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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저자가 완벽한 통섭의 지식인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카이스트의 뇌과학자가 로마의 역사를? 거기에 이런 깊은 통찰까지?
팟캐스트에서 저자의 강연을 먼저 듣고 책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내용을 다 포괄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단점 외에는 맛깔나고 정말 재미있었다.
1부,2부에서는 로마의 기원부터 멸망까지 그 역사를 아우르고 3부,4부에서는 로마의 역사가 현재에 어떻게 맥을 잇고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화두를 남기고 있다.
로마에서는 왕이라는 단어만큼 왕을 상징하는 왕관 또한 굉장히 혐오스러운 상징 중의 하나였기에 콘술의 경우 왕관이 아닌 월계관을 썼다. 콘술의 옷에는 줄이 하나 더 그려져 있었으며, 군인을 통치해서는 안 되고 호위군사도 9~12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집정관을 보호하는 호위군사는 칼이나 창이 아니라 막대기를 묶어 위에 도끼를 끼운 파스케스fasces를 들고 다녔다.
라틴어로 묶음을 의미하는 파스케스는 막대기처럼 가는 것도 묶으면 튼튼해진다는 의미, 즉 로마인들 한 명 한 명은 약하지만 이들이 모이면 강력한 군대가 된다는 것의 상징이었다. 파스케스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혼란을 틈타 다시 고대 로마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무솔리니가 세운 파시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로마에서는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트라이엄프라는 승전 행렬을 벌였는데, 이때 마차를 끄는 노예는 장군의 귓속에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말을 계속해서 들려줬다.
고 한다. 휴브리스hubris, 즉 오만을 항상 경계하기 위함이었다.p117
인간이 가진 자원 중에서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지닌 자원은 바로 과거다. 우리는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거에 집착하는 나라들은 모두 ‘운명의 바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는 무한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통해집중하면 엄청난 투자가 가능하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도 미래에 더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효율성과 팽창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p279
현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은 더 이상 좌파와 우파,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경쟁의 구도가 바뀌었다. 현재 빌어지고 있는 갈등의 가장 큰 핵심은 애니웨어 피플 anywhere people과 섬웨어 피플 some-where people 의 싸움이다.p331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물론역사를 알아도 반복되는 역사를 모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로마 제국은 사라졌고, 황제도 세나투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마 제국은 우리에게 두 가지 숙제를 남겨줬다. 모든 민족과 국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영원한 제국은가능할까?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로마 제국도 사라졌다면, 역시 변함없이 발전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우리들의 세상역시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기술과 부를 누리기에 영원한‘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휴브리스로 가득한 21세기의 우리가 로마를 이해해야 하는이유다.p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