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금복이를 위한 기도 청동시선 6
서금복 지음 / 청동거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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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너무 어려워서.

 

왜 어려울까, 생각해보면 시인들이 모두 자기만(!) 아는 이야기를 수수께끼처럼 내놓기 때문이니까, 하고 대답하고 싶어진다. 독자로서 심통이 난달까.

 

때로는 자신의 사유 속에서 보편성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시인은-다른 문학 형태도 어쩌면 비슷할 테지만-일기와 이상(말하자면, 진짜 시)의 중간 어디쯤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헤맬 때가 아주 아주 많을 것 같다.

 

서금복 시인의 이 시집에는 시가 아주 많이 실려있는데, 모든 시가 이해되는 것도 아니었고, 이해되는 시들에 모두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시란 모쪼록 사람에게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내가 외면하리

나도 모르는 가슴속

깊은 우물까지 내려가

말간 물 퍼 올려

감추고 또 감춘 눈물샘까지

말없이 닦아주는 너를

('시에게'중에서)

 

 

바로 이런 염원과 사랑으로 시인은 계속해서 시를 쓰는 것이겠구나, 짐작해본다.

내 가슴속에 깊은 우물이 있어 말간 물을 퍼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나도 한때는 했었음을 이 시를 읽으며 기억해냈다...  시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환기시켜주는 존재'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세상의 모든 금복이를 위한 기도'는 시인의 시세계를 잘 설명해줄 대표적 시 같기도 하고, 굳이 그게 아니어도 이 시에는 우리를 씩 웃게 만들면서 마음을 너그럽게 녹여주는 미덕이 있다. 

하지만 다음의 시를 여기에 적고 싶은 건, 시가 나를 따끔하게 야단쳐서 반성하고 다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내 못난 점을 대놓고 얘기해줄 사람은 거의 없을 뿐더러 그랬다가는 절교하기 딱 좋다... 

 

 

비싼 입값

 

뱉는다고 뱉었건만

그래도 못 뱉고 입 속에 가둬둔 말들,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았는지

속 썩은 이가 대여섯 개나 된단다

 

세상을 향해 앙다물었던 오기로

어금니마다 금이 갔단다

 

썩은 이 뿌리까지 파헤쳐 가며 신경 다독이고

금간 이 갈라진 틈마다 금으로 메웠다

 

금값이 점점 오르는 세상

금 한 냥 입 속에 모셨으니

비싼 입값 해야겠다

 

침묵을 모셔야겠다

 

 

말과 생각과 행동의 괴리를,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겪을 시인에게 건필하시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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