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스포츠에서 “인기종목” 과 “비인기종목”의 구분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일까. TV에서 중계를 해주느냐 안 해주느냐 일까? 아니면 경기결과가 신문에 실리는 것? 그것도 아니면 그 경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많은가 적은가 일까? 하지만 그것을 구분하기 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건 선수들이 그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그에 대해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느냐다. 새크리파이스에서 나오는 로드레이스라는 종목은 분명 생소했다. 일본에서 스포츠중계나 신문에 결기결과가 실리지 않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니 굳이 구분을 하자면 분명 “비인기종목”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곳엔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일등과 이등이 존재한다. 
 

 주인공 ‘나’ 시라이시가 속해있는 로드레이스 팀인 오지. 팀엔 에이스선수와 그를 보조하는 어시스트선수가 있다. 에이스는 ‘이시오’ 선배와 새로 떠오르는 신인 ‘이바’, 시라이시는 어시스트다. 육상선수로 촉망 받던 시라이시는 18살 때 우연히 TV에서 로드레이스의 중계를 보고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승리와 기록단축을 위해 달리는 육상은 그에게 고통일 뿐이었는데 그가 본 로드레이스엔 승리의 존엄성과 가슴속에 품은 긍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길로 그는 로드레이스에 뛰어들어 대학교에서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팀 오지로 들어오고 나서는 이시오 선배와 이바가 있었다. 시라이시는 어떻게도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의 어시스트 자리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열린 ‘투르 드 자퐁’ 경기 에서 이변이 일어난다. 팀을 위해 앞으로 뛰어나간 시라이시와 집단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시라이시가 산악코스에서 우승을 한 것이다. 팀 내 소요가 있는 가운데 시노자키 선배가 찾아와 시라이시에게 경고한다. 3년 전 일어났던 자전거 충돌 사고는 이시오 선배가 일부러 일으켰다는 것, 그 사고는 촉망받던 신인 하카마다를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 팀인 산토스 킨틴이 ‘투르 드 자퐁’에 참가한건 일본 선수를 스카웃 하기위해서 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게 된다.

 책에 의하면 신사의 경기라 불리는 로드레이스지만 잔인하고 참혹한 면이 있다고 한다. 팀 우승을 위해 에이스 선수에게 나머지 선수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가 공기저항을 없애주거나 다른 팀 선수들을 견제하거나 심지어 에이스의 자전거 바퀴가 펑크 나면 어시스트의 자전거 바퀴를 내주어야 한다. 철저히 팀의 승리를 위해 활용 당한다. 그들의 순위가 낮거나 그들의 이름이 기록에 남지 않을 지라도. 그래서인지 새크리파이스란 제목의 무게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이 책을 보고 나서야 로드레이스라는 경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혹시 우리나라엔 없을까 하고 찾아봤더니 많은 동호회 글들이 있었다. 국제대회인 뚜르 드 코리아도 열리고 거기다가 올림픽 공식종목이라니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베이징 올림픽 때 열린 로드레이스 경기는 우리나라에서 중계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이런 것이다. 내가 모르는 분야를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점, 내 시야를 더 넓혀 주는 점 등등 말이다.
 

“ 녀석의 승리는 내 승리고, 녀석의 패배는 내 패배였다. 녀석이 이기기 때문에 난 그림자로 있을 수 있었던 거야”

 사실 처음 책을 덮고 그들의 많은 행동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경기에 저렇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보는 사이에 무언가에 격렬하게 몰두하는 내 모습이 보고 싶어 졌다. 그러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번역자 후기를 보니 이 이야기 말고도 시라이시가 팀 오지에 들어오기 전 이시오와 아카기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 있고 언젠가 국내에도 소개된다고 한다. 또 작가가 얼마 전에 속편 연재도 시작했다고 하니 시라이시의 활약이 궁금했던 나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나올 두 권의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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