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침대에 올려놓은 이 책의 표지를 본 엄마가 깜짝 놀라시며 “얘가 누구야?” 하셨다.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채 레슬링 복을 입고 머리에 보호구를 찬 소년의 모습. 처음 본 사람들은 누구나 놀라고 궁금해 할 것이다. 이 소년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은 그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소년의 이름은 더스틴 카터. 이 책은 더스틴이 꿈을 위해 운명과 맞서 싸우고 결국 승리해낸 특별한 인생 스토리를 담고 있다.

 더스틴은 다섯 살 때 ‘수막구균혈증’ 이란 병에 걸렸다. 이 병은 흔히 ‘수막염’ 이라 불리는데 초기증세가 감기와 비슷해 일반적인 질환으로 오인하기가 쉽다고 한다. 10~12%가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더스틴은 살아남았다. 두 팔과 두 다리를 잃고서 말이다. 다섯 살 아이는 그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몸이 지금까지와 다르다는 것을 언제 눈치 챘던 것일까.
 책엔 더스틴이 그때 너무 어렸기 때문에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육체의 고통 때문에 크게 울고 화를 낼지언정 그에게 닥친 상황이 너무 복잡하고 잔혹했기에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3개월의 입원생활, 그때부터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더스틴의 삶이 시작되었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도 난 양팔과 양다리를 잃은 불편함만 생각하려 했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그는 걸을 수 있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낼 수 있으며 숟가락을 이용해 시리얼을 떠먹을 수 있다. 심지어 그는 레슬링을 한다.
 레슬링을 올림픽 때 몇 번 봤지만 손으로 상대를 견제하고 공격을 할 때는 상대를 잡아 넘기고 엎드려서 공격을 받을 때에는 양팔과 양다리로 버텨가며 방어하는 것이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스틴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내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스틴은 일반인들과 진짜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시즌 42승 4패라는 놀라운 전적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까지 더스틴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것일까.
 레슬링은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더스틴에게 내려온 빛이었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더스틴이었지만, 그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는데 그 힘든 시기에 그를 다른 세상에 데려다 준 것이 바로 레슬링이었던 것이다.

“미식축구도 좋아하지만 그건 그냥 취미에 불과해요. 레슬링을 대신할 수 있는 운동은 아무것도 없어요. 전 레슬링만을 사랑해요.”
p. 124

 더스틴이 얼마나 레슬링을 사랑하는지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던 파트였다.

 책을 보면서 하나 걱정 됐던 것이 그의 손을 대신하고 있는 이빨과 계속 자라고 있다는 뼈였다.
이빨은 손이 할 일을 대신 하기 때문에 손상이 많이 됐다고 한다. 또 더스틴이 성장기이기 때문에 예전에 죽어버린 피부조직과는 달리 뼈는 계속 자라고 있다 하는데 수많은 수술을 하고도 붕대를 감고 의연하게 경기에 임하는 더스틴이 정말 나이완 상관없이 존경스러웠다.

 책을 읽고난 뒤에는 더스틴의 경기모습이 궁금해져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마침 뜬 동영상이 그가 5년 동안 노력하며 준비했던 오하이오 주 대표 선발전이었다. 화면 속에 더스틴은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이었다. 그리고 넘어진 상대를 죄는 폼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 더스틴의 땀과 노력, 그의 인생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때론 좌절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삶을 사는 더스틴의 모습.
 삶을 불평하는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던 더스틴의 말처럼 더스틴은 계속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고 나면 더 큰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쭉 그런 더스틴을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내 삶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나도 노력 할 것이다.

“ 팔다리가 있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누군가 저에게 다시 팔다리가 있는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저는 싫다고 할 거예요. 팔다리가 없어도 저는 이미 모든 일상생활을 불편 없이 누릴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팔다리가 있으면 불편할 것 같아요. 아마 굉장히 낯설어할 것 같은데요. 저는 지금이 행복해요. 존재하는 것, 그 자체에 감사해요.”

p.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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