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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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닷가 마을, 고양이 식당. '추억 밥상'을 주문하면, 그리운 영혼을 만나게 된다. 단 한 번만, 추억 메뉴가 식어 김이 사라지기 전까지만.


하야카와 나기. 스무살. 시한부 5년을 선고받았는데 좋은 사람을 만났다. 5년밖에 못 사는데 이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난 당신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별을 고하고 마는 나기.

고양이 식당에서 엄마를 만나 이야기하다 문득 깨닫는다. 비슷하게 5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었던 엄마가 나를 낳지 않았다면 살았겠구나...

미야타 게이타. 졸업후 중고차 판매사에 입사했다가 트라우마가 생겨 집에 처박혔다. 20년을 엄마에게 얹혀 살았다. 그런 엄마가 돌연 사망했다. 뇌경색으로. 엄마가 일하던 요양시설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다. 집세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엄마의 직장 동료 시오리는 깐깐하다. 그런데 게이타를 도와준다. 왜? 고양이 식당에 엄마를 만나러 와서 시오리의 사연을 알게되는 게이타...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야마다 미쓰요. 부모님도 죽고, 남편도 죽고, 남편이 남겨주고 간 고양이 소라도 죽었다. 미쓰요는 빨리 삶을 마무리하고 저 세상으로 가고싶다.

고양이 식당에 의뢰했다. 어린시절부터 들어왔던 가수 가와쿠보 겐이치와 추억밥상을 나누고싶다고... 어서 저 세상으로 가고싶다니까 겐이치는 남아서 자신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려주라고 부탁한다. 누구에게?

구마가이. 연극배우. 앞 길이 창창했던 젊은 배우 구마가이는 연상의 여배우 스미레를 만나 혼인신고를 하고 소속사에 알렸는데, 회사는 인기 떨어진다며 헤어지라 종용한다. 구마가이와 스미레는 소속사를 떠나 일반인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아들 쇼마... ...

아빠와 아들 단 둘이 나들이를 나섰다가 사고로 아들은 저 세상으로 가고 만다. 견디지 못 한 두 사람은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산다. 그리고 함께 아들 쇼마와 추억의 밥상을 나누고자 고양이 식당을 방문한다... ...

"순간,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해진 것이 아니다. 이미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오늘의 내가 버거워서
어제의 그리운 사람을 만나 위로를 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오늘의 행복을 새로이 발견하는
힐링소설.

따뜻하고 귀엽고 맛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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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로드
김형균 지음 / 이든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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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북한. 고난의 행군. 열두살 어린 소녀와 일곱살 소년의 등떠밀려 달려나온 탈북기

홍할머니. 매일 갯벌에서 조개를 캔다. 다 캔 조개의 반 이상은 늘 빼앗긴다. 남은 조개로 죽을 끓여 판다.

소원. 열두살 소녀. 항상 배가 고프다. 똑순이. 홍할머니의 친손녀.

막둥이. 일곱살. 홍할머니의 아픈 손가락. 평양에서 잘 나가던 딸 지숙이 어느 날 집으로 와 낳은 아이. 흑인혼혈. 숨어지내야하는 슬픈 아이.

홍할머니의 남편과 딸 지숙 그리고 아들 내외는 지숙이 아이를 낳은 직후 잡혀갔다.

배고프니까 뛰어놀지 말라는 선생님. 아이들은 계속 죽어간다. 배가 고파서. 시장통에서 상한 생선을 주워 먹고 탈이나 죽은 학교 친구들. 집에 들어온 쥐를 발견한 소원이의 반짝이는 눈빛. 그 쥐를 끓여 나눠먹는 아이들과 할머니. 길에서 만난 매춘부에게 조개를 공짜로 나눠주는 할머니. 이 정도였었나... ...

욕심 많은 소원이, 순진하고 착한 막둥이. 이 두 아이를 위해 남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홍할머니는 남쪽에서 뿌린 삐라에서 떨어진 달러를 주워 모은다. 50달러와 조개잡이 도구를 브로커에게 넘겨주고 떠나기로 한 그 밤 막둥이의 정체가 탄로나고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할머니의 희생으로 아이들은 남쪽을 향해 달린다. 총소리를 뒤로한 채 북방한계선을 넘었지만 지뢰를 밟은 막둥이. 그런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남한군인들. 유엔 헬기가 뒤늦게 떴지만 아이는 밀물로 수위가 높아진 강물로 지뢰에서 발이 떨어지고 만다.

30년 후 캐나다에 살던 소원이 그 현장에 와 보는데... 소원에게 그 30년은 삶이었을까.

읽고 보는 내내 열악한 북한의 실상이 안타깝고, 영악한 소원의 욕망이 안스럽고, 막둥이에 대한 아이의 마지막 몸부림은 서글프기까지하다.

영화로 준비했지만 사업성에 밀려 묵혀드었던 이야기를 그림소설로 세상에 내어놓은 저자. 군시절 떠내려온 북한 민간인을 구조할 수 없었던 그 날의 기억이 이 글을 쓰게 했다고 한다.

가장 나약한 존재들. 나이든 할머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 했던 그 찰나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책을 덮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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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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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착한 노년에 마주한
낯설고 빛나는 시간에 대하여

There Was an Old Woman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것들에 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며 지켜본다."

100세까지 산 엄마를 마지막 7년동안 가까이에서 돌보며 노년의 엄마와 딸 이야기를 블로그에 썼다는 그녀. 엄마의 죽음 후, 쇼핑센터에서 나이든 엄마와 딸을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는 대목에서는 엄마의 죽음은 나이와 상관이 없구나... ...

열세살에 6살 많은 오빠 브루스의 자살을 겪으며 해마다 1월이면 그를 마음속에 초대해 기억하는 시간을 보낸다며 긴 시간 PTSD를 지나왔다는 고백과 함께

상실은 다양한 나이에 다양한 형태로 찾아오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것들을 마주할 내면의 힘을 품게 된다고 위로하기도.

강가의 하우스보트에서 사는 삶은 자연과 함께하는 행운과 더불어 겨울을 나야하고 폭풍을 지나야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여전히 그곳에서는 삶이 좋다는 그녀.

어린이 그림책에 노인의 모습이 이상하게 묘사되었다는 점을 짚어내며 인종,성차별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연령 차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노년의 삶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의 부재. 언급된 책 <노년의 역사> 속 예술작품에 나타난 나이든 여인을 향한 노골적 비하와 왜곡. 저자는 이를 통해 문학과 예술계에 슬그머니 숙제를 던진다. 뭐든 좀 해 봐...

그러면서도 개인들에게는 이렇게 전한다. "하루하루가 가져다주는 모든 걸 헤아릴 필요는 없다. 그저 다가오는 대로 살면 된다. 나이 든 여자가 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There Was an Old Woman.

<나이 든 여인>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했다. '나이듦' 그 과정을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는 자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자연스럽다.

늘 이야기하는게 "나는 예쁘게 늙고 싶어". 저자의 말대로라면 오늘을 예쁘게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된다면 그건 마침내 드러나는 우리 안의 노인이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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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 - 국가대표 무릎 주치의 김진구 교수의 메디컬 에세이
김진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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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좋은 수술은 모든 실수에 대한 명료한 기억이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의대 출신 정형외과 전문의. 30년, 3만 시간. 이과 출신이 이렇게 감수성 폭발 글을 쓰다니!!!

직장인이건, 사업을 하건, 전문직이건 모두 한 번 읽어보아야 할 듯. 자신의 일을 하는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아... 나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 보았나... 부끄럽네 하는 순간들이 있다.

교과서 반페이지 분량의 <다리뼈 골절 치료 금속정 고정> 과정을 네 장의 노트에 육십 개 단계로 정리. 실수를 기록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적어 넣었다는 그 노트.

자신의 손이 둔해 연습에 또 연습을 거듭했다는 그의 꾸준함과 성실함

미국 대학 해부실에 저녁 시간 혼자 들어가 무릎뼈 해부연구를 할 때 등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아 공포스러웠지만 어제 보이지 않던 것이 오늘 보이는 그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던 그의 열정

낙후된 서울 백병원을 떠나고 싶어도 설립자의 닳고 해진 속옷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었다는 그의 순수함

일년을 기다렸다가 1분 진료를 받는 환자에 대한 미안함.

아프간출신 수련의 참관에 노발대발한 환자에 대한 아쉬움.

노인 수술 다른 전문의에게 넘겼다가 욕쟁이 할머니한테 욕먹고 공부해서 수술한 사연, 그리고 수술 후 잘 사시다 가신 할머니의 평안한 죽음.

스포츠 스타들 케이스도 흥미로웠지만 평범한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에 더 공감이 되고 가슴뭉클하다.

전임의 수료식에서 후배들에게
1. 전문의는 외롭다. 책임져야 한다.
2. 실패를 받아들이고 숨기지 마라.
3.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라. 이름을 걸고.
4. 좋은 의사가 되고 싶으면 공감해라.
5. '진실한가' 끊임없이 물어라. 명의에 왕도는 없다.

이 또한 사회로 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어드바이스^^

감탄+존경+부끄러움+도전+감동

출판사는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주치의라고 마케팅을 했는데^^ 글 속에 녹아 있는 그의 '진심'만으로도 책은 이미 꽉 채워져 있다. 멋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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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읽는다 - 한 권으로 깊이 읽는 한강 대표 작품
강경희 외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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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강의 작품이 버거웠어요. 이 책을 통해 가벼워질 수 있으면 해요."

"가벼워지진 않겠지만 밝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에요!"

서평단을 모집한 @mini_flix_b 과 나눈 대화이다. 그랬다. 가벼워지지는 않았지만 명료해지는 부분이 많았다.

처음 한강의 글을 접한 건 <채식주의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하여 베스트셀러에 올라 부랴부랴 읽었었다. 읽으면서 불편했고, 다 읽고나서는 불쾌하고 역겨움마저 느껴졌었다. 주변에서 그 책 어때? 읽을만해? 했을때는 음... 말하고싶지 않아. 그랬다. 복기조차 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긴 시간 한강의 책을 멀리했다. 그런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뭐지? 이 작가 작품의 비밀은 도대체 뭐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흰>을 읽고,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시적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독특한 방식은 여전히 불편하고 내용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한강을 읽는다>에서 각 작품에 대한 해설들을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 나의 불편함은 나의 "무심함'과 "무지함"에 대한 불편이었다는 것. 작품의 주제와 소재에 대한 "무지"와 "무심".

한강의 작품을 하나라도 읽었다면 이 책은 그 작품들은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길라잡이가 될 듯 하다. 한강의 작품을 읽기 전이 아닌 읽은 후^^

책을 읽고 안도했다. 한강의 작품을 읽고 느낀 나의 불편함이 비정상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강의 책들과 함께 서가에 꽃혀있어야 할 책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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