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요
프랭크 매코트 지음, 김루시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좋은 삶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이 글을 읽으며 깨닫는다.

 

<Angela's ashes>라는 이름으로 쓴 첫번째 회고록으로 프랭크 매코트는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렇군요>는 그의 두번째 회고록이다. 이 책에 이어 세번째 회고록 <Teacher man>도 진작에 나왔는데 아직 번역이 되진 않은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서 19세 이전에 아일랜드에 살았을 때, 미국으로 가서 대학을 마치고 학교에 자리를 잡기까지,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시기의 이야기들을 각 책들에서 다뤘다.

 

나는 세 번째 책을 제일 먼저 읽었는데,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한편으로는 배꼽을 쥐고 웃어대면서, 반대 감정이 뒤죽박죽으로 섞인 상태로 책을 정신없이 읽었더랬다. 작가의 익살은 가히 대단한데, 자학이랄까 냉정한 자기성찰이랄까, 아무튼 자신의 내면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너무나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게 복잡한 심리상태를 가지고는 세상 살기가 참 어려웠겠구나 싶어서 정신분석의 도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 번째 회고록에는 자신이 받았던 집단상담의 경험도 실려있다. (그러나 작가는 정신분석으로 도움을 받을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충분히 온전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대체로 사람은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서 옛날을 돌아볼 때면, 특히 어린시절을 생각할 때면, 약간은 미화를 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아, 그땐 그랬었지. 당시에는 괴로워했지만 지나보면 다 추억이야, 같은 심정으로. 임종을 하는 순간에는 살아온 삶 전체가 그렇게 느껴질까? 누구는 이런 식의 태도가 감상적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냉철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사람에게는 감정이 있고 그것이 마른 것보다는 지나쳐서 차라리 감상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작가의 과거 이야기가 가슴 아픈 것은 그것이 너무나 힘든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촌형제와 바람을 피는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는 대목에서는 한숨까지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이 모든 것을 감싸안는다. 프랭크 매코트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흠을 세세하게 다 볼 수 있는-과도하게 기능하는 듯이 보이는-지성과 그들의 인간적 약점과 장점에 극도로 세심하게 반응하는 감성을 겸비한 사람인 듯 보인다. 수줍고 엉성하고 엉뚱하고 인간적인, 한마디로 좀 모지리 같은 호인이라고 정의하고 싶은 사람.

 

잘나고 사교적인 사람만 대접받는 이 사회에서 사느라 힘들어 죽을 것 같은 거의 모든 우리 모지리들이 사실은 참 사람답고, 정말 자연스러운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좋은 삶이란 그냥 이렇게, 보통 사람으로서 보통의 일상을 보통으로 사는 것임을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 정말 못 말리게 웃기다!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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