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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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광주의 그 아팠던 시절을 배경으로 스무살 전후의 주인공들의 삶을 그린 이 글을 읽으며, 역사의 한 시기를 작가가 정직하고 치열하게 체험했고 오래 사유했음을 느꼈다. 우리의 역사에는 그런 때가 있었고, 지금도 그런 때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한데, 가장 예뻣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몰입하고 읽지는 못했다.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서 자연스레 자문을 하게 됐는데, 

 

스무살 시절을 기억하고 더듬어 돌아볼 정도로 내 마음이 부드럽지 않은 모양이고,

더없이 여성적이고 서정적인 서술이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점은, 어쨌든 글을 읽으며 여러모로 부끄럽고 미안했다는 것이다.

그 비극적 역사를 살며 나는 여전히 밥을 먹고 웃었다는 사실에,

지금도 그러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철저한 '기성' 세대가 되어버렸다. 

 

해금이와 그 친구들의 또렷한 눈빛이 내 무감각해진 정신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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