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청소년 소설을 읽는 건 오랜만이었다. 10대를 벗어나고부터 그 시절을 되돌아 본건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10대가 되기 전 아주 어렸을 때의 나를 그리워 한 적은 종종 있었다. 길거리의 10대들을 보면 나완 아주 다른 생명체로 보인다. 마치 그 때를 지나오지 않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이 책에 나오는 소녀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조그마한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감정들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용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인공인 디에나는 13세 때 한 실수와 그로인해 퍼져버린 가십으로 그녀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많은 아이들이 디에나의 소문을 안 좋게 퍼뜨리거나 괴롭히지만 그녀에게도 진정한 친구는 있다. 바로 제이슨과 리이다. 그러나 두 친구가 연인이 된 후로 디에나는 둘 사이에 끼인 기분이 들거나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거기다 디에나에겐 집도 편안히 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3년 전 딸의 실수를 목격한 아버지가 그때부터 디에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마주치면 바로 외면해 버리기 때문이다.
 디에나는 집을 나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그 곳에서 소문의 상대자인 토미와 다시 만나게 되고, 질투와 솔직하지 못한 자신으로 인해 소중한 친구 리까지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책엔 많은 갈등들이 나온다. 디에나와 아버지, 디에나의 오빠 대런과 부인 스테이시, 대런 부부와 아버지, 디에나와 리, 디에나와 토미 등등. 놀라운 건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지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디에나가 집에서 겪는 감정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들로 인해 거짓말처럼 내 10대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분명 내가 10대 때 느꼈던 감정들과 놀랄 만치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작가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글로 써낼 수 있는 걸까. 아마 그게 바로 작가의 필력이자 역량일 것이다.

 또 청소년 책이지만 소위 말하는 수위가 세서 놀랐다. 내가 10대 때 읽었던 청소년 소설에선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가 청소년들에게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이끌려 하게 되는 ‘일’, 그리고 그로인해 일어나는 ‘변화’까지. 내가 읽었던 책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의 눈을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눈을 감고, 내 머리로 전달되는 엄마의 따뜻한 손가락과 볼 아래로 느껴지는 엄마의 낡은 가운에 집중했다. 눈물이 고였다. 나는 훌쩍거리며,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바랐다. 엄마는 내 소망대로 해주었다.

 디에나는 그 ‘실수’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가족의 사랑을 원했을 것이다. 설령 그 일이 가족들의 머리에 남아있을 지라도. 그리고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누군가 들어주길 원했을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한 건 친구였고, 나를 선택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뿐이라고 말이다.
 그런 말들을 밖으로 꺼내지 못함으로써 디에나가 제이슨과 리와 서먹해졌을 땐 참 안타까웠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말로 내 마음을 보여줘야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건 어른인 나도 아직 배우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모든 갈등이 풀리고 디에나의 주변 사람들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에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3년 전 멈춰있던 디에나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게 된 걸 축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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