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大전환, 한국의 大기회
전병서 지음 / 참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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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편승하라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

전병서 지음, 참돌, 2015

 

 

비행기 타는 시간으로 보면 불타는 금요일에 차가 막힐 때 여의도에서 분당 가는 것 보다 가까운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개방 30년 만에 수출 세계 1, 외환보유고 세계 1, GDP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지난 금융위기를 계기로 당당하게 미국과 맞짱을 뜨는 G2로 부상했다. 2022년이면 달러로 환산한 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런 중국과 담 하나를 마주하고 2000년간 치고받으며 살아왔다. 문제는 이웃집이 마음에 안 들면 이사 가면 그만이지만 이웃 국가는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필연적인 환경이다. 중국은 무척 복잡한 나라이고 누구도 중국의 현상과 미래를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예측하지 못한다. 중국을 둘러싼 정치환경, 사회변화, 경제지표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중국에 대한 위기론, 붕괴론, 역할론, 패권론이 들끓지만 붕괴론이나 위기론 지지자들은 지난 10년간 모두 틀렸고 역할론, 패권론 지지자도 확신을 못 한다.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중국의 급성장 비결과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파헤치고 대중국 전략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국내 유수의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근무했고, 한국 최초로 중국기업 한국 상장 업무를 시작하는 등 중국 자본시장 분야에 관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실감하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 중국 공부를 시작해 칭화대학과 푸단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상하이 한화투자 고문과 상하이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을 지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대중 교역규모가 미국 및 일본과의 교역을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심하다. 한국의 대중수출 비중이 이미 30퍼센트를 넘었고, 한국 전체 무역흑자의 1.7배나 되는 807억 달러를 중국에서 번다. 거기다 한류 열풍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수가 해마다 증가하여, 2014년에는 이미 600만 명을 넘어섰다. 또 지난 금융위기 이후 5년간 IT와 자동차 부문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 되는 바람에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성장하는 어부지리를 누렸다. 그런데 시진핑-리커창 정부가 들어서며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성장률에 목숨 걸지 않고 무리한 목표관리보다는 구간관리로 돌아섰다. 올해 중국경제 성장목표는 7퍼센트 내외이다. 이는 결코 낮은 성장이 아니다. 7년 이내에 미국을 제칠 수 있는 무서운 성장률이다. 중국은 이미 제조대국에서 서비스대국으로 탈바꿈하고 있고, 투자에서 소비로, 수출에서 내수로 정책기조를 바꾸었다. 이런 중국의 변화에 한국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제조대국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호황을 누렸던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중국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차이나 리스크의 본질은 중국의 성장 둔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한국 대중수출의 74퍼센트가 중간재다. 중간재를 줄이고 소비재 수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한국이 미래의 먹거리로 선정한 국가 전략기술 10개 분야 120개 중에서 한국이 세계 1등인 것이 하나도 없다. 1등 기술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이 더 무섭다. 반도체와 LCD 정도를 빼고는 한국이 지금 중국보다 앞선 것이 별로 없다. 금융이 유일하게 중국에 10년 이상 앞선 산업이다. 우리가 아직 금융 분야에 경쟁우위가 있는 지금이 기회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전에 중국의 금융시장과 투자시장을 선점하여 중국 제조업에 미리 투자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훗날 우리 제조업이 중국에 추월당하더라도 중국 기업들로부터 이자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당장 한국의 대중국 펀드투자 방향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 201411월부터 한국의 개인투자가도 중국 본토의 잘나가는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후강퉁(상하이와 홍콩증시 간 교차매매)에 이어 201510월께 도입될 예정인 선강퉁(선전증시와 홍콩증시간 교차매매) 제도가 그것이다.

 

2015년 중국관련 뉴스 중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연말 출범을 목표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관련 소식이다. AIIB는 미국이 쥐락펴락하는 기존 국제 금융질서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 창립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한 57개국, 수권자본금은 1000억 달러로,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인 게 사실이지만 IMFWB를 두 축으로 한 국제 경제 질서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중국은 AIIB를 발판 삼아 글로벌 경제의 강자로 나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물류, 통신, 에너지망을 중국 내륙과 연결하는 400억 달러 규모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 해상 실크로드)사업AIIB를 통한 첫 번째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한국은 이미 1년 반 동안 진행된 일대일로에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AIIB를 계기로 온 언론이 일대일로와 AIIB로 도배를 하고 있다. 이러니 판판이 중국에 당한다. 이미 57개 나라가 조인을 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초대형 건설공사 프로젝트이자 새로운 아시아에서 중국식 경제 패권의 새 패러다임에 한국이 이렇게 무심해도 중국이 재편하는 무대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206)

 

늘 그렇듯이 한국은 이번에도 또 뒷북을 쳤다. 영국보다 먼저 AIIB가입 결정이 이루어졌으면 중국에 땡스콜을 받았겠지만 이젠 아니다. 중국의 지금 태도는 올 테면 오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다. 돈 앞에는 의리도, 체면도, 자존심도 없다. G2로 부상한 중국의 돈 폭탄에 세계 각국은 미국을 버리고 중국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영국은 300억 달러의 현금 가방을 들고 방문한 중국 총리를 영국 여왕까지 나서서 비위를 맞추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 눈치 보는 와중에 놀랍게도 영국이 깃대 잡고 일착으로 가입했다. 미국의 외삼촌격인 엉클 영국이 미국을 버리고 중국에 붙자 독일, 이탈리아가 얼씨구나 하며 그 뒤를 따랐다. 경제 불황에 허덕이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2014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을 앵발리드 광장 환영식과 엘리제궁 만찬으로 대대적으로 환대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프랑스의 자랑인 에어버스 여객기 160대를 중국이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중국 돈의 외출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중화의 문화적 자신감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공식 해외문화기관으로 공자학원을 미국 90개를 비롯해 지구촌 전체에 거의 프랜차이즈 수준으로 480개나 설립했다. 치명적인 재난이나 전쟁만 없으면 중국은 향후 짧으면 10, 길면 20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하고 명실상부 ‘G1’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전에는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화두였다면 이제는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정미경중政美經中이 답이라고 말한다. 정치와 안보는 미국에 편승하고 경제는 중국과 제대로 협력하는 것이 한국이 살 길이라는 뜻이다. 특히 아시아는 미국의 독주 시대에서 중국과 미국의 양강兩强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금 아시아에서는 미국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60년간 한국은 미국형 인재와 일본형 인재만 길렀지 중국형 인재에는 무관심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중국을 안다는 사람이 많은 듯 보여도 중국을 정말 잘 아는 중국통은 절대 부족하다. 무늬만 중국통인 짝퉁이 많다. 중국의 ‘China-MBA’들이 필요한데 중문학 전공자들이 대거 주재원으로 나가있다. 중국어의 나라에서 중문과 출신만 보내면 승부는 뻔하다. 중문과 출신이 아닌 중국어가 능통한 상대 출신으로 전사를 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의 미래를 연구할 국가급 중국 연구소가 필요하다.

 

이 책은 중국경제와 금융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의 전문성에 현지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길어 올린 생생한 사례와 역사지식이 보태져 탄탄한 내공이 돋보인다. 중국경제와 금융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포커스는 한국의 전략에 맞춰져 있다. 저자는 한국의 부와 미래는 중국에 달려 있고, 향후 1020년 안에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완벽히 부상하기 전에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6가지 주제로 본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중국’ ‘중국의 대기회’ ‘한국의 대위험등 눈길을 잡아끄는 제목들이 책장을 넘기는 손놀림을 바쁘게 만든다. 지나친 동어반복이 눈에 띄지만 급박하고 긴요한 내용을 가장 현재적인 내용으로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이해하며 읽으면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단호하다. "리커노믹스 2.0, AIIB, 일대일로까지 세계경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바로 지금이 중국의 부상에 편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 (기획회의 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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