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이야기
니시 카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구름을벗어난달 입니다

 

음식이 불러오는 추억, 추억이 기억하는 맛

 

밥 이야기, 니시 가나코 , 생각정거장, 2018

 

밥 이야기라는 제목 아래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위는 추억으로 만들어졌다!"라는 표지가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저자 니시 가나코는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자란 여성 작가다. 2015년에 사라바!로 제152회 나오키상을 받았고 일본서점대상 2위를 차지했다. 밥 이야기운전하면서 조수석 사람이 먹여주는 감자튀김은 어째서 그렇게 맛있는지.”(42)처럼 살면서 겪은 소소한 추억을 음식에 대한 기억과 맛깔나게 버무린 추억 레시피를 담은 밥 일기라고 할 수 있다. 하긴 생각해보면 저자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끓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처럼 대부분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고 먹고 마시는 것을 습관이라기보다 의식처럼 행하는 경우가 많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니쿠자가버터, 달걀밥, 터키 아이스크림, 맥주, 간장 같은 단어들이 몰고 오는 식욕을 참기 힘들다. 요리 프로그램이나 먹방을 보는 것보다 더욱 위를 자극하는 글들이 책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녀의 식탁으로 호출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 시간이 공복일 때는 위험하다. 추억도 위장만큼이나 민감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책에는 혼자 초밥집에 갔다가 무리해서 어른인 척하는 것보다 아이처럼 행동하는 편이 멋있는 거라고 깨달은 이야기, 혼자 터키 이스탄불로 여행을 갔다가 호텔을 찾지 못해 고생하다 들어간 터키 식당에 대한 기억 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야기가 가득하다.

 

요리와 추억을 한 그릇에 넣고 버무린 이 가벼운 산문을 읽다보면 입안에 저절로 침이 고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주방을 향한다. 살면서 음식과 관련된 추억이 많은 독자라면 매순간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맛과 향과 추억을 불러내는 덕분에 더욱 농밀하게 읽게 될 것이다. 밥 이야기는 미세먼지와 최강한파가 교대로 우리를 괴롭히는 요즘 같은 때 방에 틀어박혀 혀로 입맛을 다셔가며 식탁을 통째로 삼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읽기에 맞춤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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