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나를 부른다 -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30편의 에세이 APCTP 크로스로드 1
APCTP 기획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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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이 참 어려웠다. 어떤 사물을 관찰하는 것은 재밌었지만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 하고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 덕에 내 이과성적은 항상 바닥을 기었었다. 이런 형편없는 결과에 대해 “나한텐 수학적 머리가 없나봐” 하며 농담으로 넘기곤 했지만 왜 난 이해할 수 없는지, 똑같은 수업을 받고도 왜 성적이 나쁜지에 대해 학창시절 많은 고민을 하곤 했었다. 지금은 상식이라도 쌓아놓으려고 과학서적을 읽곤 하지만 그뿐, 그이상의 관심은 생기지 않고 너무나 어려운 책을 만나기라도 하면 덮어놓고 한숨 먼저 쉬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상식을 쌓아보고자 읽게 된 이 책 [과학이 나를 부른다]엔 30편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에세이가 실려 있다.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딱딱한 이론을 설명하거나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 거라는 예상했지만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았다.

과학과 인문학 경계를 넘나들다.

과학이 문명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우리의 생활은 편안하고 편리해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치판단의 중요성도 점점 강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문화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함께 했을 때 더 완전한 것이 된다. 전부터 소칼의 사기극이라든가 과학전쟁 등 많은 일들이 있어왔고 서로 자기의 학문이 우위라는 편파적인 주장도 있어 왔지만 계속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다면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증명되지 않는 사실은 무시하고 믿지 않는가? 인문학자들의 말은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리는가? 무엇이 옳다고 옹호할 수도, 무엇이 틀리다고 욕할 수도 없다. 세상에 절대적 진리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아야할 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주관하는 이상 두 문화의 뿌리가 다를 수 없다.

서양에서는 16세기의 르네상스에 이르러서 암울했던 중세의 분위기를 떨쳐버리고 큰 문화혁명을 만들어 냈다. 수학의 발달로 정교한 조각과 건축물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냈으며 많은 과학적 이론들이 팽창하듯 터져 나왔던 시기이다. 이 시기엔 과학적 발견들과 문화의 조화로 찬란한 인류문명이 만들어졌다. 또 그것의 연장선상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그 움직임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세종대왕이 재위하던 15세기에 양 학문을 결합해 더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지 않았던가. 물론 후에 두 문화가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의 겪는 불행을 몸소 체험했지만 말이다. 역사의 예에서도 나와 있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눈을 돌려 서로의 학문을 공유하고 전파한다면 인간의 발걸음은 크게 진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서로를 반목하고 적대시하기 보다는 통합화의 길을 걷는 것이 양쪽 모두의 이익이 될 것이다. 책을 읽고 비 과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생각과 과학자들의 자기 학문을 바라보는 시선, 성찰 등등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설명해줘서 좋았다. 이 책이 우리나라 지식인들 뿐 아니라 나처럼 일반사람들과의 소통장소가 됐으리라 믿는다.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소통의 장이 열리길 바라는 바이다. 책을 읽고 나니 방대한 양의 지식을 흡수해서 그런지 배가 부른 느낌마저 든다.

지금 떠올려보면 과학수업을 이론으로 했을 때보다 다양한 실험으로 했을 때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획일화 된 수업보다 이 책처럼 과학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했더라면 내가 과학을 대하는 태도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물론 사각 교실의 과학수업에서 도태된 한 사람의 가련한 외침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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