말의 무게가 여물지 않습니다.

(67~68p)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어버립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만족할 줄 알면 비록 가진 것은 없더라도 부자나 다름없습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제 자신이 몹시 부끄럽고 가난하게 느끼는 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앞에 섰을 때가 아닙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지만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입니다. (110p)


행복이란 그런 거예요. 넘치면 고마운 줄 몰라요. 넘치는 것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그런 뜻이에요. 조금 모자란 데서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됩니다. 남보다 적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생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부자예요. (116p)


이 절의 불단에 모신 부처님은 상징적인 부처님이에요. 집에 있는 남편과 아내, 자식을 살아 있는 부처님으로 생각하세요. 일체중생 一切衆生 개유불성 皆有佛性,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이라고 해서, 아내라고 해서 부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어요? 부처라는 개념을 거창하게 생각해서 탁자 위에 노랗게 올라앉아 공양이나 받아먹고 사월 초파일에 등불 켜서 추모하는 이런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하세요. 부처님은 바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121p)


우리가 태어날 때 어머니의 몸을 버리고 나왔고, 또 죽을 때는 이 몸을 버리고 가요. 버리는 데서 시작해서 버리는 데서 끝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그 도중에라도 버릴 것은 버릴 수 있어야 됩니다. 버릴 것을 버려야 새것을 맞이하게 됩니다. (124p)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꼭 필요한 것만 갖겠다는 생활신조를 가진 사람은 절제의 미덕을 알아요. 자기 욕망과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고 절제하는 거예요. 밖으로 드러내어 과시하기보다는 안으로 맑고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누릴 줄 알아요. 또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안을 추구합니다. 마음의 평안이 제일이에요. 이와 같은 절제의 미덕을 배우려면 먼저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됩니다. 적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돼요. (132~133p)


하루하루 충만한 삶을 살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내일로 미루지 마세요. 내일은 없어요. 늘 오늘이고 지금이에요.

오늘 저를 만난 인연으로 혹시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나 이웃이 있다면 오늘 가서 마음을 푸세요. 그러면 좋은 날이 됩니다. 그동안의 묵은 빚을 오늘 갚으리라, 이렇게 마음먹고 풀어버리세요. 그래야 내일이 좋은 날이 돼요. 그런 각오로 하루하루를 사세요. 그러면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140p)


<좋은 말씀>으로 법정 스님의 법문을 만날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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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
브루스 그리어슨 지음, 서현정 옮김 / 해의시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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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의 원작은 <What Makes OLGA Run?>이다.

몇 년 전 90대의 육상 스타에 대한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그때 그 사람이 '올가 코델코'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TV프로그램이나 신문의 '해외 토픽' 난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에서나 접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이야기다.

90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50대 적인 신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육상 스타 할머니, 올가 코델코.

이 책은 '믿거나 말거나'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실존하는 인물이었던 올가를 통해 '기록을 깨며 시간을 거슬러 가는 90대 육상 선수의 장수와 행복한 삶에 관한 기적 같은 비밀'을 알려준다.

저자인 브루스 그리어슨은 <유턴 U-Turn>의 저자이며, <뉴욕타임스>매거진과 <사이콜로지 투데이>등 많은 출판물에 기고를 하고 있는 25년 경력의 프리랜서 작가다.

어린 시절엔 육상 선수였고 좋은 체형과 체력을 유지해 왔지만 50세가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중년의 쇠퇴를 겪으며 체력, 지구력, 에너지, 심지어는 기억력조차도 떨어지게 되었을 때 올가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늦깎이 육상 선수로 한창 활약 중인 94세 할머니였던 올가를 몇 년 동안 따라다니며 그녀의 모든 일상(먹고, 교제하고 훈련하고, 경쟁하는 모든 것)을 시켜보면서 늙지 않는 비밀을 찾게 되었고, 중년을 맞이하고 노년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한다.


우리는 100세 시대가 이젠 현실이 되어버린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오래오래 사세요'란 말을 덕담으로 듣기엔 너무 오래 살게 되어버린 이 길고 긴 인생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건강하게'다.

오래 사는 것보다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고 급격한 신체적인 변화를 느끼게 되면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는 순간 '살고 싶어 운동한다'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의사들도 한결같이 "(살고 싶으면) 운동하셔야 합니다!!! "라며 운동을 강조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올가를 비롯한 70~80대에도 왕성하게 뛰고 달리고 있는 노인분들이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주관하는 테스트에 참여하고 연구 실험(인지능력 실험, 신종 체력 훈련 기법을 통한 체력 측정)에 그들의 혈액과 DNA를 제공했다.

연구 실험 결과 이들 젊은 노인들의 건강 비결의 7할은 '후천적 노력'과 '꾸준한 운동'때문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분들에게는 불가항력의 필연적 흐름이라고 여겼던 노화의 과정, '늙으면 퇴보하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과학적 실험의 내용과 결과가 확인시켜 준다.

올가 할머니만큼은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역노화 현상을 보여주는 어르신들을 종종 뵐 수 있다.

나이대를 가늠할 수 없는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관리하시는 모습을 뵐 때면, 나는 그분들에 비하면 한창 젊은 나이일 수도 있는데 체력관리에 소홀했고 게을렀다는 것을 반성하게 된다.

책 속에는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현대 직장인들의 생활 방식이 지닌 위험성, 그런 위험성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과 다양한 운동의 효과들을 생동감 있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올가 할머니를 통해 다각도로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두뇌 체력, '신체 체력', '일상 체력', '마음 체력'등의 네 분야에 걸쳐 운동법과 생활 습관을 정리했으며, 육체적인 운동은 물론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뇌 운동,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도 몸을 움직이는 습관,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 하루 중 운동하지 않는 나머지 95%의 시간에 할 수 있는 '심신 단련법'까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올가가 알려주는 '인생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9가지 방법'은 누구나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목록이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실행해보면 좋을 것 같다.

계속 움직여라, 운동 습관(루틴)을 만들어라, 기회주의자가 되어라. 친절한 사람이 되어라, 무언가를 믿어라, 감사하라, 발전한다는 마음을 가져라, 사랑하지 않는 일(하기 싫으면)은 하지 마라, 지금 시작하라.

우리 몸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다섯 가지 고위험 질환의 발병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을 포함해서 자주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걷든 뛰든 움직일 때 우리의 몸과 두뇌는 잘 작동하게 되면서, 더 빨리 생각하고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하며 더 잘 기억하게 된다.

매일 한 움큼씩 먹는 각종 영양제보다는 운동화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밖으로 나가보자.


스트레스가 정보화 시대의 '진폐증'이라면 앉아만 있는 비활동적인 생활 태도는 현대사회가 낳은 스트레스만큼이나 해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우리 시대의 매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2p)


그 끝에는 제2형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그밖에 '문명의 질병'이라고 불리는 열여덟 가지나 되는 만성질환이 기다리고 있다. 학자들이 운동 부족을 '비활동적 사만 증후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173p)


세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필요는 없다. 세상 모든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할 필요도 없다. 실수해서 다시 도전하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246p)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부정적인 특성으로, 사람을 늙게 만든다. 단지 비유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우리는 쉽게 하던 일들을 망치는 게 두려워서 전심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남들 눈에는 세상에 무관심한 것으로 - 재미없는 사람으로 - 보이는데, 사실은 슬픈 모습이다. 인생에 무관심한 태도가 습관이 되는 순간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가 죽는다. (333~33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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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7
김서형 지음 / 살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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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처음 발생한 이후 2020년 6월 현재까지 전 세계는 생존과 경제의 위협과 공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팬데믹 상태에 있다.

전염병이 지구상 모든 대륙에서 유행하게 되는 현상을 '팬데믹'이라고 하는데, 지금껏 수많은 바이러스의 습격이 있었고 인류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전염병들이 창궐했지만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사스, 에볼라,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은 다른 어느 시기보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국경을 가리지 않고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과학과 의술은 점점 더 발달하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었는데도 과거와 같은 전염병의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김서형 교수는 국내 최고 질병사(史) 전문가로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전염병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이동으로 형성되고 확대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전염병의 발생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인간과 함께 이동한 전염병은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류 역사 속에서 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빅 히스토리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오래전부터 인류의 이동을 있어왔지만 그 범위가 오늘날에 비해서는 좁은 편이었다.

인간의 이동은 단순히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상품, 물건, 사상, 종교, 그리고 전염병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오늘날 현대사회는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도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전 지구적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결국 유행성 전염병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점점 문명이 발전하고 산업 네트워크가 조성되고 전 세계적인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성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마저도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전염병은 핵 전쟁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무섭다.

우리는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을 경계해야 한다.

<빌 게이츠>


<책 속으로....> 실크로드는 중국 산시 성의 시안에서 시작하여 시안의 비단, 항저우의 면직물, 광저우의 도자기와 차 등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 북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이스탄불)까지 이어진다.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한 것은 사람과 상품뿐만 아니라 165년에 로마제국에서 발생한 역병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18세기까지도 이 전염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명하진 못했지만 당시의 기록을 토대로 '천연두'라 추정하고 있단다.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천연두는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던 훈족이 옮겨 다니면서 아프로-유라시아의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수많은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고 있던 글로벌 네트워크인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까지 번져간 것이다.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바닷길'에도 수많은 네트워크가 결합되어 있었다.

바닷길은 이집트 북부에 있는 알렉산드리아로부터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거쳐 인도와 말라카 해협을 지나 중국 광저우에 이르는 해로를 말한다.

541년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게 되는데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그 역병을 '페스트'로 추정한다.

페스트는 로마제국의 항구도시였던 펠루시움에서 처음 발생한 역병으로, 페스트균에 의해 감염되는 페스트는 야생에 사는 다람쥐나 들쥐에서 나타나는 전염병인데 집쥐나 곰쥐가 인간에게 페스트균을 옮기게 되었고 바닷길을 항해하는 배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게 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한 몽골제국은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도로를 정비했다.

체계적으로 정비된 도로는 교역이 활발해지는데 중요사 요소가 되긴 했지만 전염병의 확산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14세기 동안 아프로-유라시아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은 '흑사병'이었다.

'페스트'라고도 부르는 '흑사병'은 중국 남서부 지역 윈난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던 풍토병이었다.

쥐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에게 흑사병을 옮기는데, 몽골제국 전역과 인접한 지역까지 널리 퍼져나갔고, 결국 유럽 전역을 휩쓸게 된다.

흑사병이 만연한 1340년대 유럽에서는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어서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많은 유대인들에 대한 방화, 살인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유럽의 여기저기서 거리에는 시신들이 가득 쌓였는데, 그 사이로 특이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새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온 가면을 쓰고 긴 가운을 입었다. 모자를 쓰고 장갑을 낀 채 긴 막대기로 시신들을 뒤집어 보는 이들을 바로 의사였다. 마스크에는 향신료나 식초를 묻힌 헝겊을 넣었고, 눈 부분에는 유리를 넣었다. 흑사병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었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환자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뿐이다. 요즘 말로 '사회적 거리 두기'다. (57p)


흑사병이 유럽 사회에 미친 영향을 실로 엄청났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2억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역사가도 있다.

흑사병은 십자군 전쟁과 더불어 1,000년 이상 유럽을 지배한 교회가 붕괴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영주나 제후는 교회의 간섭과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권력을 확대해나갔으며, 이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 탄생하는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1990년 국내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키팅 선생이 좋은 대학이나 직장을 가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한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강조한다. '지근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사실 '카르페 디엠'은 1340년 대 흑사병이 만연한 유럽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들이 죽어 나가던 상황 속에서 남겨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뜻으로 서로에게 해주는 인사말이었다. (59p)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매우 흥미롭다.

1장에서는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크워크와 전염병, 2장에서는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과 전염병, 3장에서는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와 전염병, 4장에서는 전쟁과 전염병, 5장에서는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연두, 페스트, 흑사병, 매독, 황열병, 콜레라, 결핵,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1918년 인플루엔자, 전쟁으로 인한 셀 쇼크(원자폭탄, 고엽제), 말라리아, 에이즈, 에볼라바이러스,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신종인플루엔자 A,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인류의 역사가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유행성 전염병들이 인류 문명에 여러 차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온' 전염병이 휩쓸고 간 세계사(빅 히스토리)'를 통해 전염병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이후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인가 그럴지 못할 것인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키우는 식견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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