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불안 -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에이미 립트롯 지음, 성원 옮김 / 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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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stant”의 한국판 제목이 "온전한 불안"으로 확정되기까지 여러 고민과 노력들이 있었겠지만, 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제목은 아니다. 물론 작품 전반에 수시로 드러나는 주인공이 불안한 감정을 종종 드러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오히려 그 외의 다양하고 중요한 감정선들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현학적이고 문학적인 느낌의 옷을 입은 제목 대신,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영어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서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중간중간 번역이 어색하거나 잘 와닿지 않는다고 느껴지는데, 번역자가 여자가 아니거나 젊은 사람이 아니거나 혹은 둘 다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도시, 다양한 나라, 다양한 환경에서 옮겨다니며 살아온 내 개인적인 경험들이 없었더라면 모국어 번역으로 묘사하는 그 대상들을 과연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어떻게 느꼈을까' 하는 의문이 내내 들었다. 그게 내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이 책은 번역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애초에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어내고 나니, 그런 생각은 내가 이 작가의 이전작 덕분에 얻어진 명성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 미리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면서 책을 읽어내려갔기 때문에 잠시 헷갈렸던 것일뿐, 절대 난해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것은, 다른 독자들은 다른 부분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투사하여 다른 감정을 느끼며, 다른 부분에서 공감하거나 감동하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고독,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기본적인 욕구나 욕망은 인류보편적인 성질의 것들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점은 이 작품이 일기의 형태를 수시로 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독일어인 "페른베(Fernweh)", 영어로는 "Distance Pains", 즉 "다른 어딘가에 있고자 하는 감정"인데, 한때 많이 회자되던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는 현재진행형이자 여전히 미래형이다. 특히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격리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동시에 그와 반대로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구글어스나 구글맵과 같은 도구들을 통해서, 방구석에서조차 알지 못하는 먼 곳에 대한 지리적 탐험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렇듯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늘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지금 바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휴대폰 앱을 통해서 달, 조수의 흐름,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의 과도기에서 본거지를 떠나 움직이는 과정들과 가고 싶은 곳들을 도표화하기 위해 계속 휴대폰 앱을 사용한다. 베를린에서의 일년은 13개의 달을 통해 서술되는데, 그러면서 주인공이 겪는 욕정, 사랑, 상실은 마치 차오르고 저무는 달의 움직임과 유사하지 않나 싶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자기 자신 그대로이며, 자기 스스로인 "나"를 찾아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주인공은 자신의 성욕과 연애 감정에 대해서 직선적으로 고백하고 자신의 본능과 감성에 충실한 매운 맛의 존재이다. 그와 더불어, 디지털 시대에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 자연에 대한 탐구, 새로운 대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은 고대의 지식인 음력으로 표현되는 달을 양념으로 해서 잘 버무려진다. 갓 버무려진 김치처럼 풋내 나지만 알싸하고 감칠맛 도는 그런 맛의 작품이다. 갓 담근 김치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도 참고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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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 컬러링북 -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컬러링북
전선진 지음 / 마음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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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컬러링북을 접하기 전에 먼저 마음책방 인별지기님께서 책 소개글에 남기신 말씀을 읽었는데요, 80이 넘으신 노모께서 컬러링북에 심취 중이신데 인지력이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으셨답니다. 그래서 신간이 나올때마다 컬러링북을 사드리곤 해드리다가,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김에 이번에는 직접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셔서 직접 컬러링북을 만들어보셔야겠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판자 본인의 따듯한 효심에 감화되기도 하였고, 책넘김 영상을 보니 속지 도안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봄날의 햇살 컬러링북>이라는 제목부터가 벌써 이 봄에 딱 어울리는 신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 나니 표지 일러스트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꽃들이 코팅되어 반짝거리는 느낌이 정말 햇살을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불필요하게 분량만 잡아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렇다 저렇다하는 서론이나 기술적인 설명 없이, 표지를 열면 목차 이후 바로 본론인 도안이 시작됩니다. 



목차만 보아도 정말 봄을 위한 컬러링북임을 알 수 있습니다. Part 1 은 "봄을 알리는 꽃", Part 2는 "봄을 만끽하는 꽃", 그리고 Part 3은 "여름을 기다리는 꽃"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는데요, 초봄부터 늦봄까지 온 봄을 꽉 채우는 봄날에 피어나는 27가지 꽃들을 테마로 한 컬러링북입니다. 목차 이후부터는 도안들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인 채색도구 소개나 워밍업 없이 바로 도안들이 나오는지라, 컬러링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보다는 약간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을 타겟으로 하는 컬북이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각 봄꽃들을 주제로 하여, 왼쪽 페이지에는 꽃피는 시기와 꽃말이 함께 적힌 작가님의 예시 일러스트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큼직하고 깔끔한 도안이 수록되어 있어서, 어떤 색으로 칠해야할지 고민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취미이기는 하지만 컬러링에 진심인 사람이라, 컬러링북의 종이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도안이 예쁘지만 종이질이 좋지 않는 경우는 도안을 책이 아닌 다른 좋은 종이에 복사해서 색칠해야 하는데, 이건 시간과 비용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더 소요되는 일이라 그다지 달가운 상황은 아니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종이 질이 좋으면 책 위에 곧바로 색칠을 할 수 있어서 컬러링이 더 신나고, 컬러링북 본연의 용도에 충실한 것같아서 구매에 대한 만족감을 더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날의 햇살 컬러링북>은 종이가 부드러운데 도톰하고 넘길때 뽀도독하는 느낌이라 손으로 만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도안을 하나 칠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얼마전 화단에 잔뜩 핀 제비꽃들이 생각나서 제비꽃 도안을 골랐는데요, 도안에 표시된 명암부분에 먼저 진한 색으로 살살 밑색을 까는데 색연필이 뭉치거나 미끄러짐이 없이 잘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다른 여러 색들을 꺼내서 두겹 세겹 올리며 칠해보았습니다. 이리저리 다른 기법을 동원해서 칠했는데요, 무엇을 해도 발색이 선명하게 잘되고 색을 뱉어내거나 밀어내는 느낌이 없었으며, 블렌딩을 해도 종이가 일어나거나 벗겨지지 않더라고요. 덕분에 보라색 제비꽃들이 칙칙하지 않고 화사하게 표현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 장 칠하고 나니 뭔가 더 칠하고 싶기도 하고, 종이가 톡톡하니까 가벼운 물감채색도 견뎌내 줄것 같은 궁금증이 들길래 한 장 더 칠해보기로 했습니다. 창가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가 귀여워 보여서 선택했습니다. 



물감을 풀어서 하늘을 칠하기 시작했는데요, 여러번 붓질을 해도 종이가 일어나거나 구멍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이번에는 도안 전체를 모두 물감을 사용해서 색칠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물을 많이 섞어서 꽃의 가운데부분과 이파리들을 칠했는데요, 물을 많이 섞으니 확실히 뒷면에 영향이 있기는 합니다. 뒷면 일러스트에 초록색이 배었더라고요. 다시 물을 적게 해서 나뭇가지들과 창틀을 칠했는데, 그 부분들은 뒷면에 피해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물감 채색을 원하시는 분들은 물감에 물을 적게 섞어서 칠하시면 무난하게 색칠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색칠하면서, 부제목처럼 정말 색칠할수록 행복해지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컬러링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충분히 칠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도안들이 워낙 세밀하고, 명암이 필요한 부분에는 연하게 연필선으로 어두운 부분이 표시가 되어 있어서, 도안 속의 면면들을 좋아하는 색으로 천천히 채워 나가다보면 어느새 그럴싸한 예쁜 그림이 완성될 것입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맞이하는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감성의 컬러링북을 찾으시는 분들과 예쁜 봄꽃들을 주제로 한 아기자기한 그림체의 컬러링북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 <봄날의 햇살 컬러링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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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물들이는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 - 길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건물과 풍경의 기록 어텐션 시리즈
땡란 지음 / 제이펍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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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맛배기로 배웠던 풍경수채화에 대한 좋은 기억과 막연한 동경을 간직하고 있기에, 멋들어진 수채화나 수채컬러링 작품들을 보면 당장은 하지 못할 장르이지만 욕심을 내서 수채색연필과 수채물감을 사기도 했고, 부족한 스케치 능력은 컬러링북에 의지해 가보자는 생각으로 수채화컬러링북들이 나오면 얼른 구입해서 호기롭게 책을 물감으로 칠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지 않은 제 수채경력 상으로는, 수채컬러링북이 물을 너무 심하게 흡수해서 다음 색을 칠하기가 너무 힘들다거나, 물감이 너무 빨리 말라 붓자국이 심하게 남는다거나, 칠했던 색이 다른 색을 올리면 벗겨지거나 물감들이 계속 뱉어내지는 느낌이 든다거나, 종이가 여러번의 붓질을 견디지 못하고 때처럼 벗겨지거나 찢어지기도 한 적이 많았거든요.  


그러던 차에 예쁜 어반 일러스트 표지에 "고급수채화용지"를 사용했다는 문구로 제 맘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땡란 작가님의 <어반 스케치 컬러링 북>입니다. 제가 그동안 시중에 출간된 대부분의 수채컬러링북을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실망하는 한편 다음에 나오는 책은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탐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은 상냥하고 친절합니다. 화려한 작가님의 일러스트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겉표지(뒷표지)에서부터 난이도 표시를 해 주어 책을 펼쳐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고, 책을 열면 초반부에 도움될만한 기본적인 화구 소개와 더불어 작가님이 예시 일러스트에 사용한 컬러칩을 색상명과 함께 소개하고 나서, 컬러링에 도움될만한 기본적인 채색 기법과 도안별 채색방법 예시로 워밍업을 시켜줍니다.  [Part 1]은 그런 내용들이 종합된 컬러링 튜토리얼로서 자신감 없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내용을 시작합니다.








[Part 2]에서는 컬러링북의 핵심인 컬러링 도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수채컬러링을 갈망하는 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한장 한장 넘겨보며 느낀 인상은 도안 선들이 잘 정리가 되어 깔끔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인쇄 상태가 흐렸다 진했다 회색빛이었다가 브라운톤이었다가 하던데, 생각해보니 작가님이 "드리는 말씀"에서 도안별 스케치선은 각 작품에 어울리는 색상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기억났습니다.인쇄 불량이 아닌 작가님의 세심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종이 질도 중목 느낌에 도톰한 것이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책 겉표지에 강조되어 있었떤 것처럼 정말 "고급수채용지"를 사용했을지,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해져서 얼른 색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도안들은 서점이나 다른 리뷰 글들에서 많이 보셨을 것 같아서 생략합니다. 고급 수채용지를 사용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종이 결이 보이시지요? 약간 거칠어 보이기는 합니다만, 기대되는 질감입니다. 



그런데 책 속에는 수채용지에 인쇄된 도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록]에는 본문의 도안들이 일반용지에 다시한번 그대로 인쇄되어 있는데요, 먹지를 활용해 원하는 종이에 스케치를 옮겨 쓰고 싶은 독자를 위한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는 옮겨그리기나 복사도 좋지만, 그러기가 번거로운 독자들은 색연필을 이용해 부록 부분의 도안들 위에 바로 컬러링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이니만큼 저는 물감으로만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가장 첫번째 도안을 칠해보기로 했습니다. "화사한 지붕과 소담한 정원이 있는 집"이라니.. 로망인 집이기도 하고 마젠타 색을 좋아해서 작가님이 제시하신 컬러칩과 비슷한 색들을 골라보기로 했는데요, 작가님이 가지신 물감과 제가 가진 물감이 상이해서 예시 일러스트같은 느낌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 김에 물칠이나 시원하게 해보자 싶어서 하늘색을 옅게 풀어서 배경부터 칠해보았는데, 종이 물번짐이 다른 수채화컬러링북과 달리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서 잔디밭도 이왕이면 물을 더 많이 사용해서 더 넓게 칠해보았습니다. 사방으로 우글쭈글해질 줄 알았는데, 물결같은 파도를 그리며 우그러지더라고요. 불안한 마음에 더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말려보았는데, 종이가 벗겨지거나 일어난 부분이 없길래 좀더 다양한 색으로 덧칠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작가님 추천대로 인조모를 사용해서 레몬빛도 올려보고 초록빛도 올려보면서 세겹 네겹 반복해 붓질해가며 덧칠했는데 벗겨지거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과물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도안도 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집이 아닌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끌려서 "무지개 빛 해안 도로"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번짐이 어떤지 체크해 보고 싶었거든요. 물을 많이 써서 마음껏 물감칠을 하다가 망하더라도 '물을 너무 많이 쓴 내 잘못이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달까요. 그런데 시작도 전에 작은 문제가 있었어요. 작가님이 제시하신 컬러칩들 중에 제가 가진 색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물을 많이 써보기로 한 김에 재량껏 조색을 해 보았습니다. 풍경은 계절마다 시간대마다 달라보이는 것이니까요. 




저는 어둑해지려고 하는 흐린 하늘과 잔잔한 바다 느낌을 내보았습니다. 제가 미술전문용어를 잘 몰라서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취미 컬러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물번짐도 어느 정도 잘 되는 것 같고요, 물감 색 유지도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알록달록한 무지개빛 보호석 덕분에 칙칙해 보이지 않고, 화사한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네요 :)




겨우 두 장을 칠해보고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의 진면목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수채화 컬러링 북"이라는 이름으로 기대감을 주었다가 큰  실망감만 남기는 컬러링북이 절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프롤로그에서 말씀하신 대로, '종이에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컬러링북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종이 때문에 실망감으로 이 책을 떠나버리게 될 것 같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된 풍경들과 보는 이들 저마다의 정겨운 사연들을 담아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컬러링북을 접해 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가이드나 대가 없이 작성한 후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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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 수채화로 그린 모네가 사랑한 꽃과 나무
박미나(미나뜨)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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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십년 전 출장 차 파리에 갔을 때 인상파의 창시자인 모네의 정원이 파리 부근에 있다는 말을 듣고 꼭 들러보고 싶었지만, 출장 중인지라 시간을 따로 빼 기차를 타고 짤막한 여행을 하기조차 여의치 않아서 파리 시내만 구경하며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흘렀고 저는 이제 주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미술이라는 분야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있으며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그림들을 인별그램에서 팔로우해 구경도 하고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당연히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을 평소에 좋아하던 박미나 작가님의 글과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아마도 꽃과 식물을 그리는 화가들은 모네의 정원이 얼마나 자연주의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설계까 되었는지, 그 안의 꽃과 나무들은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살아있는 빛의 느낌과 온갖 색감들을 담아내고자 열정으로 가꾸던 모네의 정원은 꽃들의 개화시기에 맞추어 모든 계절에 꽃을 볼 수 있도록 치밀하게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화려하고 다양한 색채로 가득찬 모네의 정원에서 느낀 박미나 작가님뿐만 아니라, 그곳에 방문해 예술적 영감을 얻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느꼈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박미나 작가는 모네의 정원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그곳에 있는 80종의 꽃들을 그린 일러스트들을 계절별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 본문에 수록된 모네가 남겼던 말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말들이 저절로 공감이 되기도 하고 한참 곱씹어 생각해보게도 되면서, 과연 정원 실물이 어떻게 생겼을까에 대한 호기심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호기심은 작가님이 책 뒷부분에 정원 약도와 함께 직접 찍으신 사진들을 수록해주셔서 약간 해소가 되기는 하였으나, 그 아름다움을 저도 언젠가는 꼭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을 다시금 느끼게 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모네의 정원에 핀 꽃들 중 박미나 작가님이 그려내신 일러스트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박미나 작가님의 일러스트 저는 44페이지에 수록된 "누구든 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모네의 말이 제게 '그럼 나도 그림을 보기만 한 것으로도 그림을 그려내 볼 수 있겠지'처럼 생각되면서, 물감과 붓을 꺼내 그림을 그려보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마침 글귀 옆에 수록된 식물이 "팬지"이길래, 저도 팬지를 따라 그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팬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5월이면 화사한 흰 꽃을 피워 늦봄을 빛내주는 "고광나무"의 꽃도 그려보았습니다. 모네는 "나는 세속적인 기쁨을 주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요. 저도 한창 공부하던 시절에 몰두해 연구하고 싶은 분야들은 죄다 돈벌이가 안되는 분야쪽 뿐이어서, 모네의 자조가 가슴에 와 닿더군요. 



충동적으로 그린 그림들이고 제가 어쩌다 한번 그리는지라 솜씨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혹시 다른 분들도 느껴보셨을까 싶어서 용기 내어 공유해 봅니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을 구입해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생각하시고 계신 분들은 이 책이 작화 설명이나 수채 기법은 설명하고 있지 않은 점에 유의해 주세요. 80여종의 수채화 일러스트라는 점, 하지만 예쁜 꽃들로 꾸며진 양장본 커버와 모네의 글귀들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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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꽃에게 - 식물 컬러링북
전유리 지음 / 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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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식물컬러링북 《나의 소중한 꽃에게》

저자: 전유리  (인스타그램@jeonyr22)

출판사: 클  (인스타그램@book_kl)

분량: 총 72쪽 / 32도안

크기:  180*235mm / 대략 B5사이즈

종이질: 최소 200g(평량)이상인 모조지로 생각됨 



식물 일러스트레이터 전유리 작가님의 두 컬러링북 《꽃을 그리는 시간》과 《마음을 그리면 꽃》의 뒤를 이어 올 봄 우리들의 감성을 따스하게 밝혀 줄 세번 째 컬러링북 《나의 소중한 꽃에게》가 출간되었다. 작가님의 이전 식물 컬러링북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양장으로 제작되어 커버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식물 화첩처럼 보이기도 해서 선물하기에도 좋아 보이며, 소담한 일러스트들을 간결한 도안과 함께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꽃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작가님의 예시 일러스트와 연필로 그린 밑그림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 꽃은 무슨 색으로 칠해야 하나'하는고민 없이 쉽게 색칠할 수 있다.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우리에게 친숙한 50여가지 식물들을 그리셨다고 한다. 실제로는 부케나 화병처럼 여러 꽃들이 한 페이지에 들어있기도 해서 총 도안 개수로만 따지면 32가지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게다가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수채전용지에 인쇄된 엽서 4장을 부록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엽서는 책 속에 수록된 일러스트 2가지와 도안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크기는 대략 B5사이즈이다. 직접 찍은 엽서와 속지 몇 페이지 사진을 첨부해 보겠다.








나는 컬러링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 커버나 일러스트보다는 도안의 퀄리티나 종이의 재질이 가장 신경쓰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감상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색칠을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므로 책을 받자마자 곧바로 색칠을 해 보기로 했다. 종이는 모조지같은 느낌인데 도톰한 편이라 여러가지 재료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봄 느낌 낭낭한 도안들을 골라 몇 가지 재료로 간단하게 채색해 보았다. 



먼저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민들레와 토끼풀이 함께 있는 리스 모양의 도안을 칠해보기로 했다. 민들레와 토끼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다른 리스 도안들에서 본 적이 없는 조합이서어 참신하고 예쁘게 느껴졌다.



사용한 재료는 색연필과 플러스펜이다. 먼저 색연필로 칠해 올리기 시작했는데, 색연필을 가리는 종이인지는 모르겠으나 레이어링이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사용하는 색연필이나 채색 스킬 혹은 능력치 변수가 매우 크므로 색연필 레이어링 부분은 칠하는 사람 각자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색감과 명암 때문에 세 겹 이상 덧칠하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여러겹을 쌓아올리니 색연필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깔끔해 보이는 인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한 부분은 플러스펜으로 덩어리져 보이는 부분들을 나누어 정리해 주었다.



한 가지 더 칠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번에는 물감을 꺼내들고 또 다른 대표 봄꽃인 개나리를 칠해보기로 했다. 올 봄엔 예전보다 일찍 피어난 벚꽃들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고 조용히 져버리는 중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한 줄기로 뻗은 가지에 조르륵 달린 샛노란 개나리들을 가득 피워보고 싶었다. 물감을 사용하면 혹시나 종이가 벗겨지거나 울어버릴까봐 물을 적게 해서 색칠했더니, 포스터칼라를 사용한 것처럼 선명한 느낌도 들고 뒷페이지의 일러스트에 색이 배지도 않았으며 명암을 주기 위해서 덧칠을 여러번 해도 종이가 일어나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나의 몹쓸 실험 정신이... 물을 더 많이 발라보자고 유혹하는 바람에, 바탕에도 물감을 칠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참사가 일어났다. 종이가 다 울고 뒷면에도 영향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종이가 쭈글쭈글 흐늘흐늘해져서 바탕색칠을 제대로 하기 전에 민칠부터 제대로 견디지 못했다. 물을 적게 사용해서 도안 안쪽을 가볍게 채색하기에는 충분하지만, 물맛을 내서 투명하게 색칠할 수 있는 수채 전용 컬러링북은 절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배경의 아쉬움은 책을 말린 후 다리미로 다린 다음 파스텔로 얼룩을 가려주는 것으로 달래 보았다. 




예쁜 도안들을 비루한 솜씨와 몹쓸 실험정신으로 망칠 뻔 했지만,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컬러링을 포함한 리뷰를 작성했다. 《나의 소중한 꽃에게》는 고급스러운 커버와 준수한 속지 종이질, 그리고 예쁜 일러스트와 깔끔한 도안들이 담긴 멋진 컬러링북이라는 점, 하지만 수채를 할 때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알려드리며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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