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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켑틱 1년 정기구독 - 3, 6, 9, 12월 발간
바다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리뷰> 스켑틱 V22 커버스토리 “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가”
음모론의 시대
코로나19 바이러스 음모론, 911 음모론, 부정 선거 음모론,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 음모론,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음모론 등 과학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도 음모론은 차고 넘친다. 최근에는 정의기억연대 운동의 문제점을 제기한 이용수 님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음모론이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제기 된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쓴 마이클 셔머의 말처럼 “음모론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려면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 정도는 돼야 할 모양이다.” 이런 음모론은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음모에 대한 구조화된 믿음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켑틱Skeptic> 22호에서는 ‘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이 왜 음모론을 믿는지, 누가 음모론을 만드는지 등 다양한 시각에서 음모론을 조망했다. <스켑틱>은 사이비과학과 유사과학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 기관인 스켑틱 협회에서 발간하는 과학전문잡지이다.
『음모론의 시대』를 쓴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우리시대의 복잡한 담론으로 떠오른 ‘음모론’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며 음모론이 등장하고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수용되는 이유를 막스 베버의 ‘신정론’(神正論)’으로 설명한다. 신정론은 고통이나 악, 죽음과 같은 현상을 신의 존재에 기대어 정당화하려는 믿음 체계를 뜻한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올수록 신정론은 힘을 잃었다. 종교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사람들의 고통을 설명하지 못하게 된 이 시대에 그 빈자리를 음모론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인 의혹과 정당한 비판을 탄압했기에 의심과 비판은 더 공고해지고 확산된다. 묵살과 낙인과 탄압은 의혹과 불신과 음모론을 더욱 키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모론의 오묘한 쓸모에 관심이 많다. 인간은 무조건적인 고통이 아니라 이유가 없는 고통을 가장 못견뎌한다.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고통 이면에 내가 아닌 누군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믿음으로써 위안 받는다. 음모론은 그런 고통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설명을 제공해준다. 즉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믿는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학적이고 공식적인 정보를 ‘고구마’에, 루머가짜뉴스음모론과 같은 자유로운 정보는 ‘사이다’에 비유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선거 관련 음모론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것이 패배의 억울함과 고통을 살뜰이 다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모론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사실로 밝혀질 때 그 효과는 증폭된다. 어디 그뿐인가. 음모론은 불확실하고 불명확하고 복잡해서 우리의 이성과 인식능력을 벗어난 세상을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주며 인지부조화를 줄이고 고통의 무게를 덜어 주는 문화적 쓸모를 지니게 된다.
음모론은 고통을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절박한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문화 자원이다. 음모론이 루머보다 더 체계적이고 가짜뉴스보다 더 긴 까닭은 이런 스토리 요소와 라인을 갖췄기 때문이다. 누가 착한 아이고 나쁜 아이인지는 산타할아버지가 말해줄지 몰라도 누가 착한 놈이고 나쁜 놈인지는 음모론이 말해준다. 많은 사람이 음모론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모론자가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그 반대다.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음모론자가 된다기보다 오히려 이성, 논리, 과학에 물신주의적으로 집착하기에 음모론자가 된다. 거기에 SNS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의 반복적인 ‘리트윗리포스트좋아요’는 음모론의 확산을 불을 당긴다. 이런 음모론은 저低신뢰 사회에서 불투명성이 높을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한국에서 특히 음모론이 횡행하는 이유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저신뢰 사회이며 특히 공공 영역의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음모론이 쏟아지고 있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음모론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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