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이벤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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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를 알게 된 것은 주말에 영화를 소개하는 TV 방송에서였다. 기억에 남을 매력적인 제목과 함께 노장감독인 시드니 루멧이 지휘하고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에단 호크가 열연했다니 안 끌릴 수가 없었다. 거기다 방송에서 보여준 몇몇 장면은 날 감질나게 만들었다. 극장과 집이 꽤 멀었지만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각오로 다녀왔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2007년에 나온 영화지만 우리나라에선 2009년에 소개 되고 있다. 시간 차 때문에 볼 사람들은 어떻게든 봤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소개되는 건 처음인데 단관이라 너무 아쉽다. 흥행하면 개봉관이 확대될지도 모르지만 대중들의 입맛엔 맞을지 의문이다.
우선 말해 둘 것이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다. 그렇다고 쏘우만큼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이유는 내용에 있을 것이다. 내용이 참 불편하다. 가족이 나오지만 평범한 가족영화가 아니라 전대미문의 ‘가족잔혹극’이다.
내용은 이렇다. 이런저런 이유로 돈에 쪼들리는 신세가 된 형제가 있다. 어느 날, 형 앤디가 동생 행크에게 부모님 보석가게를 털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행크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이혼 후 양육비 문제로 상당히 곤란에 처해있었다. 결국 그 제안을 수락한 행크는 과격하고 전과범인 친구 바비에게 같이 가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바비가 총을 들고 나오고, 원래 일하는 사람 대신 형제의 어머니가 가게에 나오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아무도 피해보지 않을 거라 장담하고 시작한 일이였건만 그 뒤 아버지가 어머니의 강도사건을 파고들면서, 또 앤디가 저지른 분식회계로 회사에 감사가 들어오고 점점 심해져가는 마약중독으로 극도의 곤란에 빠지면서, 사건은 예측 할 수 없게 흘러간다.

영화는 장면 전환이 독특했다. 비트음악이 흐르면서 장면은 비극의 결과와 함께 인물의 3일 전이나 4일전으로 돌아간다. 형제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지만 결코 반복 되는 법이 없다. 대사나 장면이 서술의 중심이 되는 인물 개개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인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보다 관람객이 그 인물 한 명 한 명 관찰하게 되는 식이다. 그 때문에 시간을 옮겨 다니는 영화내용이 혼란을 주기보다 궁금증을 유발한다. 정말 잘 짜인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또 흥미로웠던 장면은 장례식에서 장남인 앤디와 아버지의 대화 장면이었다. 어느 나라나 장남의 고통은 있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동생 행크를 어린아이 다루듯 하고 강도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 못하는 것 같지만 앤디에겐 그렇지 않았다. 앤디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함을 미안하다 하면서 결코 애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그리고 아버지는 앤디가 강도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믿고 어떤 변명도 들어주지 않은 채 차갑고 냉정한 인물로 변모한다. 마치 아들을 핏줄이 아니라 그저 아내의 살인범이라 여기듯이. 비록 계획한 건 앤디였지만 일을 크게 만든 건 행크였는데도 말이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 중 답답하고 잔인한 현실에 눈을 돌리고 싶은 장면은 있었어도 결코 지루해서 눈을 돌리고 싶은 장면은 없었다. 거장의 손길과 누구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연기를 펼친 배우들을 보고 싶다면 어서 영화관으로 달려가라.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