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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나와 다른 것을 보고 나와 다른 것을 생각하며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간다면? 생각만으로도 마음에 무거운 돌이 들어앉은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내 사랑하는 가족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가끔씩 미어지는 슬픔은 어떻게 할까.
이 책의 주인공은 책 제목과 같은 마티스다. 그는 몸은 성인이지만 5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난 그의 누나인 헤게에게 더 많이 공감하게 됐는데 그건 내가 마티스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이웃들과 같이.
마티스는 누나 헤게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는 자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바보 사이먼이라 불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뿐만 아니라 담장 너머에 시든 나무 두 그루도 ‘마티스와 헤게’ 나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40년 세월 동안 마티스만을 돌본 헤게와 마티스의 관계를 서로 껴안고 있는 모양을 한 시든 나무 두 그루에 비유한 것이다. 모두 쉬쉬하며 말했지만 마티스는 알고 있었다. 사실 마티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달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일을 하려고 결심을 해도 다른 사람과 일의 속도가 달라 낙담하는 마티스와 그를 격려하는 헤게,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지만 멧도요새와 친절한 소녀들 - 안나와 잉게르 -와의 만남은 마티스의 삶에 조금씩 변화를 준다. 하지만 그런 마티스의 삶에 큰 이변이 찾아오게 되는데 헤게가 벌목꾼 예르겐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언제까지고 헤게와 함께 살아갈 거라 의심치 않았던 마티스에게 둘의 사랑은 너무나 가혹하게 다가온다. 결국 마티스는 헤게를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할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예르겐과 사랑에 빠지면서 마티스와 조금 멀어진 헤게지만 누가 헤게를 비난 할 수 있을까. 헤게는 자신을 내던지면서까지 마티스를 돌봤고 그 시든 인생에서 예르겐이라는 하나의 희망을 발견한 것뿐이다. 바로 아직 자신이 ‘여자’일 수 있다는 희망. 그로 인해 마티스의 세상에 균열이 왔지만 헤게는 여전히 마티스를 사랑하는 누나였다.
책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진 않는다. 오로지 마티스의 일상을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로 인해 마티스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일로 기뻐하는지, 또 그의 주위에 것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이 작가 타리에이 베소스의 가장 뛰어난 점이었는데 마티스의 일거수일투족과 그의 행동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마티스를 더 잘 알게 한 것이다. 그것은 때론 마티스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다던가 때로는 그에게 연민을 보내게 하기도 한다.
책은 마티스의 안타깝지만 단호한 실행으로 갑작스럽게 끝을 맺는다. 헤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마티스의 선택은 극단적이지만 그 선택을 위해 그는 열심히 노력했다. 들키지 않도록, 또 그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마티스는 어떻게 됐을까. 헤게는 마티스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궁금한 게 많았건만 내게 남은 건 마티스가 사랑한 멧도요새의 잔상뿐이다.
조금 더 마티스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후기나 번역자의 후기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인지 아무 것도 없어서 좀 아쉽다. 후에 꼭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