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마켓이 온다
무라타 히로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그레이마켓에 주목해라

 

그레이마켓이 온다

무라타 히로유키 지, 김선영 옮김, 중앙books, 2013

 

일본의 고령화율(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2012년 기준으로 세계 최고치인 24.1%에 달한다. 일본인 4명 중 1명은 65세 노인으로, 이대로라면 2055년엔 거의 둘 중 하나가 노인인구다. 근로자 1명이 노인 1명 가까이를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일본을 필두로 각국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가 기업들의 경영전략을 뿌리부터 바꿔놓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성패가 거대한 고령 소비층, 이른바 '그레이 달러'를 잡느냐 놓치냐에 달린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미래경제 패러다임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레이마켓이 온다는 일본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인 무라타 히로유키가 고령화사회의 일본 현실을 진단하고, 실버산업과 시니어 시장에 대해 통찰을 전한다. 저자는 미국 시니어 비즈니스 최대 싱크탱크인 더 소사이어티The Society’의 유일한 일본인 회원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의 일인자로 인정받고 있는 전문 컨설턴트이다. 일본은 지난 2007, 베이비부머세대의 최연장자가 퇴직연령인 60세가 되면서 노인고객이 만들어낼 유례없이 큰 시장을 기대하며 경쟁적으로 실버 화두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령사회 최대집단인 노인인구의 씀씀이는 애초 시장기대를 빗나갔다.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덜 쓰고 안 쓰는 노인이 태반이었다. 이 책은 이미 시니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에게는 어째서 고전하는지, 어떻게 하면 성공할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실천적인 힌트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생활 속에서 지금까지 오래도록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수많은 상식이 뒤집히고 있다. 최근 언론에 부쩍 등장하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가 그 중 하나다. 종이기저귀, 리카 인형, 노래방, 스마트폰, 패밀리 레스토랑, 슈퍼마켓과 같은 시장은 종래의 아동 및 청장년을 위한 서비스에서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로 스타일을 바꾸어 매출을 높이고 있다. 편의점 역시 그간 청장년에게 맞췄던 포인트를 점차 고령손님에게 옮기는 추세다. 진열전략을 바꾸고 노인 입맛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대거 확충했다. 미래시장의 주인공이 누군지 인구변화로 확인했으니 기업전략도 여기에 맞춰 전환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들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시니어 시프트는 대세이고 기다려주지 않는 시대의 물결이다. 이 변화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두 눈 멀쩡히 뜨고 놓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니어 시프트에 대처할 것인가? 먼저 시장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시니어 자산의 특징은 고자산 빈곤층이다. 자산이 많다고 해서 그 자산을 전부 일상 소비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시니어층의 소비 행동은 청장년층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다면적이다. 시니어 시장은 매스마켓이 통하지 않는 다양한 마이크로 시장의 집합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니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적극적인 소비행동을 취하는 스마트 시니어의 등장이다. 2001년 일본의 50대 인터넷 이용률은 30%대였지만 2010년에는 90%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시장은 이전의 판매자 시장에서 구매자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보로 무장한 시니어가 증가하면서 시니어 시장도 종래의 판매자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실버타운 체험 입주를 할 때 디지털카메라를 준비해, 운영 체제가 가장 약해지는 새벽 1시에 긴급신고 버튼을 눌러 직원의 대응상황을 사진으로 찍어서 철저한 사전검증을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스마트 시니어의 증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시니어 비즈니스의 기본은 ‘3해소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시니어의 ‘3대 불안은 건강 불안, 경제 불안, 고독 불안이다. 책에는 이런 불안, 불만, 불편의 해소를 통해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 커브스Curves는 여성이 기존 피트니스 클럽에 품고 있던 불만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해소함으로써 7년 사이 점포 수 1200, 회원 수 50만 명으로 성장했다. 게이오 백화점은 고령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넘어지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일반적인 평균 속도보다 늦추었다. 포화된 것은 시장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머릿속이다. 시니어 시장에서는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기도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 인구 6만 명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2000가구의 대규모 은퇴자 커뮤니티인 윌로우 밸리Willow Valley가 그 예이다. 윌로우 밸리는 플로리다나 애리조나처럼 따뜻하고 편리한 장소가 아니다. 겨울에는 춥고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도 시설 입주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비결은 입주자가 참가하는 독특한 영업활동에 있다. 견학자가 전미에서 모여드는데, 이때 입주자가 직접 안내를 맡는다. 가령 플로리다 주에서 온 견학자는 플로리다에서 입주한 입주자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온 견학자는 캘리포니아에서 이주한 입주자가 안내한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이렇게 추운 시골에서 어떻게 사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망설이던 사람도 자기와 같은 지역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 온 사람의 실제 체험을 듣고 안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는데 있다. 흔히들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하는 근거는 바로 인구구성이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로 다가서고 있다. 2050년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일본 다음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근로인구 부족과 부양인구 증가로 나타나며 이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복지 부담과 성장 동력 상실의 원인이 된다. ‘현재 일본미래 한국의 바로미터이다. 오늘날 한국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이러한 암울한 미래 전망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인구구성을 가진 일본을 연구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시니어 산업과 고령화 이슈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현장 전문가의 치밀한 분석과 설득력 있는 해법은 내일의 한국을 보는 현미경이자 망원경이다. 우리나라 실버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디플레가 불가피한 시대에 유력한 대안은 저성장고령화와 맞물린 시니어 시장의 잠재파워다. 향후 우리나라 역시 실버 산업, 노인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가오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미로에서 탈출해 미래를 주도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자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할 듯 하다. -- (기획회의 361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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