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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물들이는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 - 길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건물과 풍경의 기록 ㅣ 어텐션 시리즈
땡란 지음 / 제이펍 / 2023년 3월
평점 :
저는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맛배기로 배웠던 풍경수채화에 대한 좋은 기억과 막연한 동경을 간직하고 있기에, 멋들어진 수채화나 수채컬러링 작품들을 보면 당장은 하지 못할 장르이지만 욕심을 내서 수채색연필과 수채물감을 사기도 했고, 부족한 스케치 능력은 컬러링북에 의지해 가보자는 생각으로 수채화컬러링북들이 나오면 얼른 구입해서 호기롭게 책을 물감으로 칠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지 않은 제 수채경력 상으로는, 수채컬러링북이 물을 너무 심하게 흡수해서 다음 색을 칠하기가 너무 힘들다거나, 물감이 너무 빨리 말라 붓자국이 심하게 남는다거나, 칠했던 색이 다른 색을 올리면 벗겨지거나 물감들이 계속 뱉어내지는 느낌이 든다거나, 종이가 여러번의 붓질을 견디지 못하고 때처럼 벗겨지거나 찢어지기도 한 적이 많았거든요.
그러던 차에 예쁜 어반 일러스트 표지에 "고급수채화용지"를 사용했다는 문구로 제 맘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땡란 작가님의 <어반 스케치 컬러링 북>입니다. 제가 그동안 시중에 출간된 대부분의 수채컬러링북을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실망하는 한편 다음에 나오는 책은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탐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은 상냥하고 친절합니다. 화려한 작가님의 일러스트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겉표지(뒷표지)에서부터 난이도 표시를 해 주어 책을 펼쳐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고, 책을 열면 초반부에 도움될만한 기본적인 화구 소개와 더불어 작가님이 예시 일러스트에 사용한 컬러칩을 색상명과 함께 소개하고 나서, 컬러링에 도움될만한 기본적인 채색 기법과 도안별 채색방법 예시로 워밍업을 시켜줍니다. [Part 1]은 그런 내용들이 종합된 컬러링 튜토리얼로서 자신감 없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내용을 시작합니다.
[Part 2]에서는 컬러링북의 핵심인 컬러링 도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수채컬러링을 갈망하는 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한장 한장 넘겨보며 느낀 인상은 도안 선들이 잘 정리가 되어 깔끔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인쇄 상태가 흐렸다 진했다 회색빛이었다가 브라운톤이었다가 하던데, 생각해보니 작가님이 "드리는 말씀"에서 도안별 스케치선은 각 작품에 어울리는 색상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기억났습니다.인쇄 불량이 아닌 작가님의 세심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종이 질도 중목 느낌에 도톰한 것이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책 겉표지에 강조되어 있었떤 것처럼 정말 "고급수채용지"를 사용했을지,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해져서 얼른 색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도안들은 서점이나 다른 리뷰 글들에서 많이 보셨을 것 같아서 생략합니다. 고급 수채용지를 사용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종이 결이 보이시지요? 약간 거칠어 보이기는 합니다만, 기대되는 질감입니다.
그런데 책 속에는 수채용지에 인쇄된 도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록]에는 본문의 도안들이 일반용지에 다시한번 그대로 인쇄되어 있는데요, 먹지를 활용해 원하는 종이에 스케치를 옮겨 쓰고 싶은 독자를 위한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는 옮겨그리기나 복사도 좋지만, 그러기가 번거로운 독자들은 색연필을 이용해 부록 부분의 도안들 위에 바로 컬러링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이니만큼 저는 물감으로만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가장 첫번째 도안을 칠해보기로 했습니다. "화사한 지붕과 소담한 정원이 있는 집"이라니.. 로망인 집이기도 하고 마젠타 색을 좋아해서 작가님이 제시하신 컬러칩과 비슷한 색들을 골라보기로 했는데요, 작가님이 가지신 물감과 제가 가진 물감이 상이해서 예시 일러스트같은 느낌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 김에 물칠이나 시원하게 해보자 싶어서 하늘색을 옅게 풀어서 배경부터 칠해보았는데, 종이 물번짐이 다른 수채화컬러링북과 달리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서 잔디밭도 이왕이면 물을 더 많이 사용해서 더 넓게 칠해보았습니다. 사방으로 우글쭈글해질 줄 알았는데, 물결같은 파도를 그리며 우그러지더라고요. 불안한 마음에 더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말려보았는데, 종이가 벗겨지거나 일어난 부분이 없길래 좀더 다양한 색으로 덧칠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작가님 추천대로 인조모를 사용해서 레몬빛도 올려보고 초록빛도 올려보면서 세겹 네겹 반복해 붓질해가며 덧칠했는데 벗겨지거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과물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다른 도안도 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집이 아닌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끌려서 "무지개 빛 해안 도로"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번짐이 어떤지 체크해 보고 싶었거든요. 물을 많이 써서 마음껏 물감칠을 하다가 망하더라도 '물을 너무 많이 쓴 내 잘못이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달까요. 그런데 시작도 전에 작은 문제가 있었어요. 작가님이 제시하신 컬러칩들 중에 제가 가진 색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물을 많이 써보기로 한 김에 재량껏 조색을 해 보았습니다. 풍경은 계절마다 시간대마다 달라보이는 것이니까요.
저는 어둑해지려고 하는 흐린 하늘과 잔잔한 바다 느낌을 내보았습니다. 제가 미술전문용어를 잘 몰라서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취미 컬러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물번짐도 어느 정도 잘 되는 것 같고요, 물감 색 유지도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알록달록한 무지개빛 보호석 덕분에 칙칙해 보이지 않고, 화사한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네요 :)
겨우 두 장을 칠해보고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의 진면목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수채화 컬러링 북"이라는 이름으로 기대감을 주었다가 큰 실망감만 남기는 컬러링북이 절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프롤로그에서 말씀하신 대로, '종이에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컬러링북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종이 때문에 실망감으로 이 책을 떠나버리게 될 것 같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된 풍경들과 보는 이들 저마다의 정겨운 사연들을 담아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컬러링북을 접해 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가이드나 대가 없이 작성한 후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