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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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본질은 모험이다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쌤앤파커스, 2015

 

 

매달 쓰는 이 지면의 고민은 늘 리뷰 대상 도서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달은 걱정을 덜었다. 세계 부자 순위 1(빌 게이츠)3(워런 버핏)인 이들의 낙점을 받은 책이라고 떠들썩했던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으로 일치감치 점찍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빌 게이츠에게 추천했고, 빌 게이츠가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며 이를 세상에 알렸다. 이쯤 되면 대체 어떤 내용 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리던 존 브룩스John Brooks(19201993)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했던 12편의 기업 경영 사례를 묶은 책이다. 195060년대의 기업과 증권가를 배경으로 성장·혁신·소통·금융 등 경영을 둘러싼 첨예한 주제를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끈질기게 핵심가치를 찾는 모험을 멈추지 않은 이들의 도전기가 담겨 있다. 책에 얽힌 드라마틱한 사연도 화젯거리다. 1969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가 1971년 이후 절판된 책을 빌 게이츠가 팀까지 만들어 재출간을 도왔고 결국 존 브룩스의 아들을 찾아내 40여 년 만에 책을 살려냈다.(사람은 죽으면 그만이지만 책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로 모아진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한 규칙은 시대가 달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에 기반 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의 내용은 오래됐음에도 유효한 게 아니라 오래됐기 때문에 유효하다. 존 브룩스의 책은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고, 바로 그래서 시간을 초월 한다고 말했다. 브룩스는 월스트리트와 기업 세계를 상세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금융 부문 저널리스트로서 명성을 쌓았다. 뉴욕타임스그는 단순명쾌한 이야기나 문장으로 인물을 압축해서 설명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자 매우 비상한 사람이었다고 표현했는데, 책을 읽어보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도 포함된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손’‘파운드화 구출 작전, 1960년대 월스트리트의 투기 거품을 다룬 호시절로 비즈니스와 금융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기자에게 수여하는 제럴드 롭 상을 받았다.

 

경영의 모험에는 600여 쪽에 걸쳐 12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차례랑 상관없이 아무 장에서부터 읽어도 된다. 기자 신분으로 쓴 글이지만 뉴스라기 보다 굵직굵직한 경제 분야 사건들에 역사적·사회심리학적 의미를 부여한 시나리오형 심층분석에 가깝다. 치열한 취재를 통해 길어 올린 방대한 정보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뒷받침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인터뷰를 담기 위해 수시로 비행기를 탔고, 9장에 등장하는 데이비드 엘리 릴리엔셀을 취재할 때는 그의 집 지하실까지 들어가 예전에 그가 쓴 일기까지 꼼꼼하게 훑었다. 잘 나가는 혹은 잘 나갔던 많은 기업들이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마주친 희로애락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눈앞에 보여준다. 이를 위해 문학작품에서 통찰과 인용을 빌려오기도 했다. 경영은 살아 있는 인문학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MBA 과정에 소설, 역사, 철학, 과학 등 인문학 책들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이 단조롭고 천편일률적인 기존 비즈니스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그러고 보니 브룩스는 직업으로 기자 외에 소설가도 겸했다). 첫 장에서는 자동차 회사 포드가 벌인 신차개발 프로젝트를 다뤘다. 포드는 1955년부터 준중형 세단인 에드셀Edsel’을 개발하는데 투자·디자인·홍보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에드셀은 투자를 덜한 다른 모델보다도 판매가 부진했다. 2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판매는 겨우 10만대에 불과했다. 에드셀의 추락은 이름을 짓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에드셀은 포드 창립자인 헨리 포드의 유일한 아들이자 헨리 2세의 아버지인 에드셀 포드의 이름에서 따왔다. 3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에드셀의 실패에 대한 당시 업계의 통상적인 설명은 포드측이 과도한 소비자 행태 분석을 했다는 것이었다. 전문 컨설팅팀을 따로 운영하면서까지 자동차로부터 받는 성적性的 매력을 분석하는 등 불필요한 조사로 정작 실질적인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브룩스의 시각은 다르다. 포드 경영진이 과학적인 소비자 분석 기법을 도입하는 시늉만 하고 정작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분석한다. 5장에는 특히 빌 게이츠가 저널리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고 치켜세운 제록스의 탄생기가 나온다. 무명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붙잡고, 결국 복사기 제록스를 만들기까지의 성공 드라마가 담겨 있다. 복사기를 처음 출시한 1959년 제록스의 매출은 3,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66년에는 미국 내 순이익률 9, 시가총액 15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록스의 창세기는 구글과 애플이 태어나던 실리콘밸리의 초창기와 비슷하게 닮아 있다. 혁신기업의 상징으로 우뚝 선 제록스의 신화는 20세기 기업의 전범이 되었다. 거대한 성공으로 제록스는 복사하다to xerox’라는 고유명사가 되었는데, 직원들이 공유하는 철학과 비전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 브룩스는 강조한다. 그밖에도 월가의 내부자 거래와 주가조작 등 주식시장의 생생한 민낯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소득세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는 주장들과 파운드화의 평가 절하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제적 공조를 다룬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이슈와도 맞닿아 있어 실감나게 읽힌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자체는 이미 50년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개인의 관심에 따라 바짝 당겨 읽어야 할 대목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8, 10, 12장 등 절반 정도를 그렇게 읽었는데, 얼추 300쪽 분량이니 웬만한 책 한 권에 해당한다. 독서의 모험치고는 안전한 모험이다. 혹시 빌 게이츠가 극찬한 책이라서 샀다면 빌한테 낚인(?) 것이다. 요란했던 광고 때문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가졌을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경영의 성공법칙을 요약해서 말해주는 여는 경영서와 달리 제목처럼 비즈니스라는 광대한 영역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의 모험을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기업의 리더는 물론, 기업 근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 일반 독자들 역시 가독성 높은 비즈니스 책의 훌륭한 전범典範을 맛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

(기획회의 389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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