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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 무계획 로드 트립 - 73세, 시동 걸고 끝까지 간다
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 / 2025년 8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미국을 자동차로 횡단해 보는 게 제 버킷리스트인데요, 아직 미국 땅을 밟아본 적은 없지만요.
지도 위에서 눈으로만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곤 해요.
미국 여행 책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이렇게 계획 없이 저돌적으로 떠난 여행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미국 캐나다 무계획 로드 트립>은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은 마음이 책장을 넘길수록 ‘와, 정말 가능하네!’로 바뀌는 책이더라구요.
책장을 넘기자마자 저는 세 번 정도 놀랐습니다.
첫 번째 충격은 저자의 나이였습니다.
73세에 미국과 캐나다를 자동차로 달린다니요!
보통은 “허리가 좀…” “무릎이 시려서…” 하며 가까운 산책도 주저할 나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분은 가뿐히 대륙 횡단이라니, 제 젊음을 반성하게 만듭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누군가는 실행으로 보여주어야 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저자였습니다.
안정훈님은 이미 세 번의 세계일주를 하고, 네 권의 여행책을 쓴 여행의 베테랑이십니다.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유쾌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여행을 하셔서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놀라움의 두 번째는 동행한 친구들이었습니다.
60대 퇴직 공무원인 이쌤과 30대 청년 유튜버인 김튜버가 함께 합니다.
보통 장기여행을 계획하면 "일정은? 숙소는? 보험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먼저 떠오르죠.
그런데 이분들은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그저 ‘가자!’라는 긍정 에너지 하나로 75일간 45,000km를 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혼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살 때도 고심하는데, 이분들은 대륙을 고심 없이 달린 겁니다.
계획 없는 여행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무려 세 번이나 왕복하며 뒤죽박죽 동선을 그렸지만, 그 과정이 모두 이야기가 됩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여행이라는 게 꼭 효율을 따져야만 하는 건 아니겠죠.
캠핑카와 SUV를 타고 북미 대륙을 종횡무진 달리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도 언젠가는 미국을 횡단해보고 싶다는 꿈이 불쑥 자라납니다.
현실에서는 항공권 가격만 검색하다 지치지만요.

무계획 여행이다 보니 실수도 많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하고, 차량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숙소 문제로 당황하기도 합니다.
제일 황당했던 사건은 자동차 키가 파손되어서 엔진을 끄지 않은채로 무박2일 1,400km를 달린 에피소드였습니다.
서로 감정이 쌓여서 폭발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지혜롭게 잘 풀어나가는 것도 여행의 기술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모든 사건이 에피소드가 되고, 더 재미있는 여행기가 되어서 돌아왔다는 점이죠.
더 좋은 점은, 이런 우여곡절 속에 여행 준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꽤 많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재밌었던 에피소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처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요.
마지막 놀라움은, 책을 덮고 나서도 여행은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73세에 북미 대륙을 달린 저자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여행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세명이 함께 다니지만 2부에서는 이쌤과 둘이서만 이어서 여행하셨더라구요.
그런데 더 놀라운건 이 여행이 끝난 뒤 혼자 멕시코행 비행기를 예약하셨단거... (다음 책 예고편인가요? ^^)
여행에 대한 갈증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되는구나, 하는 감탄이 밀려왔습니다.
몸은 지칠지언정, 마음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이 부럽고 또 존경스럽습니다.
<미국 캐나다 무계획 로드트립>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길 위에서 살아보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내일 출근길이 아니라 당장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저처럼 용기는 부족하고, 돈도 없고, 휴가 일수는 모자란 사람은 책 속 여행으로 만족해야겠지만요.
(여행경비를 공개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즐겁습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바로 ‘여행을 꿈꾸는 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