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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찾아서
하나 미쉘 지음, 이윤정 옮김 / 정은문고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저는 고3이었습니다.
그 전해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졌었지요.
시골에 살던 저는 처음 뉴스를 봤을 때만 해도 그것이 얼마나 큰 재난인지 금세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생존자들의 증언과 유가족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엄청난 사고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제 성장만을 중시하며 빨리빨리를 외쳤던 당시의 상황이 만들어낸 시대적 비극이었습니다.
19년이 지난 뒤 우리는 세월호라는 비극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순간이었습니다.
하나 미쉘의 <재를 찾아서>는 1992년 대망타워가 무너진 순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24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우리 사회의 모순을 추적하는 소설입니다.
대망타워의 붕괴에서는 자연스럽게 삼풍백화점 참사가 떠오르고,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는 우리가 지나온 굴곡진 현대사가 겹쳐 보입니다.
학생운동을 하던 새는 경찰을 피해 도서관으로 숨어들었다가 공부밖에 모르던 재를 만납니다.
새가 건넨 책을 계기로 재도 학생운동에 합류하고,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습니다.
재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대망타워에서 일하기 시작합니다.
여느 때처럼 출근했던 어느 날, 새는 대망타워가 붕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새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망자와 생존자 명단을 확인하지만 어디에서도 재의 흔적을 찾지 못합니다.
죽었다는 증거도, 살아 있다는 소식도 없이 재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자 출신인 새는 남편을 찾기 위해 여러 단서를 모으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대망타워 붕괴의 원인을 밝혀낼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합니다.
사건의 이면에는 대망타워의 주인인 태한그룹과 비극적인 가족사가 얽혀 있었습니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지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도 자리하고 있었지요.

실종된 재의 행방과 대망타워가 무너진 원인을 함께 쫓아가는 미스터리 구조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읽는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한 가족의 비극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기업과 권력의 부패, 사회의 무책임으로 점차 확장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는 비극적인 현대사를 되짚으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철학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존엄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안전을 무시한 채 속도와 이익만을 좇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진실을 추적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의 희생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고 기록하고 질문했기에 감춰질 뻔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사라진 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고, 앞으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