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퐁듀를 먹으러 왔는데요
성보미 지음, 성효진 그림 / 라이크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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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저도 대학생 시절,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첫 해외여행이었기에 가슴은 쿵쾅거리고, 발걸음은 설레면서도 묘하게 무거웠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렸을 때, 사방에서 쏟아지는 영어의 파도와 공항 특유의 복잡한 동선 속에서 저는 잠시 얼어붙은 조각상이 되었습니다.

‘여기가… 진짜 영국인가?’라는 감탄과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불안이 동시에 밀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성보미 작가의 <진짜 퐁듀를 먹으러 왔는데요>를 읽는 동안, 저는 그때의 저를 떠올렸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 덕분에 이어진 따뜻한 추억들.

길을 잘못 들어도, 기차 시간을 놓쳐도, 숙소를 못 찾아 헤매도…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모든 실수와 좌충우돌이 이 책 속에도 가득했습니다.

이 책은 2008년 프랑스 샤모니몽블랑을 시작으로,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E.I), 몽골 고비사막, 그리고 엄마와 함께 떠난 크로아티아·보스니아 여행까지 총 11개국을 누비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의 동행도 다채롭습니다.

언니와 함께, 직장 동료와 함께, 친구와, 혹은 혼자.

그리고 특별히 엄마와 함께한 여행에서는 세대와 관계를 뛰어넘는 ‘동반자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빨간머리 앤’을 만나러 간 캐나다 그린게이블즈 여행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친구와 함께 그곳을 거닐며 어린 시절의 동화를 실물로 체험하는 장면은, 읽는 저까지 ‘앤의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주었습니다.

책장을 덮고도 오래도록 웃음이 남더라구요.



이 책에는 여행기를 한층 부드럽게 감싸주는 일러스트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그림을 그린 분이 작가님의 친언니이자 출판사 대표님이더군요.

그림 속 선과 색감에는 가족의 애정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냥 여행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의 추억을 함께 나눈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온기’가 번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에세이 속 여행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감성을 데우는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의 여행기는 2022년에서 마무리되지만 작가님의 이야기 보따리는 아직 한참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또 다른 퐁듀를 찾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자신만의 여행 이야기를 써내려 가보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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