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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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 레코드라는,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 이 수상한 이름의 회사를 알게 된 건 역시 ‘장기하와 얼굴들’ 덕택이었다. 2008년, 여느 때와 같이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발견한 동영상엔 댓글이 가히 폭발적으로 달려있었다. 무심한 얼굴로 노래 부르는 보컬과 독특한 노랫가락, 무표정한 얼굴의 백댄서까지. 노래 가사도 곱씹을수록 재미있었다. 알고 보니 장기하는 장교주라는 별칭으로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처음 본 나로서는 신선하고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장기하와 얼굴들’은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또 수공업으로 이루어진다는 음반을 만장이나 팔았다는 신화도 남겼고 높은 학벌도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2009년에 발매된 정규 음반도 구입해 보고 ‘브로콜리 너마저’나 ‘치즈스테레오’ 등 붕가붕가 레코드와 관련 있는 밴드들의 음악도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에 알 수 있는 건 그 뿐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할 것인지 인디의 한계는 그것이다. 팔리지 않는 음악이란 인식이 강해서인지 몰라도 그들이 언제 음악을 그만두고 생계에 뛰어들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읽은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그런 내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준 책이다. 그리고 붕가붕가 레코드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 주었다. 그것도 매우 유쾌한 어조로 말이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무조건 낫다”

맞는 말이다. 용기가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이것도 변명인지 모르겠다. 이 말은 붕가붕가 레코드의 신조다. 그리고 그 회사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하다. 관악구 외진 곳(하지만 최고의 학벌인)에서 시작된 붕가붕가 중창단에서부터 아는 사람끼리 알음알음 차린 붕가붕가 레코드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이 없었다면 그들의 많은 음악들이 묻혔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을까? 그들은 망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이 모이지 않아도, 수공업으로 만든 음반이 잘 팔리지 않아도 상관 않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든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 성공하자 붕가붕가 레코드는 그제야 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한 번에 CD 일곱 장을 복사할 수 있는 기계를 들여놓고 일주일에 천장씩 CD를 만들어내고, 부가가치세라는 걸 내보고 또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중엔 엄청난 성공 뒤에 찾아온 업자들도 있었다. 음악보다는 돈이 되는 건수를 찾아오는 사람들. 하지만 붕가붕가 레코드와 장기하는 안다. 그들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음을 또 ‘장기하와 얼굴들’이 어느 정도 운에 의해 떴음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나아갈 것이다. 고난이 닥치면 언제라도 그랬듯이 그때 가서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면서. 책을 읽고 나니 어느새 붕가붕가 레코드의 직원들이 친숙한 이름이 되어 있었다.   

십여 년 전엔 나도 Nirvana의 음악에 심취해 있던 학생이었다. 기타를 배우기도 했지만 꿈은 꿈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숨겨놓았던 열정이 다시 불붙는 게 느껴진다. 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히 올인 하는 것에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힘든 일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을까? 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적당히, 별일 없이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또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어쩐지 응원하고 싶은 그들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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