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 -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국의 8가지 힘
존 나이스비트 & 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안기순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메가트렌드 차이나』
존 나이스비트ㆍ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안기순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0
존 나이스비트는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이다. 1967년 중국 땅을 처음 밟은 후, 43년 동안 100번 넘게 중국을 방문한 ‘중국통’으로 텐진 난카이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나이스비트 중국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메가트렌드 차이나』는 나이스비트 부부가 오늘날 중국의 번영을 가져온 비결을 서구인이 아닌 중국인의 시각으로 썼다. 중국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중국의 미래를 가장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책으로 꼽힌다. 이 책을 읽다가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떠돌던 말이 생각났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9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를 중국만이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지금 중국은 수출 세계 1위, 기업 시가총액 2위, 군사비 2위, GDP 2위로 미국의 턱밑까지 바싹 추격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짐 오닐은 2030년이면 세계 GDP 순위가 중국 미국 일본 인도 순으로 바뀐다고 예측하고 있다. “중국이 언제 미국을 앞지를까요? 중국이 우리의 직업을 빼앗아 갈까요?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야 할까요?” 이것이 바로 요즘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낙후된 사회체제로 허덕이며 세계 빈국으로 꼽히던 중국이 30년 만에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한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하향식 지도와 상향식 참여의 균형,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안정을 찾은 정치, 국제적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대외관계 전략, 자유와 공정성 등 ‘8가지 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특히 중국 발전의 원동력이 서구의 ‘수평적 민주주의’와 대비되는 중국식 ‘수직적 민주주의’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자율과 경쟁을 기반으로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서구식 수평적 민주주의와 달리, 중국식 민주주의는 타인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수직적 민주주의라며 ‘중국모델’을 치켜 세운다. 중국이 공산주의 옷을 입은 자본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옷을 입은 공산주의 국가인지를 묻는 것은 우문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서구 지식인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서구식 잣대를 들이대며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데 반해, 나이스비트는 중국을 서구의 관점이 아닌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라고 누누히 강조한다. 서구식 민주주의는 한 세대가 아닌 수백 년에 걸쳐 성숙되었는데 비해, 중국은 자유와 국민 사회를 향해 행진하기 시작한 지 불과 30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서구는 중국을 비난한다고 꼬집는다. 유럽이 자유무역을 시작하고 나서 민주적인 시장경제를 수립하기까지 300년이 걸렸고, 미국에서 노예제도와 인종차별 정책이 폐지되는 데에도 거의 200년이 걸렸음을 상기시킨다. “중국은 천천히 전진할 것이다. 미끄러운 돌다리를 딛고 강을 건널때는 무엇보다 균형을 잡아야 한다. 비록 계속 비틀거릴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서구 지식인들 가운데 드물게 중국 정부로부터 환대를 받는 이유가 짐작된다.
마지막 부분에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된 3T'(톈안먼 광장, 타이완, 티베트) 등 중국이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논쟁거리를 조심스럽게 던져 놓았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 내부자의 시선으로 중국의 변화상을 살펴본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에 몰두한 탓인지 중국 사회의 약점을 다룰 때조차도 한없이 너그럽다. “중국에는 부패가 존재한다.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도 존재한다. 중국에는 의심쩍은 지방정부가 있다. 하지만 직원이 수백 명인 기업에서도 절도, 뇌물 수수, 음모 등을 막을 수 없는데 인구가 13억인 기업이 결함 없이 돌아갈 수 있을까?” 티베트 문제를 언급할 때는 심지어 중국 정부의 대변인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중국에서 사람들은 보통 1950년 이전에는 티베트인의 95%가 ‘봉건주의 농노’로 살았다고 본다. 공산당이 지배하기 전의 티베트는 낮은 계급의 사람, 특히 최하층 천민에게 ‘지구상의 지옥’이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90% 이상의 티베트 사람들을 농노 제도에서 해방시킨 것만으로도 중국은 이미 티베트를 지배할 도덕적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라는 구절은 선뜻 수긍하기 힘든 대목이다. 지난해 인민일보가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 했는데 자칫 중국인에게만 환영받을 책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일본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던 시기는 1968년이다. 그 무렵 허먼 칸(Kahn)이라는 미래학자가 서기 2000년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2010년 올해, 42년 동안 일본이 누려온 세계 2위 자리는 중국에 넘어간다. 42년 전 미국 추월론에 들떴던 일본은 지금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중심의 판도 재편 역시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극심한 부의 격차와 계층의 분화, 도시와 농촌의 발전 격차 등은 중국 지도부가 안고 있는 최대의 숙제이다. 2030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 이라는 예언 역시 과잉 예찬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을 비롯하여 차이나 파워를 다룬 책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중국의 몰락』(고든 창),『중국이라는 거짓말』(기 소르망),『반편이들의 상식』(량원다오) 등 다른 주장을 펼치는 책들을 함께 읽어 중국을 바라보는 균형있는 시각을 갖추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쨌든 중국은 우리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경제우산 속에서 중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전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중국은 2003년 미국, 2007년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과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대(對)중국 교역규모가 미국 및 일본과의 교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너무 잘돼도 걱정이고, 문제가 생겨도 우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나이스비트는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즈니스맨들에게 보다 객관적인 중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는 무었이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을 공부해라. 중국인의 시각으로 중국을 봐라. 깊이 알면 알 수록 중국은 거대한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중국은 위협이 아닌 기회다”라고 답했다.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