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구 대백과 - 600개 아이템으로 보는 문구 연대기
다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김소영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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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문구를 보면 괜히 마음이 들떴습니다.

지금 당장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에 드는 펜이나 노트, 지우개를 보면 일단 사고 싶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면 비슷한 것들이 이미 책상 위에 잔뜩 쌓여 있곤 했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예쁜 걸 보면 손이 먼저 가는 법이니까요.

<일본 문구 대백과>는 그런 문구 덕후들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리는 책입니다.

일본에서 1980년대부터 판매되었던 문구 600개 아이템을 소개하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은 보물창고를 열어보는 기분이 드는 그런 책입니다.

단순히 제품 목록을 모아놓은 책이라기보다, 문구를 통해 한 시대의 취향과 생활을 들여다보는 책에 가깝습니다.




 

책을 보면서 새삼 일본은 문구의 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희귀한 문구들도 있었고,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 제품들도 있었습니다.

100년에 가까운 문구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도 반갑게 등장합니다.

국민학교 시절 한 번쯤 탐냈던 변신 필통, 오래된 감성을 품은 츠바메 노트 같은 제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서 서성이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구요.

중고등학교 시절 즐겨 썼던 하이테크 C나 톰보 지우개도 반가웠습니다.

특히 수정테이프와 프릭션 볼처럼 문구의 기능 자체를 바꿔놓은 제품들을 보면, 문구도 끊임없이 발전해 온 생활 속 기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잘 지워지는 지우개 하나, 부드럽게 써지는 펜 하나가 공부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조금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주니까요.

 




연도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제품 사진을 보고 있자니 설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먼저 반응을 하네요.

거기에 깨알같은 설명이 더해져서 제품 하나하나가 그냥 물건이 아니라 작은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언제 나왔고, 어떤 특징이 있었고, 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문구의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본 문구 대백과>는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상 위에 꽂아두고 틈틈이 펼쳐보고 싶은 책입니다.

추억을 되새기고, 가지지 못한 여러 문구들에 대리만족하는 기쁨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느꼈던 설렘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보며 분명 몇 번쯤 미소 짓게 될 겁니다.

문구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은 꽤 크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다시 필통을 꺼내 오래된 만년필을 써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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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 월급사실주의 2026 월급사실주의
강보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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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출근하셨나요.

재미없는 직장생활을 견디고, 어쩌다 보니 야근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일하면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바라는 건 정말 욕심일까.

문학동네에서 나온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은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는 책입니다.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라니요, 제목부터 묘하게 서글프네요.

일은 원래 재미없는 거라고, 돈 벌려면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제목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말이 조금 억울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데, 그곳에서 아무런 재미도 의미도 찾지 못한다면 삶은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까요.

이 책은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네 번째 단편집입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동시대 한국 사회의 먹고사는 문제를 문학적으로 기록해 온 작가들의 모임인데요. 요즘 말로 하면 ‘먹사니즘’의 세계를 소설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도 강조할 만큼 먹고사는 문제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도 결국 그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직업이 있고 월급이 있고 현장이 있고 사람 사이의 갈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과 신뢰, 책임과 체면, 그리고 버티는 마음의 문제까지 이어집니다.

책에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웨딩 헬퍼, 앞선 전임자들이 남긴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사람, 방송 현장에서 사고를 마주한 사람까지.

소설 속 이야기인데도 자꾸 현실의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너무 소설처럼 안타까운 이야기들인데, 동시에 너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일을 겪지 않은 제가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분명 이런 상황을 실제로 겪고 있는 분들이 있겠죠.

그 생각을 하면 책장이 조금 무겁게 넘어갑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모두 재미있었지만 그 중 유독 시선을 끌었던건 권석 작가의 <방송 사고 경위서>였습니다.

저도 방송국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어서 방송사고라는 단어만 들어도 괜히 심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방송은 늘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되어야 하고,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처럼 번질 수 있는 세계입니다.

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조금은 알고 있기에 이 작품이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방송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밴드 멤버의 일탈에서 찾지 않습니다.

오히려 출연진과의 약속을 깨버린 PD의 태도에서 사고의 본질을 바라봅니다.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과 신뢰이기도 한 것이죠.

일터에서 가장 쉽게 무너지는 것도,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것도 결국 신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결혼식 당일 웨딩 헬퍼의 고군분투를 다룬 <이모라는 직업>, 전임자들의 실수를 수습하며 퇴직금을 돌려받기 위해 애쓰는 <퇴직금 돌려받기> 등 여러 작품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사회 일터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미처 몰랐던 노동의 풍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이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은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과장해서 위로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일터의 장면들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그 안에서 웃음보다 씁쓸함이 먼저 올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 다 읽고 나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일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날, 이 책은 조용히 말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당신만 힘든 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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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 월급사실주의 2026 월급사실주의
강보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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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하고 버텨낸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공감 또는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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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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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음속 최애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고,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작은 소식 하나에도 하루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삶의 활력이 되는데요, 어느 순간 그 마음이 방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집착이 되고, 응원이었던 마음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 말이죠.

사쿠라이 치히메의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제목부터 꽤 강렬합니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설정의 아이돌 스릴러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돌과 팬덤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안에는 외로움, 인정 욕구, 열등감, 결핍 같은 감정들이 진하게 깔려 있습니다.

특히 팬심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순수하게 시작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쉽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꽤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세 사람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쇼지 하나코는 인기 아이돌 그룹 '백 투 더 나우'의 멤버 이사미를 최애로 삼고 있는 여고생입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덕질을 통해 하루 하루를 버팁니다.

쓰키미야 요후네는 그런 하나코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이사미를 핑계로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후지카와 이사미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지만 그룹 안에서는 리더 다이가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마음들이 건강하게 흘러가지 못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각각의 챕터마다 이 세 명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요, 이들 모두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코는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최애에게 기대고, 요후네 역시 아버지로 부터 제대로 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해 그것을 사냥이라는 놀이로 폭발시키고 있죠.

이사미 또한 무대 위에서는 빛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비교와 불안에 시달립니다.

결국 세 사람 모두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입니다.

물론 불행한 가정환경이나 결핍만으로 모든 사건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결핍이 어떻게 팬심과 연결되고, 어떻게 분노와 오해를 키우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스릴러로서의 긴장감도 있지만, 읽고 나면 팬덤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최애를 향한 마음은 분명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마음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사랑은 너무 쉽게 무너집니다.

제목처럼 과연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이게 되는지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좋아한다는 마음의 무게였습니다.

저에겐 결말이 조금 쓸쓸한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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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영화관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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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유령이 보이시나요?

여기 유령을 보는 소녀가 있습니다.

스미레는 유령을 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우연히 아빠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그 뒤를 따라 낡은 영화관 ‘게르마 전기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곳은 평범한 영화관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공간이자, 초승달 밤마다 망자의 일생을 담은 ‘주마등’이 상영되는 장소입니다.

스미레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힘들었는데 마침 잘생긴 영사 기사인 우도씨를 보고는 반해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영화관의 직원들도 독특합니다.

표를 강매하는 지배인, 사람과 사물을 통과해 버리는 미녀, 그리고 무뚝뚝한 영사 기사까지.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 이 조합이 재미있네요.

여기에 아빠의 불륜 상대인 미사키씨와 위풍당당한 외고모할머니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케미도 양념처럼 펼쳐집니다.

막장 드라마같았던 아빠의 외도 사건과 악덕 외판원 실종사건, 그리고 친구의 할머니 유령까지 처음에는 정신없던 뒤죽박죽 우당탕탕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일때 그 재미가 배가 됩니다.

미스터리와 힐링물이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에요.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만남과 이별, 죽음에 대한 위로를 건네는 호리카와 아사코는 <환상 우체국>을 비롯한 ‘환상 시리즈’로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작가입니다.

15년간 무려 38만부 이상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네요.

<환상 영화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저도 이번에 이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일본 특유의 ‘성불’ 문화가 바탕에 깔린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망자가 왜 떠나지 못하는지, 산 사람은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는지, 그런 질문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냅니다.

죽음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어둡게 끌고 가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초반부는 조금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운데, 문장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이야기에 바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물과 설정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느낌도 있어서 처음에는 약간 산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그 진입장벽을 넘고 나면, 이 낡은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조금씩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환상 영화관>을 읽으며 문득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삶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면, 그 화면 속에는 어떤 순간들이 담겨 있을까요.

모든 장면이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너무 큰 후회로만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주어진 하루를 조금 더 성실하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낡은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가 어떤 삶을 남기고 싶은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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