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인구 절벽이 온다
해리 덴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문제는 인구다

 

2018 인구절벽이 온다

해리 덴트 지, 권성희 옮김, 청림출판, 2015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 후 수십 년간 소비 흐름의 하락세가 중단 없이 이어질 것이다." 인구구조전문가이자 애널리스트인 해리 덴트의 신간 2018 인구절벽이 온다(원서명 : The Demographic Cliff)의 한국어판 서문에 나오는 섬뜩한 전망이다. ‘인구절벽이란 한 세대의 소비가 정점을 치고 감소해 다음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출현할 때까지 경제가 둔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처음으로 앞 세대보다 인구 규모가 작은 세대가 출현하는 것을 뜻한다.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덴트연구소의 창업자이자 HS덴트재단의 이사장인 저자는 인구와 소비 변화를 변수로 한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의 권위자다. 인구와 인구 변동 추이, 이에 따른 소비 변화가 세상과 경제를 해석하는 확고부동한 틀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구통계학은 미래를 여는 열쇠다. 인구변수는 미래 사회·경제를 결정짓는 가장 상위 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를 보고 싶다면 인구구조적 추세를 보면 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미래예측의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인구통계를 사용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일본 경제가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1990년대에 일본의 몰락을 전망했다. 이 틀로 지난 198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을 정확히 예측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책은 자세하고 심층적인 도표와 통계를 동원하여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 절벽 상황을 살피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와 얽히고설킨 일본의 식물경제와 중국의 버블을 분석한 2, 7장은 중요하게 읽어야 한다. 일본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서구형 국가로 성장했지만, 선진국 중에서 가장 먼저 인구 절벽을 맞았다. 1989년과 1996년 사이에 인구절벽을 경험한 뒤 25년째 장기불황에 시달리며 경제가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률과 GDP성장률이 거의 0퍼센트였다. 한마디로 식물경제다. 거기다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2020년 이후 또 한 차례 인구 절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인구 절벽은 2014년부터 2019년 사이에 거의 모든 선진국을 덮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점에 도달하면서 앞으로 몇 년 내에 한 국가에 이어 또 다른 국가가 일본을 따라 식물경제에 빠질 것이라 전망한다. 이제 일본은 성공 모델이 아니고 재앙 공식이 되었다. 저자는 경제학자들과 정부 관료들, 투자가들, 기업가들이 왜 일본의 사례를 더 많이 연구하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가고 있다. 근거는 일본에서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가 1949, 한국은 1971년이라는 22년 격차 때문이다. 가장이 47세일 때 가계 소비가 정점이라고 가정해 일본의 소비 정점을 1996, 한국은 2018년으로 계산한다. 22년 후 한국이 일본이 될 텐데, 이때 부동산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미래 자본주의의 모델일까? 대답은 NO.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 경제를 이끈 것은 소비자들의 소득과 지출이 아니다. 지금 전 세계 크레인의 대부분은 중국에 있다. 오늘날 가장 높은 마천루가 올라가고 있는 곳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수십 년간 오로지 대규모 과잉 건설을 통해 정부가 경제를 이끌어오며 현대 역사상 가장 큰 버블을 형성했다. 미국은 돈을 찍어내고 중국은 부동산을 찍어내는 형국이다. 다음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아쇠는 남유럽이 당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골칫덩어리는 세계 2위이자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중국이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다음 금융위기의 희생양이 아니라 오히려 먼저 터져 다음 금융위기를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지 모른다. 중국은 그간의 과잉 건설을 흡수하는 데만 10년 이상 걸릴 것이고 다른 신흥국보다 훨씬 더 이른 2015년에서 2025년 사이에 인구 절벽이 찾아 올 것이다. 2025년 이후 과잉 투자를 흡수한 다음에는 급격하게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져 결코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더 심각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자 향후 한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요인으로 중국을 꼽는다. 버블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버블이 터지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은 수출이 GDP50퍼센트를 차지하며,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GDP20퍼센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이 50퍼센트가 줄면 한국은 GDP6퍼센트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깊은 침체를 의미한다. 버블은 팝콘 튀기는 기계 같다. 점점 더 커져 마침내 서로 다른 시간에 여기저기서 터지게 된다. 버블은 예외가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전 세계 주요 정부들은 상상 이상의 부양책을 쏟아냈다. 지금도 각국 정부들은 부채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긴축을 피한 채 파산 상태의 경제를 구제하고 부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부양책은 장기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 등 시중의 금융자산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으로 새로운 부채 마약에 다름 아니다. 부채는 마약처럼 점점 더 많이 사용할수록 점점 더 효과가 떨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마약의 부작용과 독성으로 무너지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결국 빠르게 고령화하는 선진국들은 정상화하지 못할 것이고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을 쓴다 해도 경제 상태는 기껏해야 비틀거리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앞으로 수년간 많은 국가들이 인구구조적 절벽을 맞아 정부 부양책의 효과가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책에서는 현재의 경제 겨울이 지나고 장기호황이 시작되는 시기를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로 보고 있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지금부터 2023년 사이에 일어날 위기, 특히 지금부터 2019년 말까지 간헐적으로 계속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한국경제를 언급하는 대목을 흘려듣기엔 너무 구체적이다. 한국의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금부터 2016년까지 그리고 2018년과 2019년이라며 대대적인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8장과 9장은 다음 위기에 대비한 투자 전략과 경제의 겨울을 대비한 기업 전략에 할애했다.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15년 새해의 최대 화두가 인구가 될 것이란 말도 들린다. 인구변수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한 인구 충격의 미래 한국(프롬북스)같은 책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이래저래 을미년乙未年 새해 출발이 심상치 않다. -- (기획회의 383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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