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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스타를 부탁해
박성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 실제 가질 수 있는 직업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타 직업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그래서 더 신비롭거나 베일에 가려져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직업들이 있다. 나에게 그 중 하나는 매니저라는 직업이다. 그것도 스타를 전담으로 하는. 살면서 스타들을 직접 보기란 어려운 일인데 매일매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스타와 함께 지내야하는 매니저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또 스타들을 보면서 떨리지는 않은지, 반대로 스타와 편한 친구사이가 된 적이 있는지 궁금증이 피어나기도 했다. 그런 내 궁금증을 다소 풀어주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박성혜의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스타를 부탁해>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저자의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위 그쪽 세계에 문외한인 나에게 박성혜라는 이름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맡았던 스타들 - 김혜수, 전도연, 지진희, 황정민, 임수정, 공효진 등-을 보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맡아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갔다.
여걸 박성혜, 그녀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했던가. 4년제 대학의 영문학과를 다니던 그녀는 분명 연예계와 멀어보였다. 하지만 박성혜 본연의 힘이 그 길로 인도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소위 끼가 있었다. 옆에서 보면 무모한 도전이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을 크게 벌이고 좋은 결과로 이끄는 끼가 말이다.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들어간 영화동아리와 그 뒤에 관심을 갖게 된 사진(몇몇 에이전시와 모델들이 단골이 되기도 했단다.) 20년 역사상 재학생을 단원으로 뽑지 않았다던 산울림 극단에 들어간 일, 이벤트 회사,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학우를 돕는 초대형 콘서트 이벤트까지. 대학생이었던 그녀가 벌인 일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이었다. 대학생 특유의 열정이었을까, 아님 그녀의 도전이 이루어낸 쾌거였을까.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지금도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에겐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련 없이 철이 어떻게 단단해 질 수 있으랴. 그녀에게도 시련은 다가왔다. 먹고 살기 위한 일, 바로 취업이다. 첫 회사였던 논노가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문을 닫고 모아놓은 돈으로 차렸던 학사주점에도 흥미를 잃고서 재취업을 노렸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그러던 중 논노에 다니던 시절 사수였던 팀장님의 전화 한통이 바로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바로 스타 서치라는 대기업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니 어서 지원해 보라는 전화였다.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사람에게 운이 좋다고 말을 한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고도 좋은 일을 겪는 사람이 있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운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다르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초짜 매니저였던 박성혜가 느닷없이 대스타인 김혜수의 개인 매니저가 되긴 했지만 운만으론 15년을 함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쌓아온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매니저로서의 노력.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다. 그러면서 그녀의 울타리는 점점 튼튼해져 수많은 스타들을 그 안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스타가 아니면서 스타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인간 박성혜였다.
두툼한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내가 잘 모르는 분야, 또 내가 잘 모르는 인물에 대한 책이라 자칫 지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새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읽은, 배울 점이 참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감초처럼 등장한 스타들의 사생활도 재미에 한몫했지만 말이다. 또 매니저라고 해서 얼마 전 물의를 일으켜 뉴스에 등장한 -여학생 팬들을 때린 아이돌 가수의 매니저- 매니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스타와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매니저가 있다는 사실도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는 책은 언제나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나는 열심히 살았나 하는 자학과도 같은 감정과 함께. 내 이야기는 아무리 쥐어짜도 몇 페이지도 안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남은 페이지를 채우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아닐까.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열심히 살았다고,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적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도 한 권의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