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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로드
김형균 지음 / 이든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90년대. 북한. 고난의 행군. 열두살 어린 소녀와 일곱살 소년의 등떠밀려 달려나온 탈북기
홍할머니. 매일 갯벌에서 조개를 캔다. 다 캔 조개의 반 이상은 늘 빼앗긴다. 남은 조개로 죽을 끓여 판다.
소원. 열두살 소녀. 항상 배가 고프다. 똑순이. 홍할머니의 친손녀.
막둥이. 일곱살. 홍할머니의 아픈 손가락. 평양에서 잘 나가던 딸 지숙이 어느 날 집으로 와 낳은 아이. 흑인혼혈. 숨어지내야하는 슬픈 아이.
홍할머니의 남편과 딸 지숙 그리고 아들 내외는 지숙이 아이를 낳은 직후 잡혀갔다.
배고프니까 뛰어놀지 말라는 선생님. 아이들은 계속 죽어간다. 배가 고파서. 시장통에서 상한 생선을 주워 먹고 탈이나 죽은 학교 친구들. 집에 들어온 쥐를 발견한 소원이의 반짝이는 눈빛. 그 쥐를 끓여 나눠먹는 아이들과 할머니. 길에서 만난 매춘부에게 조개를 공짜로 나눠주는 할머니. 이 정도였었나... ...
욕심 많은 소원이, 순진하고 착한 막둥이. 이 두 아이를 위해 남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홍할머니는 남쪽에서 뿌린 삐라에서 떨어진 달러를 주워 모은다. 50달러와 조개잡이 도구를 브로커에게 넘겨주고 떠나기로 한 그 밤 막둥이의 정체가 탄로나고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할머니의 희생으로 아이들은 남쪽을 향해 달린다. 총소리를 뒤로한 채 북방한계선을 넘었지만 지뢰를 밟은 막둥이. 그런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남한군인들. 유엔 헬기가 뒤늦게 떴지만 아이는 밀물로 수위가 높아진 강물로 지뢰에서 발이 떨어지고 만다.
30년 후 캐나다에 살던 소원이 그 현장에 와 보는데... 소원에게 그 30년은 삶이었을까.
읽고 보는 내내 열악한 북한의 실상이 안타깝고, 영악한 소원의 욕망이 안스럽고, 막둥이에 대한 아이의 마지막 몸부림은 서글프기까지하다.
영화로 준비했지만 사업성에 밀려 묵혀드었던 이야기를 그림소설로 세상에 내어놓은 저자. 군시절 떠내려온 북한 민간인을 구조할 수 없었던 그 날의 기억이 이 글을 쓰게 했다고 한다.
가장 나약한 존재들. 나이든 할머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 했던 그 찰나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책을 덮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