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게 안녕하는 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7
박슬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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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 찾아오기 전, 그날이 다가오면 비 비린내와 함께 알수없는 감정에 버거운 소녀.

4년전 엄마의 장례식장. 갑자기 떠난 엄마. 남겨진 은하와 11살 동생 우주 그리고 아빠.

1년전 함께 살게된 새엄마와의 일상은 남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조용히 흐르는 어색함과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처절함이 자리잡고 있다.

같은 반 친구 혜주는 걸핏하면 '죽을 것 같아', '죽겠어'를 입에 담는다. 은하는 '니가 죽음이 뭔지 알기나 해?' 쏘아주고 싶지만 꾸역꾸역 참는다.

그날. 엄마가 떠난 날이 다가오는 비 비린내가 깔린 어느 날 은하는 질러버리고 만다. 혜주에게. 그리고 시작되는 <안녕하게 안녕하는 법>

우리는 태어나서 걷는 법을 배우고, 젓가락질을 배우고, 연필 쥐는 법을 배우고, 글을 읽는 법을 배운다. 집에서 학교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그런데 유독 우리가 배우지 못하는 것이 있다. 죽음과 슬픔을 맞이하는 법.

갑자기 떠나간 아내와 엄마에게 제대로 이별을 고하지 못한 남편과 딸, 그리고 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외면하며 살아온다.

엄마의 기일이 지난 어느 날, 아들 '우주'는 곧 돌아올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와 함께 가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누나, 눈물을 잃은 누나를 슬픔으로 초대한다.

슬퍼하지 않은 슬픔은 빚이 된다. 그 빚의 이자는 무겁다. 비싸다.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받아들이고 '반려슬픔'을 평생 잘 달래가며 살아가는 것.

동생 '우주'와 함께 슬픔을 슬퍼할 수 있게 된 '은하' 그리고 <안녕하게 안녕하는 법>을 몰라 떠난 아내의 흔적을 지우기에 바빴던 아빠와 조심스럽게 슬픔을 마주하고 제대로 떠나간 엄마와의 이별을 시작하는 그 과정. 아프면서도 다행스러운 이야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상실을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죽음 뿐 아니라 성장 속에서 'say goodbye' 해야 하는 대상, 사건들을 잘 다룰 수 있는 무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엄마 잃은 11살 '우주'의 뒤통수에 대고 함부로 입을 놀린 어른을 마주하는 대목에서는 분노가 일기도 했어요. 벽에도 귀가 있다는데... ... 슬픔을 슬퍼하는 법도 배워야하지만 말하는 법도 제대로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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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욘 - 친구 감시자
딜게 귀네이 지음, 이난아 옮김 / 안녕로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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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쿠팡 개인 정보 유출로 시끄러운데, 튀르키예 변호사 출신 작가 딜게 귀네이의 <피욘, 친구 감시자>는 청소년 정보 제공 앱을 소재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야세민은 도시의 빈민가 오렌지 구역에 사는 이민자의 딸.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해 부유층이 사는 그린 구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했지요. 친한 친구 외무르도 오렌지 구역에 살지만 야세민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어요. 외무르는 공부는 별로이고 꾸미는데 관심이 많고 노는 것을 좋아해요. 외무르의 엄마 세헤르는 그런 딸이 늘 걱정이지요. 어느 날 세헤르 아줌마가 야세민에게 부탁해요. 외무르를 잘 감시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비밀리에 알려달라고. 돈이 궁했던 야세민은 고민 끝에 그 제안을 수락하고 외무르의 감시자가 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알려주지 않았는데 세헤르 아줌마가 외무르의 데이트 폭력 위험을 감지하고 구해내는 것을 보았죠. 아줌마는 야세민에게 화를 내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야세민은 세헤르 아줌마가 외무르의 위험을 감지하게 된 이유가 '피욘'이라는 청소년 감시 앱 사용에 있었다는 걸 알게되고, '피욘'에 대해 알아보려 해요. 청소년인 자신의 핸드폰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아빠의 핸드폰을 사용하다가 아빠 핸드폰에 이미 그 앱이 깔려 있고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요. 친구 감시자 역할을 했던 자신이 '피욘'앱을 통해 감시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야세민은 놀랍니다. 야세민은 '피욘'앱에 대해 알아보고 그 실체를 폭로하기로 합니다. '피요니프샤'라는 계정으로 '피욘'을 폭로하기 시작한 야세민에게 피욘을 개발한 '네바'가 찾아와 회유를 시작하면서 친구 감시자 역할을 했던 일을 들춥니다. 회유가 아닌 협박이었지요. 야세민은 돈을 받고 눈을 감고 입을 닫을 것이 아니라 끝까지 싸워 이 '피욘'이라는 앱이 청소년 개개인의 정보를 악용하고 권리를 침해를 멈추도록 하겠다 결심합니다. 어린 한 소녀가 자신의 일탈,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 사과하며 옳은 일을 위해 뚜벅 뚜벅 걷는 그 걸음이 휘청거리면서도 무겁네요. 청소년 문학이지만 시대성을 잘 반영했고, 청소년의 인권과 사생활 존중이 작지 않은 문제임을 잘 짚어낸 듯 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보호하면서 존중해야하는 청소년 아이들의 사생활. 보호와 존중의 균형이 유지되면서도 그 개개인의 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가 잘 마련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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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마음 공부 - 소란과 번뇌를 다스려줄 2500년 도덕경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윌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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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과 번뇌를 다스려줄 2500년 도덕경의 문장들

물은 애쓰지 않아도 결국 바다에 이른다.
Effortless effort

비움과 고요
Emptiness & Stillness

광화문 글판에 소개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대추 한 알' 그리고 그 시를 쓴 장석주 시인.

시인의 도덕경은 따뜻합니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땐 반가운 마음에 빠르게 플래그를 붙여가며 페이지를 넘겼답니다. 100쪽을 넘기면서부터는 그럴 수가 없었어요.

저자와 함께 글을 따라 함께 산책하고 새소리를 듣고, 창덕궁에 다녀오고 영월에도 다녀오고... ...

책을 읽다 책상위에 얹어놓고 가만히 등을 기대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하느라 페이지는 더디 넘어갑니다.

끝없이 채우려는 강박에게 덜어내고 비우는 지혜를 들려주고 싶어서,

억지로 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고, 주재하지 않는 태도 속에서 삶의 본래 질서를 <도덕경>을 통해 찾을 수 있도록 책을 쓴 저자.

제목 그대로 '마음 공부'를 위한 책이네요.

휘리릭 읽고 지식을 쌓을 책이라기보다는 찬찬히 호흡하며 가만히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몇 년 전 업무 수첩에 光而不耀(광이불요)를 적어놓고 일년 내내 들여다 보았어요. 반짝이되 번쩍이지 않는 일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되 요란하지 말자는 다짐이었지요.

연말에 읽어보면서 내년 한 해 나를 위해 붙들고 나갈 문구를 찾아보기에 좋을 듯 해요.

헤세드의 서재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저자와 함께 산책하며 조용히 대화를 하는 듯 편안한 시간이었어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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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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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어른이독서클럽

정초율. 고1. 전교 1등. 어린시절 병약했으나 중학교 이후 건강해지고 공부도 잘하는 우등생이 되었다.

정선율. 고1. 초율과 이란성 쌍둥이. 초등학교 전까지는 영재 소리를 들었으나, 어느날 능력은 사라지도 성장도 더디다. 자신에게 호이적인 금수저 우등생 서강이 부담스럽다. 윤하는 좋아한다.

윤하. 고1. 초율의 같은 아파트 친구. 욕심많고 질투 많은 여학생. 서강을 짝사랑 하는 중.

서강. 고1. 금수저. 예쁘게 생기고 격투기를 취미로 함. 선율과 같은 반으로 선율에게 호의적이다. 초율을 좋아한다.

파란별. 초율과 15년 이상 같이 살아온 반려 금붕어.

중간고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초율. 몸이 녹초가 되었다. 요즘 이상하게 쉽게 지치고 뼈가 녹는 듯하다. 지쳐있는 초율에게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소리 없는 소리. 초음파로 누군가 말한다. 물 속으로 들어오라고... 그래야 산다고... ...

초율을 부른 것은 자신과 15년을 함께해 온 반려 금붕어 파란별.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물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안내하는 파란별. 생각과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가게 된 초율은 혼란스럽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인지? 왜 그런 것인지?

파란별은 차분히 설명해 준다. 우리는 저 멀리 우주 미러클스타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외!계!인!!!!!! 내가 외계인이라고???

초율은 자주 지치고 자주 물 속에 들어가 파란별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한다. 대화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왜 지구로 왔는지, 얼마나 이 지구에서 살아온 것인지, 언제 고향별 미러클스타로 돌아가야하는지... ...

그런 가운데 자신이 좋다고 다가오는 '서강'. 선율을 앞세워 자신에게 접근하는데 무언가 꺼림칙하다. 사귀자는 서강을 거절하는데 그는 계속해서 초율에게 다가온다. 스토킹에 가까운 서강의 집착.

초율을 성추행하고 선율을 폭행하는 서강. 그러나 서강은 자신을 피해자로 코스프레하고 학폭위원회를 열어달라 한다. 부유하고 힘있는 서강의 부모에 반해 초율,선율의 엄마 정우씨는 한부모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

긴 싸움이 될 학폭문제. 엄마 정우씨와 초율과 선율은 각자의 방식으로 또 함께 이 싸움에 대응해 나간다.

청소년의 정체성, 학폭에 맞서는 태도,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 등 여러 소재가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외계인을 통해 잘 다루어진 청소년 소설. 재미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축적된 시간의 힘, 함께라는 힘이 얼마나 큰 것임을 배울 수 있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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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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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개인주의자 선언> 10년 후 첫번째 삶의 끝에서 써내려간 결심結審.


23년, 법원을 직장 삼아 살아온 판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5년,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


5년의 시간 속에서 첫번째 삶에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었나 보다. 1부 '첫번째 삶과의 작별'을 통해 그 시간들과 그 시간들 속의 자신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이별을 고한다.


1부 마지막 부분에 자신의 무능력을 말할 때 생각했다. 당신의 Capability 문제가 아니라 Power 문제였잖아요. 당신은 비열한 Power를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잖아요... ...


2부는 속했던 조직을 떠나 개인주의자 선언을 했던 저자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린 지독한 현실 속에서 세상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하고 뛰어든 주식시장에서의 경험. 취미로 쓰던 글이 생존을 위한 글쓰기로 바뀌면서 잃어버린 자유. 그리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슬럼프와 타이틀 없는 홀로서기. 써내려간 글들은 쓸쓸하지도 않고 비장하지도 않다. 그저 담담하다.


3부에서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당위성과 방향성을 말한다. 계속해서 글을 써야할 지, 또 작가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고민했던 흔적들. 결국 자신은 이야기를 써야 행복한 사람임을 고백하며, 자신이라는 벽을 넘으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쓰며 지평을 넓혀 나갈 것을 다짐하는 작가.


69년생, 88학번 그리고 97년 판사가 되었던 대한민국 엘리트의 자기고백.


자유로운 영혼, 나이브한 이상주의자, 무해한 돈키호테, 위협적이지 않은 궁중의 광대. 법원에 있었던 자신에게 주는 이름들... ...


시간이 지나 스스로를 어떤 작가라고 이름지을지... ...


작가의 글과 드라마가 자주 세상에 나오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전 작품들과 같은 시원시원함은 없지만 여전히 좋습니다.


작가 스스로 삶의 한 챕터를 잘 닫기 위해 쓴 책이구나, 자신을 위한 책이구나 생각이 들었답니다.


더불어 50대 은퇴자들에게는 위로를 주는 책이 될 듯 싶어요. 우리 이 시기를 잘 살아냅시다. 100세 시대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으니 잘 준비하자고.


또 30-40대들에게는 지금 그 자리에서 치열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 시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성과들이 은퇴 후 삶의 씨앗이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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