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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0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정영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유연성 없이 상황에 쉬이 적응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처음엔 주변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속될수록 사람들과의 사이에 선을 긋고 자기비하나 자기학대에 들어간다. 구부러지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사람은 주위를 힘들게 하거나 그 올곧음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도 하는데 <어느 신골 신부의 일기>에 젊은 신부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아이처럼 순박하기에 주위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특유의 곧은 성격으로 미움을 받기도 한다. 극도의 가난으로 하루하루를 걱정해야하는 사제,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악을 물리치기 위해 깊게 성찰하고 노력하는 사제. 하지만 그의 노력은 사람들에게 닿지 않고 언제나 산산이 부서지기만 한다.
<어느 신골 신부의 일기>는 신의 믿음이 사라지고 기계가 도입될 무렵의 이야기다. 종교가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중세시대가 지나고 점차 사람들이 그 자신의 탐욕과 욕망에 물들어가던 시절이었다. 작가는 1930년대 반교권주의와 무신론이 번져가던 당시 프랑스사회에서 그 시대 교회의 부패와 관료주의 등을 앞장서서 비판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부는 매우 나약한 육체를 지녔다. 위통으로 밥을 못 먹을 때도 있고 병으로 몸이 말라가고 쇠약해지지만 그의 신앙심만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신부는 사람들을 도와주려 노력하고 신앙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너무나 올곧고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으로 세상에 대해 너무 몰랐던 신부는 다른 신부에게 충고를 받기도 하고 주위의 미움을 받기도 한다.
책은 일기의 형식이다. 날짜는 나와 있지 않지만 주로 신부의 독백과 사람들과 나눈 대화로 내용이 채워져 있다. 중간 중간 나오는 공백과 변해가는 몸, 처절한 그의 고백은 그가 날이 갈수록 고통에 빠진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 책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어린이의 마음’과 ‘숭고한 가난함’을 강조함으로써 신부의 마음이 한층 빛나 보이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새로이 알게 된 말도 있다. ‘가난한 자는 애덕으로 살아간다’라는 말이다. 가난한 자는 타인의 자비로 살아간다는, 바꾸어 말하면 상대방은 가난한 존재 덕분에 애덕을 행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뭔가 슬프면서도 맞는 말이라 기분이 씁쓸했다.
시련과 흔들림,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학과 외로움이 찾아오지만 신부는 죽음을 앞두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자신과의 화해로써 애증의 감정을 승화시킨다. 특히 그의 마지막 말인 “아무려면 어떤가? 모든 것이 은총이니”에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평온해진 그의 마음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뒤의 해설을 읽어보니 책에서의 신부의 수난이 골고다 언덕의 예수의 수난과 일치해 나간다고 한다. 작가는 예수의 수난을 현대로 재현시킴으로써 신앙심이 사라져가는 현대사회에 나약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인간의 고결함을 되새기려 한 것이다.
책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단어도 그랬고 귀족이나 하녀 같은 계급이 남아있지만 기계화가 시작된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이해할 수 없어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믿음이 모자라서 그랬을 수도? 하지만 젊은 사제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 뜻대로 되지 않음에서 나오는 고뇌와 자기성찰은 보편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처럼 하기는 어렵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