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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완득이'의 저자인 김려령 작가님의 '가시고백'
가시고기는 거의 300페이지의 긴 이야기에요.
나는 도둑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누구의 마음을 훔친 거였다는 낭만적 도둑도 아니며,
양심에는 걸리나 사정이 워낙 나빠 훔칠 수밖에 없었다는 생계형 도둑도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도둑이다.
강도가 아니니 흉기를 지녀서는 안 되며 사람을 해쳐도 안 된다.
몸에 지닌 지갑이나 가방에 손을 대는 소매치기 날치기도 아니다.
나는 거기에 있는 그것을 가지고 나오는, 그런 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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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책을 펼치면 이 글이 써 있어요.
읽다보면 이 글은 주인공 해일의 일기라는 걸 알 수 있죠.
나는 도둑이다.로 시작하는 강한 글이라 책 속으로 쏙~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가시고백은 학교의 커다란 틀안에서 해일, 진오, 지란, 다영 등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특히 '해일'과 '지란' 두명의 이야기 위주로 펼쳐져요.
그중에서도 '해일'의 비중이 가장 높은데,
해일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도둑질을 하는데
가정의 분위기는 좋아서 읽으면 따뜻해요.
물건의 사연을 알아 버린 도둑.
물건의 영혼이 얼마나 위태한지 알아 버린 도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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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치 않는데 자신도 모르게 도둑질을 하고.
그런데 그게 걸리지 않아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무언가 훔치는 해일.
안타까웠어요ㅠㅠ
고백하지 못하고 숨긴 일들이 예리한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혀 있다.
뽑자. 너무 늦어 곪아터지기 전에.
이제와 헤집고 드러내는 게 아프고 두렵지만,
저 가시고백이 쿡쿡 박힌 심장으로 평생을 살 수는 없었다.
해일은 뽑아낸 가시에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라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따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함께 가시 뺀 자리의 고름을 짜내든 심장을 도려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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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사건들이 해결되는 과정에서는 눈물을 흘리며(..ㅠ.ㅠ크흡..!) 읽었어요.
그런데 맨 마지막의 말이.... 책을 시원하게 덮지 못하게 만드네요.
그때까지 나는 도둑이었다.
그리고 아직 용서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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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가는게 있긴 한데, 맞나 싶기도 하고@_@으으
자꾸 들춰서 보게만드는 마지막 문장이에요.덜덜덜덜...
그부분만 제외하면 빠져들어서 슝 다 읽어버린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