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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서 살아보기 - 신중년 11인 고령의 생활인구가 되다 ㅣ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4
패스파인더 지음 / 퍼블리터 / 2024년 4월
평점 :
<고령에서 살아보기>는 2023년에 사회적기업 패스파인더가 주관한 ‘고령 살아보기 탐색’ 과정을 통해 고령을 다녀온 신중년 11명의 고령 탐색기이다. 지난 2020년 발간했던 〈남원에서 살아보기〉, 2022년 발간했던 〈강릉에서 살아보기〉, 2023년에 발간했던 〈인제에서 살아보기〉에 이은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고령 살아보기 탐색’ 과정은 경북-고령의 생활인구 사업 ‘1시군-1생활인구 특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즉, 정주인구(定住人口, 주소를 정해 거주하는 인구)뿐만 아니라 통근·통학·관광 등으로 그 지역에서 체류하며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그 지역의 인구로 간주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신중년 11인 고령의 생활인구가 되다’라는 부제처럼 11명의 신중년들은 고령의 역사와 문화 예술, 지역 비즈니스, 귀농과 귀촌, 마을 기업과 사회적 경제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일과 활동을 탐색하고 고령의 사람들을 만났다. 개실마을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종택을 지키는 종손, 가야금을 만드는 명장, 빈집을 수리하며 고령을 바꾸어가고 있는 청년, 시골에서 작은 영화관을 만들어가는 영화인 등 다양한 사람책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령을 찾은 신중년들은 단순한 여행이나 관광을 넘어 지역과 인연을 맺고 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보려는 지역 팬슈머(fansumer)를 지향한다.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단순히 구매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팬의 입장에서 제품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직접 투자하거나 제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내는 것이다. 책에는 신중년들이 가진 전문성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의 마을, 청년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다. 중장년 입장에서는 인생 2막의 새로운 활동 무대를, 지역은 새로운 인적자원을 얻게 되는 셈이다.
<고령에서 살아보기>는 물질 자본, 발전과 개발, 승자독식, 제로섬 게임의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많은 폐해를 사회자본, 삶의 질, 신기술, 그리고 지역 자본으로 더 잘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지역 자본(local capital)’이라는 말은 비단 물질 자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자본, 네트워크 자본, 로컬 인력 등을 포괄하는 매우 포용적인 개념이다. 로컬 기획자 박우현이 《기획회의》 602호에서 말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본다. “로컬은 지역성이 아니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로컬은 삶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에 가깝다. --- 그러므로 로컬이란 삶의 전환이 가능한 영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