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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평점 :
읽었으니 이젠 써야 할 차례다
『서평 글쓰기 특강』
김민영·황선애 지음, 북바이북, 2015
나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동네 도서관으로 향한다. 주말판 신문에 실리는 북섹션을 읽기 위해서다. 지금은 인터넷 서점을 비롯해서 서평을 읽고 쓰는 지면이 많지만, 처음 서평에 관심을 가졌던 10여 년 전만 해도 서평을 접할 수 있는 지면은 신문 잡지가 고작이었다. 당시서평을 싣던 주말판 북섹션은 지금과 다르게 지면이 알찼다. 마치 맥도널드에서 두툼한 햄패티를 두른 스페셜 빅버거를 받은 포만감과 비슷했다. 그런데 남들이 쓴 서평을 읽다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같은 책을 소개하는데도 글쓴이에 따라 글맛과 느낌이 달랐다. 책을 쥐게 하는 서평이 있는가 하면 책을 밀쳐내게 만드는 서평도 있었다. 서평도 비평처럼 글쓰기의 한 장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9년 무렵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서평강좌’를 알게 되어 1기반에 등록하고, 저녁 술 약속을 작파하면서 열심히 다녔다. 그 무렵, 중앙일보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평을 공모한다는 기사를 읽고 그때 읽고 있던 조경란 소설 <혀>로 응모를 했다. 그 서평이 운 좋게 뽑히는 바람에 신문에 인터뷰 기사와 당선 글이 이틀 연속으로 나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동안 ‘회사원 서평가’로 살았다. 그 서평반 강사였던 김민영 선생의 신간 『서평 글쓰기 특강』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사서 읽었다. 저자는 방송작가, 영화평론가, 출판기자를 거쳐 서평 쓰기 커리큘럼을 만들어 8년째 강의하고 있다. 공동저자인 황선애 박사 역시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서평 입문’을 가르치고 있다.
첫 장을 펼치니‘서평은 책을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이라는 서문이 맨 먼저 눈에 와 닿는다. 어쩌면 독서의 끝은 책을 덮을 때가 아니라 서평을 쓴 다음이 아닐까. 서평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읽은 책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휘발되는 독서와 남는 독서, 그 사이에 서평의 존재 이유가 있는지 모른다. 보다 자유롭고 감상적인 글이 독후감이라면 추천을 염두에 둔 서평은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글이다.『서평 글쓰기 특강』은 서평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 비평과 서평의 구분, 서평 쓰는 법, 퇴고법 등 서평 글쓰기의 핵심을 6개의 장에 나누어 담았다. 마지막에는 기성 서평가를 비롯해 이제 막 서평에 입문한 6명의 인터뷰를 통해 생동감을 더했다. 단순히 이론적·형식적인 강의에 머물지 않고 실제 수강생들이 썼던 서평을 예시로 들어 비교하는 등 구체적인 글쓰기 팁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글쓰기 실전기술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서평을 쓰려면 독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잘 읽어야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인문 공부의 첫걸음이자 종착지이고, 서평은 정독 중의 정독이다.
읽었으니 이젠 써야 할 차례다. 책읽기가 춤이 되는 삶, 서평을 쓰며 책과 아름다운‘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히 그렇다. 그렇다고 저자의 말대로 서평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짧은 서평으로 시작해서 긴 서평으로 나아가면 된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의 두려움 때문이고, 그 두려움이란 처음부터 잘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권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앞세운 이유도 학교에서 글쓰기를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서평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인터뷰이interviewee로 등장하는 몇몇 역시 처음에는 취미로 서평쓰기를 시작했다가 잡지에서 서평 의뢰를 받는 필자가 된 사람들이다. 더구나 요즘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나‘숭례문학당’처럼 서평을 비롯해 다양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널려 있다. 치맥과 함께 하는 불금의 달콤함을 조그만 접으면 더 큰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서평 글쓰기 특강』은 한마디로 서평 쓰기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우리도 이제 이런 책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저자에게 이미 서평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지라 보충수업을 듣는다는 기분으로 읽었다. 책을 덮으면서 보니 여기 저기 접거나 밑줄 그은 곳이 많다. 좋은 책을 입소문 내는 것으로 보충 수업료를 대신하기로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