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마‘에서 그닥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잊고 보이지않는 힘에? 끌려 가즈오 이시구로를 다시 만났다.특수 기능을 탑재하고 태양광에서 자양분을 얻는 AF (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는 미래. 바깥 세상을 세세하게 관찰하기를 즐기고 정서지능이 높은 클라라는 AF 매장에 진열되어 인간 아이의 선택을 기다리다 만난 운명의 소녀 조시가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굳게 믿고 동료 AF들이 하나둘 매장을 떠남에도 다른 아이의 선택을 거부하며 그녀를 기다린다.[집을 찾았는데 나의 아이가 나를 원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 궁금했다. 이 둘을 보기전에는 에이에프가 자기를 멸시하고 싫어하는 아이와 같이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결국 조시는 클라라를 데려갔고 클라라는 죽어가는 조시와 엄마를 둘러싼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며 조시를 지켜나간다.[여기서 행복하냐는 조시 엄마의 물음에 ˝가끔 그곳 생각을 해요.˝ 내가 말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다른 에이에프들, 하지만 자주 생각하는 건 아니고요. 여기에서 지내는 게 무척 좋아요.˝어머니는 잠시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거 참 좋겠다.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지 않는 거,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거.자꾸 지난 일을 돌아보게 되지 않는 거. 그러면 모든 게 훨씬 더……….˝ ] 클라라는 태양의 자양분이 조시에게도 생명의 희망을 줄거라는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조시의 친구 릭의 도움을 받아 멕베인씨의 헛간에서 쉬는해에게 자신이 제안한 과제가 완성되면 조시를 살려달라고 빈다. [˝조시가 좋아지게 해주세요.거지아저씨한테 한것처럼요˝] 죽어가는 조시를 대신할 초상화를 만들게해서 조시의 생명이 다하면 조시처럼 훈련한 클라라가 조시에 대한 모든 지식을 지닌채 초상화 조시 안에 들어가 새로운 조시가 되게하려는 엄마의 계획을 알게된 클라라는 해에게한 쿠팅스 머신을 찾아 파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클라라 나을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아버지 폴의 도움을 받아 실행한다.엄마 크리시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폴.[˝그게 어렵지 않겠니? 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건 능력 밖일 거야. 아무리 신통하게 해낸다 해도 흉내 내는것만으로는 턱도 없을 테니까.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그걸완전히 알아야 하지, 아니면 너는 절대로 조시가 될 수 없어.˝]그러나 조시는 쇠약해져만가고 클라라는 다시 헛간에 가서 해가 조시에게 특별한 자양분을 줄것을 간절히 빈다.˝제가 여기에 이렇게 올 자격이 없다는 거 압니다. 해가저한테 화가 났으리라는 것도 압니다. 공해를 완전히 멈추지 못해서 해를 실망시켰으니까요. 공해를 계속 생산할 끔찍한 기계가 또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니 얼마나어리석었는지 지금은 압니다. 하지만 해가 그날 야적장에서우리를 보고 있었으니 제가 열심히 노력했고 희생을 하기도했다는 사실을 알 겁니다. 제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일이었지만 오직 기쁘게 그렇게 했습니다. 아버지도, 해의 인자한 약속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제 희망을 보고 거기에 믿음을 걸었기 때문에 저를 도와서 최선을 다하는 걸 보셨을 겁니다. 과제를 과소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사과합니다.˝클라라의 진심이 통했는지 우연의 일치인지 해가 조시에게 격렬하게 비춘후 조시는 건강을 되찾는다.이후 조시는 어른이 되어가며 자신의 길을 가지만 클라라는 잊혀지고 무용해져 버려졌지만 해의 친절과 조시와의 삶을 행복했다고 반추한다. 이 책은 밀라쿤데라의 책처럼 해설이 없다. 독자가 자의적으로 느끼고 해석해보라는 선의인지 답이 너무 뻔해서인지 모르겠다.아무런 대가도 바라지않고 자신을 선택해준 주인 친구에게 헌신하는 인공지능 클라라의 희망에 대한 순수한 믿음과 타인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감정을 소중하게 감싸안아주는 마음씨는 인간성이 말살되고 있는 현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뭉클했던 몇몇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이시구로‘ 잘 데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