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자연의 현상들이 과학으로 규명되기 전 인간들은 자연을 두려워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연을 경외하였고 그 모든 현상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해가 뜨고 지는 것, 바람이 부는 것, 비가 오고 또 별과 달이 빛나는 것까지. 그러다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자연의 힘은 신이 만들어 낸 것이고, 인간과 동물이 아닌 또 다른 존재가 신보다 더 가까이에서 인간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이다. 고대나 중세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그들의 고된 삶에 타당성을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온갖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어떤 것들은 기원전부터, 어떤 것들은 중세시대부터 존재해온 몬스터들인데 이렇게 하나로 묶어 놓고 보니 몬스터에도 지역적 특색이 있기도 하고 공통된 것도 있어 읽으면서 정말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또 워낙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로마신화나 판타지 소설을 즐겨봐서인지 낯익은 몬스터들이 나오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선 이 책은 10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테마는 영생불사, 반인반수, 용, 이종결합, 다다익선, 거대괴물, 여신 여괴, 자연 정령, 요괴 요물, 환상식물로 제목이 붙어있는데 각각의 몬스터에 따른 전설이나 신화도 같이 소개하고 있어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영생불사 몬스터 중 봉황이나 샐러맨더, 가루다, 아펩 등이 거의 새나 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건 처음 안 사실이다. 책에 의하면 그 몬스터들은 주로 태양, 불과 연관되어 있다 하는데 태양은 매일 밤 사라지지만 다음 날 다시 떠오르고 불은 생명과 빛의 근원으로 여겨져 영생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또 뱀은 탈피를 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고 여겨지고 새는 그러한 뱀을 잡아먹기 때문에 같이 불사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예로, 용이 동양과 서양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양에서의 용이 보물의 수호자라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다.(하긴 책 <해리포터>를 봐도 그린고트 은행의 보물을 지키는 것은 용이었다.) 각각 관장하는 것이 물과 불이고 성격도 달라 동양에서는 용이 신격화 되어 있고 서양에서는 성격이 포악하여 무찔러야 하는 대상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같은 용인데 지역 따라 겉모습도 다르고 상징하는 바도 다르니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서양의 용이 이렇게 인간에게 해를 미치는 대상이 된 데에는 ‘신약성서’의 힘이 크다고 한다. ‘신약성서’에서 용은 하느님의 적인 사탄으로 규정하고 이브에게 사과를 권한 것이 사실  용이라고 하는 목소리도 있는 모양이다. 그에 반해 동양에서는 용이 머리가 좋고 바람과 비의 힘을 가졌다 하여 신성시 되어왔다. 가뭄이 계속 될 때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 이 책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친숙한 크라켄과 플라잉 더치맨도 소개하고 있고 어린 시절 비디오로 빌려봤던 강시시리즈의 강시도 나온다. 우리나라 고유의 몬스터인 불가사리와 미르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 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부터 난 까마득한 옛날엔 인간과 환상적인 존재들이 함께 살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현대에는 인간이 전구를 발명해 어둠을 쫓아버려서 모두들 숨어버린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래서 검룡소(儉龍沼)의 이무기도 아직 천년이 되지 않아 바위 밑에서 수련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해봤다. 이런 얘기를 하면 논리적인 사람들은 비웃겠지만 뭐 어떤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오랜 시간 인간은 자연을 두려워 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그와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불과 몇 백 년 만에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되어 인간에 의해 조각조각 난도질당하고 헤집어졌다. 그리하여 자연의 신비로움은 사라지고 원인과 결과만이 남았다. 그로인한 좋은 점도 부작용도 많다. 그래서 감히 말해 본다. 혹시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전설이나 설화의 몬스터들은 자연을 함부로 건드리면 해를 입는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은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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