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언에게서 추천받을 때만해도 도서관에서 날개만 읽고 미국 시골? 탁(책 덮는 소리)이었다. 그만큼 난 편견덩어리였고 미국 시골에 살면 그만큼 가진 자일 거라는 질투심이 마음 속 깊이 솟아나 절대 읽지 않을 책으로 정했다. 독서모임 작품으로 선정되기 전까지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월든부터 읽었는데, ‘월든을 알아야 도시인의 월든을 읽지‘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이 책을 조금 늦게 읽고 싶었었나보다. 헌데 이게 웬걸. 책을 펼치자마자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좀 전에 읽은 월든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니, 또 내가 주목한 부분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신기했고, 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처음 접하는 육아? 교육? 방법이라 너무나도 신선했다. (그렇지만 역시 인간이 대화를 하며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데-모든 표현이 자기 의견이므로- 이 책에서도 딸과의 대화를 보면 의견을 말하는 부분이 있지만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건 어떤 의미인지 알 듯하다.)
그리고 그녀의 삶의 방식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과 아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니 명상을 안하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어서 너무 궁금해졌다. 역시 난 사람은 난 사람인지 표현도 너무 잘 되어 있었다. 내가 글을 쓴다면 절대 이렇게는 못쓰겠지 싶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더 많이 들여다 보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사노동에 대한 내용을 다룬 곳이었다. 집안 일로 지상에 발 붙이고 모든 도전을 놀이처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겠지만 그 자체가 즐거운 인생 놀이라고 생각하면 모두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게 명상적 싦이리라.
일주일간 마음이 지옥이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생각에 맞는 정보를 모으기 바빴다. 그러면서 우울해하고 출근하기 싫어했다. 한 일 주일 작업을 하며 내가 얼마나 이 상황에 저항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나의 어리석음-아마 이 저자도 사실은 자신이 통제 가능한 삶을 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이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것이다. 사실도 아닌 일을 말이다. 이제 무슨 말을 들어도 그냥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싫어하는 마음도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인생엔 좋은 공부 재료만 있을 뿐이다. 내가 더 일하는게 나쁜 일이 아니란 거다. 그저 지켜보면 된다. 나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 지켜보는 힘과 지혜다.
사실 미완의 완독이다. 맨 뒤 2개의 소제목을 아직 읽지 못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 당하기 싫으면 책부터 읽고 오라고 해서다. 당장 낼 빌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 작가의 전작이 <숲속의 자본주의자>라고 한다. 이것도 읽어볼 예정이다. 너무 좋았고, 삶의 방향성 등 모두 나와 비슷했으나 월든이 뒤로 갈수록 약해졌다는 건 좀 웃프다. 완벽하지 않은 삶, 그것이 소로우와 박혜윤과 나의 지향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