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7
김서형 지음 / 살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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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처음 발생한 이후 2020년 6월 현재까지 전 세계는 생존과 경제의 위협과 공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팬데믹 상태에 있다.

전염병이 지구상 모든 대륙에서 유행하게 되는 현상을 '팬데믹'이라고 하는데, 지금껏 수많은 바이러스의 습격이 있었고 인류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전염병들이 창궐했지만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사스, 에볼라,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은 다른 어느 시기보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국경을 가리지 않고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과학과 의술은 점점 더 발달하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었는데도 과거와 같은 전염병의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김서형 교수는 국내 최고 질병사(史) 전문가로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전염병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이동으로 형성되고 확대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전염병의 발생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인간과 함께 이동한 전염병은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류 역사 속에서 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빅 히스토리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오래전부터 인류의 이동을 있어왔지만 그 범위가 오늘날에 비해서는 좁은 편이었다.

인간의 이동은 단순히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상품, 물건, 사상, 종교, 그리고 전염병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오늘날 현대사회는 과거의 어느 시기보다도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전 지구적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결국 유행성 전염병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점점 문명이 발전하고 산업 네트워크가 조성되고 전 세계적인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성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마저도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전염병은 핵 전쟁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무섭다.

우리는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을 경계해야 한다.

<빌 게이츠>


<책 속으로....> 실크로드는 중국 산시 성의 시안에서 시작하여 시안의 비단, 항저우의 면직물, 광저우의 도자기와 차 등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 북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콘스탄티노플(오늘날의 이스탄불)까지 이어진다.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한 것은 사람과 상품뿐만 아니라 165년에 로마제국에서 발생한 역병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18세기까지도 이 전염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명하진 못했지만 당시의 기록을 토대로 '천연두'라 추정하고 있단다.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천연두는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던 훈족이 옮겨 다니면서 아프로-유라시아의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수많은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고 있던 글로벌 네트워크인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까지 번져간 것이다.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바닷길'에도 수많은 네트워크가 결합되어 있었다.

바닷길은 이집트 북부에 있는 알렉산드리아로부터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거쳐 인도와 말라카 해협을 지나 중국 광저우에 이르는 해로를 말한다.

541년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게 되는데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그 역병을 '페스트'로 추정한다.

페스트는 로마제국의 항구도시였던 펠루시움에서 처음 발생한 역병으로, 페스트균에 의해 감염되는 페스트는 야생에 사는 다람쥐나 들쥐에서 나타나는 전염병인데 집쥐나 곰쥐가 인간에게 페스트균을 옮기게 되었고 바닷길을 항해하는 배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게 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한 몽골제국은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도로를 정비했다.

체계적으로 정비된 도로는 교역이 활발해지는데 중요사 요소가 되긴 했지만 전염병의 확산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14세기 동안 아프로-유라시아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은 '흑사병'이었다.

'페스트'라고도 부르는 '흑사병'은 중국 남서부 지역 윈난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던 풍토병이었다.

쥐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에게 흑사병을 옮기는데, 몽골제국 전역과 인접한 지역까지 널리 퍼져나갔고, 결국 유럽 전역을 휩쓸게 된다.

흑사병이 만연한 1340년대 유럽에서는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어서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많은 유대인들에 대한 방화, 살인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유럽의 여기저기서 거리에는 시신들이 가득 쌓였는데, 그 사이로 특이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새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온 가면을 쓰고 긴 가운을 입었다. 모자를 쓰고 장갑을 낀 채 긴 막대기로 시신들을 뒤집어 보는 이들을 바로 의사였다. 마스크에는 향신료나 식초를 묻힌 헝겊을 넣었고, 눈 부분에는 유리를 넣었다. 흑사병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었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환자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뿐이다. 요즘 말로 '사회적 거리 두기'다. (57p)


흑사병이 유럽 사회에 미친 영향을 실로 엄청났다고 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2억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역사가도 있다.

흑사병은 십자군 전쟁과 더불어 1,000년 이상 유럽을 지배한 교회가 붕괴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영주나 제후는 교회의 간섭과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권력을 확대해나갔으며, 이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 탄생하는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1990년 국내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키팅 선생이 좋은 대학이나 직장을 가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한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강조한다. '지근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사실 '카르페 디엠'은 1340년 대 흑사병이 만연한 유럽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들이 죽어 나가던 상황 속에서 남겨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뜻으로 서로에게 해주는 인사말이었다. (59p)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매우 흥미롭다.

1장에서는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크워크와 전염병, 2장에서는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과 전염병, 3장에서는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와 전염병, 4장에서는 전쟁과 전염병, 5장에서는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연두, 페스트, 흑사병, 매독, 황열병, 콜레라, 결핵,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1918년 인플루엔자, 전쟁으로 인한 셀 쇼크(원자폭탄, 고엽제), 말라리아, 에이즈, 에볼라바이러스,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신종인플루엔자 A,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인류의 역사가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유행성 전염병들이 인류 문명에 여러 차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온' 전염병이 휩쓸고 간 세계사(빅 히스토리)'를 통해 전염병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이후 세상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인가 그럴지 못할 것인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키우는 식견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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