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과 올로지 - 세상에 대한 인간의 모든 생각
아서 골드워그 지음, 이경아 옮김, 남경태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이 비대하고 복잡해질수록 그 속에서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분류하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왔다. 분류가 세밀해지면서 그것을 규명할 수 있는 신조어들이 생겨났고, 우리가 평소에 쓸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이미 존재한다. 이 책 <이즘과 올로지>는 그렇게 생겨난 말들을 수록한 책이다. 한마디로 온갖 이론이나 현상, 학설 등을 다룬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겠다. 총 6개 분야 450가지의 단어는 읽는 내내 방대한 지식으로 날 괴롭히기도 했지만 마치 미확인물체에 발을 딛는 듯한 기분도 느끼게 해주었다. 그만큼 이 책은 신선하고 놀랍다.

우선 이 책은 정치와 역사 / 철학과 예술 / 과학 / 경제 / 종교 / 성도착 외 6가지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도 있을 것이고 생전 보지 못한 단어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도플갱어나 머피의 법칙, 스톡홀름 증후군은 일상에서 많이 쓰이거나 다른 곳에서 예를 들 정도의 유명한 말인데 비해 백치 같은 행위, 어떤 것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행위(설명은 안 나와 있었지만)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 전달을 위한 책이 아니다. 지식 외에 저자의 생각이 간단하게 들어가 있기도 한데 ‘제퍼슨 주의’를 보면 제퍼슨은 생전에 국가와 개인의 부채가 얼마나 위험한지 글을 여러 개 썼다고 한다. 하지만 제퍼슨의 가족들이 그가 죽고 나서 채무에 시달리기도 하고 제퍼슨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결과적으로 국가 빛을 늘어나게 했다 하여 모순 덩어리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저자는 자국의 대통령 이었던 사람이라도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또 ‘사전’의 형식인 만큼 본문에 나온 인명이나, 지명, 역사에 대해 각주가 달려 있어 간략한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래서 인지 한 단어에 관련 있는 모든 역사, 인물들을 한 번에 정리해 주는 효과가 있다. 생소한 것도 많았지만 아는 것도 확실히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소설처럼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 다른 곳 어디를 펴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과 예술 분야를 읽다가 경제 분야를 펴보는 식이다. 사실 한 분야만 열심히 파다보면 더 헷갈리고 이게 그거 같고 그게 이거 같은 혼란을 겪는데 6개의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다 보니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방대한 지식의 양에 질리지 않고 읽는 비결이 되었다. 특히 종교분야는 거의 모르는 단어뿐이라 다른 분야로의 많은 점프를 시도했다.

앞서 말했듯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신조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어떤 행위를 하는 여자라는 의미에서 ~녀를 붙인다든가 반대로 ~남, 얼굴형에 관한 U라인, V라인, 그리고 88만원 세대나 영어난민, 이태백(요즘은 삼태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에휴..), 황 박사 증후군은 우리나라의 현상들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들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행동을 말미암아 “아, 너는 --이구나?” “너 같은 애들을 요즘 --라고 불러” 라고 한정 짓는 건 듣는 입장에서 기분도 안 좋을 뿐더러 각자의 개성이나 행동을 너무 한 곳에 밀어 넣고 갇힌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조어는 계속 생겨나고 여러 행동의 공통점을 찾아 하나의 현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 될 것이다. 우선은 그 단어를 씀으로써 여러 현상을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에.  

 

이 책은 450여개의 단어 중 십분의 일 정도 밖에 알지 못함에 자괴감을 들게 하다가도 읽고 돌아서니 외운 단어도 까먹게 되어 나를 한없이 좌절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읽고 나면 땡인 여타 책들과는 달리 궁금하면 열어보고 생각나면 찾게 되는 가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이즘과 올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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