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보면 유년시절의 향기가 나는 책이 있다. [달나라 도둑]은 그 향내가 더 짙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일 때 처음으로 학교도서관이 생겨 일주일에 2시간 씩 그곳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 봤던 도서들은 물론 어린이용 전래동화나 별자리 이야기, 위인전이 주를 이뤘는데 그 책들은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상황을 항상 간결하게 설명했었다. 호랑이는 동아줄이 끊겨 죽었다 , 차돌이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잔인한 이야기도 유쾌한 이야기도 하나같이 간결하게 설명했지만 난 그 얘기에 웃고 울었던 것 같다.

[달나라 도둑]에서 느낀 것도 그 문체였다. 하지만 깊이가 있었다. 한 이야기 당 2장정도의 짧은 이야기지만 어찌나 많은 것이 담겨있는지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느라 다른 책보다 읽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했을 정도였다. 이야기는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코끼리를 든 소년이야기나 마침내 인어가 된 그녀이야기 등등 현실 속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우화란 것이 원래 사람을 아닌 것을 의인화하여 교훈을 주거나 작가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고 그 여운을 남기는 맛이 좋았다.

가장 그리운 것은...이나 궁핍한 골목길에 든 햇빛을 볼 때는 내가 자랐던 동네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어린 시절 쑥을 캐러 작은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뒷산과 곤충을 잡으러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 동네 약수터, 초여름이면 동네 가득 퍼졌던 아카시아 냄새, 주인 몰래 들어가 구경하곤 했던 칠면조 농장, 좁고 지저분했지만 친구들과 신나게 술래잡기, 고무줄놀이를 하며 놀았던 구불구불 엉켜있던 골목들. 지금은 개발되어 그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 살기 좋아졌다 어른들이 말씀하시지만 난 떠난 뒤 한 번도 그 곳을 찾지 않았다. 내 추억이 흐트러질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은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줬고 그 추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번뜩이는 표현력에 깜짝깜짝 놀랐다. 지하철을 잠망경 없는 잠수함이라고 표현한다든가 우화의 형식을 빌린 통렬한 비판까지 정말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작가가 서문에 이 책이 우화적 지혜가 모자라는 자신에겐 무척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의 소재와 속설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이 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

책은 5가지 주제로 각각 길, 소년과 소녀, 이야기, 인생, 꿈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총 62편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 놓을 지는 읽어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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