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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장해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해주 작가의 허밍버드 신작,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K-딸인 작가님의 속마음을
일기처럼 담아낸 책이다.

우리는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서로를 달달 볶기도 하며, 온기 없는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날에는 서로의 온기를 파고들기도 하면서.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순간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미움도 짙은 우리. 그래서 더 소중한 엄마와 나.
책 속에는 작가님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는데
이야기의 형태는 다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마음은 전할 수 있을 때 전해야 한다. 마음을 전해도 통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낙심하지 말자. 또 그러면 좀 어떤가. 그 동상이몽 속에서도 우리는 썩 괜찮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린 어쩌면 매일 이렇게, 동상이몽을 하기에 더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전할 수 있을 때 전해야 하는 마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것들.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알면서도 참 어렵다.

그러나 엄마가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자식들이 엄마의 마음을, 부모의 마음을 1원어치도 모를 거라는 생각. 자식들이 엄마의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다. 다만 부모와 나의 삶이 다르고, 엄마와 나의 생각이 다르고, 각자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 엄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고 한 몸에서 서로의 심장을 느끼며 지냈던 시간도 있지만, 엄연히 다른 인격을 가진 피조물이라는 것. 이것을 조금은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같은'것은 아니다. 함께하는 공간과 특정한 관계로 묶일 수 있는, 어떤 조건을 공유한 '식구'라는 테마의 구성원일 뿐. 우리는 다르다. '테마'는 같지만 '장르'가 다른 것.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인간관계'에는 '가족' 역시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가장 가깝고 공유한 것이 많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도 '나'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얼마나 갈 길이 먼 딸인가.
그래도, 우리도 오래오래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