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
김태완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 바로 당신이 문제요

 

책문

김태완 지, 현자의마을, 2015

 

제목이 책문이다. 처음에는 잘못을 캐묻고 꾸짖는다는 뜻의 문책問責으로 잘못 보았다. ‘책문策問이란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시험이다.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국가의 비전에 대해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누는 격정토론이고 끝장토론이다. 주제도 정치, 문화, 제도 개혁, 인사, 치안과 국방, 외교, 교육, 조직 혁신 등 한 사회가 마주하는 온갖 현안을 망라한다.책문책문가운데에서 오늘의 산재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만한 의미 있는 13편을 가려 뽑아서 엮은 책이다.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법에서부터 공정한 인재를 등용하는 원칙, 국가 위기 타개책, 지도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각 편마다 왕의 물음(책문)과 선비들의 대답(대책), 역자의 해설(책문 속으로)로 구성하여, 딱딱한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역사인문교양서로 시원하게 밀고 나갔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조광조, 성삼문, 신숙주, 강희맹 등의 대답을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상황이 한눈에 그려진다. 저자는 율곡 이이의 책문을 텍스트로 삼아 실리사상을 연구하여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숭실대, 경원대 등에서 동양철학, 한국철학 등을 강의했다. 현재는 광주광역시 소재 지혜학교 철학교육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가의 운영이나 인재 등용, 국정 농단에 대한 근본해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원칙적이고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책들로 왕을 곤혹스럽게 까지 하고 있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왕이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조선이 선비의 나라였다는 것이 맞다. 지도자의 리더십을 다룬 12장이 그렇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라는 광해군의 질문에 임숙영은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이 사건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광해군이 진노하여 과거 역사상 전후후무한 삭과削科파동이 일어날 뻔 했다. 삭과란 규칙을 위반한 사람의 급제를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덕형과 이항복 같은 정승들이 삭과는 부당하다고 간절히 변론하는 바람에 광해군도 차후로는 질문의 요지를 벗어난 대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내리며 마지못해 한 발 물러났다. 조선왕조 500년이 그냥 500년이 아니다.

 

책에 담긴 내용들은 500년도 더 지난 시절의 질문들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게 오늘날의 현안과 문제의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대체 이 어이없는현재성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실로 작금의 한국 정치와 사회의 난맥상을 해결할 만한 효과 있고 유효적절한 질문과 대답들이 가감 없이 제시되고 있다. 책문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제목이문책으로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 책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답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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