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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저, 박성관 옮김, 문학동네, 2016
일본의 대표 지성으로 꼽히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분야를 불문한, 방대하고 깊이 있는 학식으로 ‘지知의 거인’으로 불린다. 독서광이자 애서가로 알려진 것처럼 건물 전체를 서가로 꾸며 20만 권에 달하는 책을 보관하고 있는 그의 ‘고양이 빌딩’은 도쿄의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기쿠치 간 상, 시바 료타로 상을 받으며 엄청나게 많은 책을 썼지만 책벌레들이라면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을 그의 대표작으로 기억할 것이다. 신작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는 저자가 자신의 ‘고양이 빌딩’ 서재를 완전 해부해 보여주며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에 대해 친절하면서도 심층적인 답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첫 장을 펼치면 우선 항공모함 배치도를 닮은 고양이 빌딩 전도가 나타나고 곧이어 각 층의 서가와 서가 사이의 통로에 쌓인 책 군단의 모습이 서서히 위용을 드러낸다. 책장을 뒤로 넘길수록 그 방대한 양에 압도당하는 것은 물론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저자의 박람강기한 지적편력에 기가 죽지 않을 수 없다. 문학, 철학, 예술, 과학은 물론이고 빨간책이라고 불리는 일본 춘화, 중국 방중술, 러시아와 중국 공산당 역사 등 저자의 촉수가 뻗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가 111쪽에서 128쪽에 이르는 부분에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의 정도가 안이하다는 데 놀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부 1,2세대의 낡은 유형의 핵발전소라서 생긴 것이고, 인간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것은 후쿠시마처럼 구형 핵발전소 정도라는 것이다. 요컨대 나머지 대부분 원전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는 원전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학자나 지식인 그룹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런 중차대한 변화에 대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침묵과 무관심이 다치바나 다카시 같은 소수의 목소리라면 모를까, 대부분 일본 지식인들의 공통된 입장이라면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다.
어쨌든 독서광이라면 부러운 찬탄과 좌절의 한숨을 섞어가며 읽고 보게 될 책이 틀림없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어디 먼 곳으로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하긴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말도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가 있어야 할 곳은 책을 좋아하는 바로 당신의 서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