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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고령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료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출산율 감소와 함께 우리 사회는 점차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손원평 작가의 <젊음의 나라>는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이주민 문제, AI의 일자리 대체, 그리고 안락사(작중에서는 ‘선택사’라고 부릅니다)와 같은 주제를 근미래 시점에서 날카롭게 제기합니다.
단순히 무서운 가까운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 속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지요.
소설은 주인공 유나라의 일기 형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 덕분에 독자는 마치 진실된 고백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나라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최고의 삶을 누리는 꿈의 섬, ‘시카모어 섬’에 가기를 원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는 ‘유카시엘’이라는 요양기관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 시니어들의 노년을 돌보는 일을 합니다.
유카시엘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시카모어 섬에 채용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곳은 나라에게 단순한 직장이 아닌 꿈으로 가는 관문인 셈입니다.
유카시엘은 최고등급인 유닛 A부터, 경제적 여유가 거의 없는 노인들이 머무는 유닛 F에 이르기까지 노인 수용시설을 등급별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시카모어 섬에 들어가기 위해 유닛 A부터 F까지 모든 유닛을 경험해 보는 것이 채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모든 유닛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라와 함께 지내는 룸메이트, 엘리야와의 갈등도 깊어집니다.
엘리야는 이민자의 딸로,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을 온몸으로 겪으며 자라났고, 현재는 사설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노인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으며, “왜 젊은 세대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느냐”며 사회에 대한 분노를 터뜨립니다.
나라는 처음에는 엘리야의 생각에 공감하며 함께 집회에도 참여하지만, 다양한 유닛에서 만난 노인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며 점차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되뇌이죠.
“미움은 미움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누군가의 몰락을 바라며 느끼는 쾌감은 옳지 않다.”
그 말처럼, 혐오를 멈추고 이해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사회에 필요한 첫걸음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민아 이모와의 재회입니다.
민아 이모는 어릴 적 나라가 유일하게 감정을 나누고 의지했던 존재였지만, 어느 순간 이유도 모른 채 이별하게 되었던 인물입니다.
나라는 그 만남을 어린 시절에 묻어둔 채 살아왔지만, 유닛 체험 중 민아 이모를 다시 마주하게 되죠.
(민아 이모는 과연 시키모어 섬의 창조자인 카밀리아 레드너일까요?)
그 순간은 마치 기억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듯한 감동을 줍니다.
어린 시절의 나라는 민아 이모를 통해 따뜻함과 위로를 받았고, 다시 만난 지금의 나라는 민아 이모를 통해 잊고 있던 사랑과 감정을 되찾습니다.
나라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세상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민아 이모와의 재회는 그런 마음을 녹이고, 가족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특히 엄마와의 갈등도 서서히 봉합되어 가죠.
그리고 나라가 깨닫게 되는 건 단순한 추억의 회복이 아니라
“사람은 세상을 향해 손을 뻗고 싶어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손은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안아주기도 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본능입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가장 인간다운 본능이지요.
민아 이모는 나라에게 다시금 그 손을 내밀게 했고, 덕분에 나라 역시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제목 <젊음의 나라>는 얼핏 보면 젊음을 찬양하는 듯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묻습니다.
‘젊음’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노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의 젊은이들은 노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소설은 제목 그대로 젊음을 꿈꾸지만, 그것이 결국엔 ‘어떻게 노년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됩니다.
나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요양기관에서 일하지만, 결국 꿈은 단지 개인의 바람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쉽지않은 주제를 이렇게 쉽게 풀어내는 것도 작가의 능력인데,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 나가야 할 세상,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