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증후군 - 상 증후군 시리즈 3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TV뉴스나 인터넷 뉴스를 보다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살인. 살인. 살인이라는 글자들. 대중매체에 드러나지 않은 살인사건도 합친다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연쇄 살인이나 끔찍한 살인수법으로 일어난 살인사건들은 대대적으로 언론에 노출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만 짤막한 기사로 쓰인 살인사건은 클릭 한번으로 덤덤하게 넘길 때가 있어 나조차 흠칫 놀라곤 한다. 또 어느새 이런 살인사건에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든다. 

1997년에서 2007년까지의 우리나라 흉악 범죄 건수는 그 이전 10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검거율도 96%에서 90%까지 떨어졌다고 하는데 기소율은 더욱 떨어진 30%정도라고 한다. 범죄의 증가와 검거율의 하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90년대 까지 흉악범죄가 일어나면 거의 원한 관계였다는 게 기억난다. 물론 화성연쇄살인이나 해결되지 않은 다른 사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사건들이 참 많다. 피해자와 일면 안식도 없고 이유도 없는 살인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유도 다양하다. 길을 가다 짜증나서, 돈을 뺏기 위해서, 아니면 그저 죽이고 싶어서.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 일이 일상이었을 뿐인데 갑자기 살해당한 피해자는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은 왜 가슴 찢기는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더 공감 할 수밖에 없다. 상상만 할뿐 이지만 그 고통도 만약 가해자가 경찰에 붙잡혀 죗값을 치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해자가 전혀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면 어떨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심신상실 같은 이유로 감옥에 가지 않고 잠깐의 수용기간으로 세상에 풀려난다면. 또 그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하고 그들의 울분은 무엇으로 풀어줄 수 있을까?

<살인증후군>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다. 책엔 다양한 살인이 등장하지만 내용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살인엔 예고가 없다. 흉흉한 뉴스가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져 나오는 요즈음 우리는 살인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가지와라의 인생이 한 순간에 바뀌어 버린 이유는 아들의 죽음이었다. 정의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던 아들은 불량동급생들에게 소위 찍혀 버렸고 집단구타를 당해 살해당한 것이다. 가해자들은 중학생이라 소년법에 의해 보호 받았다. 그들은 ‘보호’라는 명목아래 소년원에 1년 정도 있다가 퇴원했다. 그 동안 가지와라와 가해자 부모와의 힘겨운 소송이 있었다. 오랜 싸움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그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왜 세상은 가해자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과연 죄를 뉘우치고 갱생했을까? 하는 의문들이다.
간호사인 가즈코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아들 츠구하루를 위해서이다. 심장이 좋지 않은 츠구하루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아들을 살리려면 뇌사환자들의 건강한 심장이 필요하다. 아들을 위한 모정은 왜곡된다. 가즈코는 사람을 생명을 보호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뇌사환자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시체기증을 약속한 건강한 남자를 살해한다. 교통사고를 위장해서.
참혹한 과거를 지니고 있는 교코는 ‘소년범죄를 생각하는 모임’에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다. 모임의 운영을 돕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진정한 일’을 하고 있다. 아직 그 일은 들키지 않고 진행됐으며, 그것이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 풀어줬으리라는 걸 교코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살인증후군>은 이렇듯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해당한 사람, 아들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어머니, 청부살인까지 책엔 온통 살인이야기이다. 자극적인 소재지만 피해자의 입장에 더 몰입하기 때문에 뼈가 아플 만큼 공감됐다. 또 사건에 경찰과 비밀리에 사건을 조사하는 집단이 교묘하게 얽혀 있어 긴장감으로 조마조마했다.

아직 <상>권만 읽어 결말은 모르는 상태다. 여기가지 읽고 느낀 점은 살인은 분명 용서 받지 못할 죄라는 것,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고 자신의 울분을 풀고 싶어 하는 피해자 가족들이 있다는 것, 끔찍한 상상이지만 나라도 그런 마음을 품을지 모른다는 생각들이다. 책엔 안타까운 사람들이 잔뜩 나온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용서받지 못할 악인으로 묘사된다. <하>권에서 이런 구도를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한 곳으로 몰아넣고 완성 지을지 궁금해진다. 역시 <하>권을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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