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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책이라는 화약에 불꽃을 붙이다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교보문고, 2010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시리즈 제6권의 부제가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다. ‘이르는 곳마다 고수들이 있다’는 의미다. ‘김은섭 저자에 대한 글’ 원고 청탁을 받고 불현듯 그 제목이 생각났다. 그는 학교에서 특별히 글쓰기를 전공 하지도 않았고, 책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다. 단지 보통사람들보다 조금 먼저, 약간 더 많이 책을 읽은 사람이고, 좋은 책을 찾아 읽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경제경영서 전문 리뷰어하면 그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김은섭은 어렸을 적 장난감을 받겠다는 일념하에 무심코 적어냈던 집주소로 청소년문학전집 한질과 할부금이 동시에 날아와 아버지로부터 혼쭐을 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달 동안 배달된 책을 읽고 내용을 말하는 과제를 꼬박꼬박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려운 일이 생길적마다, 혹은 명쾌한 조언이 필요할 때면 늘 서점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는 다음과 네이버에서 ‘Richboy's Lab Ver 3.0'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리치보이‘란 필명을 알렸다. 특히 2008〜2011년 연속으로 ‘다음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었는데, 경제경영 분야의 최신작을 얼마나 부지런히 읽고 발빠르게 소개하는지, 다음 블로그에는 무려 1830개에 달하는 리뷰가 올려져 있을 정도다. 그밖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경제전문 케이블채널인 ‘이데일리TV’에서 매주 경제경영 신간을 소개하고 있다.
작년에 발간된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는 그의 책 읽기 방식과 서평쓰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정신없이 바쁘거나 바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투자시간 대비 최고의 효용가치를 지닌 자기계발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답은 ‘독서’다. 하지만 대부분 무슨 책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 오죽하면 버트란트 러셀 같은 세계적인 석학도 “내게 양서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 책은 이렇게 책을 읽고 싶지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유용한 책으로, 직장생활과 인생에 도움을 주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직장인, 이럴 땐 이 책을 읽어라」라는 주제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서평 중에서 고른, 유용하고 알찬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을 담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10가지 질문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유용한 책 72권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싶다면’ ‘사장의 마인드를 배우고 싶다면’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고 싶다면’ 등 눈이 반짝거리는 질문들과 귀가 솔깃해지는 답들로 가득차 있다.
예를 들어 경제 마인드를 키워주는 책들을 소개한 5장을 펼쳐보자. 거기에는《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괴짜 경제학》,《상식 밖의 경제학》,《딜리셔스 샌드위치》같은 책들의 리뷰가 기다리고 있다. 또 웬만한 회사에서는 거의 다 시도하고 있는 ‘지식경영’에 뒤떨어지지 않고 싶거나, 보다 효율적인 독서법이 궁금하다면 6장 독서・독서법을 읽으면 된다.《독서-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읽기》,《전략적 책읽기》,《생산적 책읽기》같은 책들에 대한 저자의 친절하고 세심한 서평이 실려있다. 더러는 부자되는 실전투자법을 익히고 싶어 이 책을 택하기도 한다. 그런 독자들이라면《부자습관》,《보도 새퍼의 돈》,《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같은 책들로 현명한 재테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책을 분류해 놓은 다음 저자 특유의 예리한 분석력에 맛깔스러운 필력이 더해진 덕분에, 순서와 관계없이 각자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
이 책은 특히 공부하는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자기계발법이 투자 시간 대비 효과가 확실한 `독서`라는 걸 잘 알고 있는 필자다. 유명 프랜차이즈 관련 기업 등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직장인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고 책을 읽자고 요령있게 권할 줄 안다. 이러한 면은 그의 블로그 소개글을 봐도 금방 알수 있다. “인간의 지능은 창고에 보관된 화약이다. 화약은 자체적으로 점화할 수 없다. 반드시 외부에서 제공되는 불꽃이 있어야 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독자들의 지능에 보관된 화약을 폭발하게 하는 불꽃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블로그와 책이 사람들에게 공감과 호응을 얻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은 정보와 자료의 바다인 인터넷이 발달하고 블로그나 트위터 같은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가 실시간으로 흐르는 시대다.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역할이 지식을 생산하는 학문의 최전선과 독서 대중 사이에 존재하며 양쪽을 이어주는 ‘글쟁이들’이나 ‘스토리텔러’에게 상당부분 넘어갔다. 양서를 고르는 혜안을 갖추고, 이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자 눈 가까이에 전달해 주는 서평가들의 역할이 요긴해졌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를 다시 넘겨보다가 책에 대한 책이 왜 필요한지 공감가는 대목을 발견했다. “책읽기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러니 같다. 마치 ‘비디오 잘찍는 요령을 알려주는 비디오’처럼 책을 잘 읽고 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름 아닌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를 어느정도 하다 보면 책을 잘 읽고 싶고, 더 많이 읽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이 책, 210쪽) 지금껏 멀고 긴 인생길을 하루에 한 걸음씩 걸었다면, 타인의 삶과 경험이 담겨 있는 책과 함께 하면서 이제부터는 하루에 두걸음씩 내딛는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일단 읽어라! 그리고 질문을 던져라, 그러면 책은 답을 줄 것이다. 필자도 소개된 책 중에서 밑줄 긋고 책갈피까지 접어놓고도 미처 못읽은 책을 이참에 찾아 읽을 작정이다. -끝- (기획회의 3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