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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재팬 - 경제 성장이 멈춘 일본과 미래가 없는 청년들의 충격적인 선택
이성범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살았던 이들에게 일본은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코끼리표 밥솥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기술력, J-pop과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J컬처의 신선한 충격...
하지만 버블경제 붕괴 이후 멈춰선 일본은 더 이상 우리가 바라보던 그 나라가 아니었죠.
그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성범 PD의 <엑소더스 재팬>은 바로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KBS 다큐인사이드 [재팬 엑소더스]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낸 이 책은, 일본이라는 거대한 경제대국의 몰락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핵심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가 어떻게 한 세대 전체를 절망으로 내몰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금융위기와 디플레이션이 일상화된 일본에서 임금 상승은 멈췄고, 청년들은 더 이상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몇 대째 이어온 가업을 포기하는 청년들, 사라져가는 장인정신... 일본이 자랑하던 전통적 가치들이 하나둘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죠.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지금의 청년들은 한 번도 경제적 호황을 누려보지 못한 세대'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모든 시스템이 고령층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청년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절망감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무료 급식소를 찾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것도 엄청난 쇼크였네요.
또 하나의 문제는 아날로그와 경직된 사회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플로피 디스크와 PC보다 워드 프로세서를 선호하는 아날로그 시스템.
그리고 연공서열, 젠더 격차와 여성에 대한 유리 천장 등 보수적인 사회분위기가 청년들을 탈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을 떠나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청년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현실을 드러냅니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일본 경제침체의 실상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지표로만 보던 일본의 위기를 실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듣게 되니, 그 절박함이 더욱 와닿더라구요.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일본의 위기를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 청년 실업...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어쩐지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성범 PD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일본의 현실을 담아내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청년들의 의지를 놓치지 않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엑소더스 재팬>은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는 훌륭한 안내서이자, 한국 사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미래의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일본의 위기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일본,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일본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일본과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저자의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 남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