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나의 주인이다 - "신선은 피와 땀의 결정체이다." 몸이 나의 주인이다 1
우혈 지음 / 일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몸이 먼저다

                                         

 

 

4개월 전 쯤 지인 소개로 창덕궁 맞은편에 있는 혈기도穴氣道 도장에서 우혈宇穴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흰 수염 사이로 보이는 얼굴빛이 여든이 넘었다고 좀처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고왔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고 몸 공부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씀을 들려주시는데 어떻게 저 연세에 저런 얼굴빛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초면에 대놓고 묻지를 못했다. 안그래도 주위에서 보톡스맞았냐는 질문을 수시로 듣는다는 것이다. 몸 공부와 혈기도 수련의 세계를 안내한 몸이 나의 주인이다를 읽고 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혈기도는 스포츠가 아니다. 산중에서 수 천 년에 걸쳐 몸에서 몸으로 전해져 온 신선들의 수련법이다. 우주의 기운이 내 몸의 세포 속으로 자유롭게 드나들게 함으로써 몸을 양생하는 수련법이다. 책 전반부는 설악산 입산 수련기를 비롯해 호흡법 등 몸 공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혈기도 행공의 여러 자세와 동작들을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혈기도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행공 수련에 좋은 지침서가 됨은 물론이고, 혈기도의 세계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무협지에서나 읽을법한 산중 수련기와 몸 공부 전반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는 50여 년 전인 20대 후반에 설악산에서 천우 선생님의 내제자로 입문해 수 천 년에 걸쳐 산속에서 이어져 온 신선도神仙道17년 동안 수련했다. 신선도는 본래 말이나 글이 필요 없다. 오직 몸으로만 배우고 깨달을 수 있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오직 행으로 전해질 뿐이다. 저자 역시 처음 7년간은 무문무답 수행을 할 정도로 행공에 매진했고, 4950일의 단식으로 몸을 완전히 비운 뒤 새롭게 몸을 만들기 시작해 15년이 지나 단성丹成을 이루었다. 34년 전 하산하여 도장을 열고 산속의 신선도를 인간을 위한 생활도로 바꿔 혈기도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 스승에게 배운 행공 동작만 해도 350가지나 되지만 속세에 돌아와 지금까지 가르친 것은 불과 100여 개 동작에 불과하다. 무술과 의술은 아직 소개조차 못했다고 한다. 지금도 저자는 일주일에 하루는 수련생들의 척추와 허리를 짚어가며 행공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가장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호흡이다. 현대인은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으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호흡은 소홀히 한다. 혈기도 수련의 기본은 호흡에 있다. 호흡은 대우주 에너지(天氣)를 마시고 몸 안의 객기客氣를 내뱉는 행위이다. 폐로 숨을 쉬는 흉식胸息호흡을 단전丹田으로 숨 쉬는 태식胎息호흡으로 바꾸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우주 에너지를 몸의 혈문穴門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흉식호흡을 하면 폐를 3040%밖에 못 쓴다. 실력 있는 마라톤 선수가 50% 정도 쓴다. 단전으로 호흡하면 좌, 우의 폐 기능을 다 살려 100%까지 쓸 수 있다. 행공의 기본은 마음, 호흡, 기운을 단전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단전은 사람의 몸에서 농사를 짓는 자리이다. 기운의 원천이자 무한한 창고이다. 척추脊椎에서 나오는 힘은 유한하지만, 단전에서 나오는 힘은 무한하다. 척추 자체는 힘이 없다. 척추를 받쳐주는 것이 요추(허리뼈)이며, 요추를 받쳐주는 것이 단전이다. 단전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단전의 기운을 몸 전체로 보내는 것이 혈기도의 기본이다. 혈기도는 숨을 참는 지식止息호흡이 없다. 인위적으로 숨을 참는 지식호흡은 자연스러운 기의 흐름을 억지로 끊고 산소 결핍을 불러와 오장육부를 서서히 굳게 한다. 이런 방법은 노화를 촉진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혈기도 행공이 다른 수련단체들과 달리 객기와 탁기 배출을 중시하는 토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스런 호흡을 가르치는 혈기도 호흡에는 부작용이 없다.

 

몸은 내가 걸어온 길, 내가 한 일, 나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책이다. 누가 나쁜 아이고 착한 아이인지는 산타클로스가 아는지 모르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내 몸이 말해 준다. 우리 현대인들은 몸을 경시하고 건강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태연하게 범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이 60대까지만 해도 내가 장관을 지냈네, 삼성 CEO였네하며 자랑하지만, 70살이 넘어가면 지팡이 없이 자기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자랑이다. 돈이 많아봐야 소용없다. 80, 90살이 되면 쓰지도 못한다. 돈도 똑바로 걸을 수 있어야 쓸 수 있다. 혈기도는 늙어서도 바로 서고 제대로 걷고 내 기운으로 활동하기 위한 행공이다. 현대인들에게 암 다음으로 두려움을 갖게 하는 질병이 치매다. 치매는 머리로 오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온다. 척수脊髓가 고갈돼서 오는 것이 치매다. 모든 건강은 척수에 달려 있다. 의학계는 척추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척추의 핵심인 척수에 주목하지 않는다. 사람의 뼛속에 골수骨髓가 있는데, 척추 속에 있는 골수를 척수라고 부른다. 늙어서 척수가 고갈되면 등이 휘거나 뇌가 작아져 건망증이나 뇌졸중으로 나타난다. 척수를 충만하게 해야 젊음이 유지되고 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도仙道에서는 우리 몸에 움직이는 기의 흐름을 내관內觀하여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척수의 중요성을 알았다. 혈기도는 행공을 통해 척추를 바로 잡아 척수를 맑고 충만하게 만드는 수련법이다.

 

저자는 몸이 먼저라고 말한다. 머리나 정신은 빌릴 수 있으나 몸은 그럴 수 없다. 머리에 여백이 필요하듯이 몸에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 몸이 돼야 비로소 사람 꼴을 갖추게 된다. 몸의 꼴을 만드는 것이 혈기도 행공이다. 병신病身은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는데 몸에 병이 든 상태를 말한다. 다리가 하나 없으면 병신이 아니고 불구不具일 뿐이다. 혈기도는 수 천 년 비전된 신선들의 수련법을 현대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신선이란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도 아니고 바둑이나 두고 구름을 타고 붕붕 날아다니는 그런 환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매우 구체적인 실존적 존재다. 한 마디로 신선은 몸을 제대로 만든 사람이다. 행공을 통한 피와 땀의 결정체가 바로 신선이다. 혈기도는 나의 주인인 몸을 되찾고, 몸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수련법이다. 수련 과정은 힘들지만, 그에 따르는 결실은 크다. 책에는 혈기도 수련법 이외에도 음식, 호흡법, 오장육부 다스리는 법, 계절별 양생법 등 기존에 잘못 알려진 내용도 담고 있어 건강서로 활용해도 부족함이 없다. 혈기도는 우리 전통의 수련법에 현대의학이론을 접목한 과학적인 수련체계로 30년 동안 수만 명에게 건강을 찾아준 프로그램이다.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에 있는 혈기도 세계연맹본부 도장에서는 이따금씩 뼈와 뇌파와의 관계처럼 수련에 도움이 되는 특강을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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