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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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은 사람이라도 아는 사실이 있다. 바로 해충이 농작물을 해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농작물에 농약을 쓰는 것은 당연시 되어 왔다. 농약은 생산량과도 직결 되어 있다. 즉, 농약을 쓰지 않음으로써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생계가 곤란하게 됨은 물론 소비자들은 농작물의 공급부족으로 가격폭등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 농약에 대한 폐해가 점점 알려지면서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들이 각광 받고 있다. 가격은 보통 농작물의 몇 배가 되는 것도 있지만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여기, 농작물에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던 30여 년 전부터 무농약을 고집해온 한 사람이 있다. <기적의 사과>의 기무라 아키노리는 모두가 미쳤다고 그를 손가락질 할 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실패의 좌절 속에서 
 

기무라가 처음부터 무농약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대로 내려온 농가의 차남이었다. 사과밭에서 나온 돈으로 생활의 곤란함도 없었다. 그리고 사과에 농약을 뿌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라온 사람이었다. 그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결혼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아내가 농약에 특히 약한 체질이라 농약을 뿌리면 다음 날 바로 앓아누웠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되는 옥수수로 생업을 바꿔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휴식기간에 우연히 발견한 책 <자연농법>이라는 책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지만 사과 무농약 재배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농약을 안치고 비료를 안주니 사과나무는 점점 엉망이 되어 갔고 생활은 궁핍해져만 갔다. 온종일 해충을 잡고 사과나무에 매달려도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그의 부모님은 사돈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아들 기무라와 의절하고 그의 밭은 주위 농가들로 부터 고립되기도 하고 생업이 안 되니 기무라는 카바레에 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서 까지 그를 붙든 것은 무농약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그의 열정이었다. 오로지 그에겐 그 생각밖에는 없는 듯 했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로 돌아가라.

끝없는 절망 속에서 기무라는 절대 포기 하지 않았다. 한 번의 큰 고비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사과나무에 꽃이 만발했다. 드디어 나무가 사과열매를 맺을 채비를 한 것이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그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정말 감동하면 말도 표정도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봄이라 해도 이와키 산기슭에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그 찬바람 때문이었을까, 남편의 눈에도 아내의 눈에도 어렴풋이 눈물이 어려 있었다.              p.200 

그리고 그의 사과는 판매 개시 3분 만에 매진되는 사과, 그 사과로 만든 스프를 먹으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신화를 이룩했다. 그만큼 자연그대로의 그의 사과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 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기무라는 그의 사과는 인간의 손이 아닌 자연이 키웠다고 말한다. 농약과 비료가 있기 전 상태의 흙과 미생물, 벌레나 새 등 생태계의 고리가 완전해 지면서 그것이 나무를 튼튼하게 하고 맛있는 사과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많은 생물들의 줄다리기가 더 많은 개체의 생물들을 만들어 내면서 밭의 생태계는 그의 땅을 더 탄력 있고 안정감 있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을 보고 무농약 재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넓지 않은 텃밭의 고추나 콩, 깨에도 벌레 때문에 약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진정한 유기농 재배라니 얼마나 귀 솔깃해지는 제안인가.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기무라는 무농약 재배를 위해 끊임없는 관찰과 연구, 실험을 거듭해 왔다. 사과재배에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정말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인 것이다.

그의 길에 사과가 있었듯이 내 길 위에도 온 힘을 다해 매달릴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보가 되면 좋아” 라는 기무라의 말은 어떤 길에도 통 할 수 있는 명언이다.  

다 읽고 나니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농약이 묻었을 까봐 사과 껍질을 기피하고 깊게 깎아 버렸던 나지만 오늘 만은 껍질 채 달콤한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싶다. 내가 들고 있는 사과도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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